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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칸초니에레는 시인 페트라르카가 '라우라'라는 여인을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평생 다듬어 엮은 366편의 이탈리아어 시 모음입니다. 사랑을 얻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흔들리는 마음 그 자체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 시집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1304년부터 1374년까지 산 14세기 이탈리아 시인이에요.
고전을 되살리자며 인문주의 시대를 연 사람이죠.
그런 그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이 1327년 4월 6일에 일어났어요.
프랑스 아비뇽의 생트클레르 성당에서, 그는 '라우라'라고 불리는 한 여인을 처음 만나요.
그날의 설렘이 평생 이어져 시집 한 권이 되었어요.
그런데 라우라가 실제로 누구였는지는 지금도 확실하지 않아요.
위그 드 사드 백작의 아내였던 '라우라 드 노브'라는 실존 여성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반대로 시인이 지어낸 가공의 이름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어요.
다만 페트라르카 본인은 라우라가 실제로 존재한 사람이라고 늘 주장했어요.
그녀는 1348년 흑사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져요.
칸초니에레(Canzoniere)는 '노래책'이라는 뜻의 별칭이고, 페트라르카가 붙인 정식 제목은 라틴어로 <Rerum vulgarium fragmenta>, 곧 '속어로 쓴 조각글들'이에요.
여기서 '속어'란 학자들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던 이탈리아어를 말해요.
어려운 학술어 대신 동네에서 쓰는 말로 사랑을 노래한 거죠.
이 시집에는 서정시가 모두 366편 담겨 있어요.
마치 1년 366일처럼요.
첫 시는 이렇게 시작해요.
"Voi ch'ascoltate in rime sparse il suono"(산산이 흩어진 시구 속에 울리는 소리를 듣는 그대들이여).
자기 마음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고 먼저 고백하는 거예요.
그리고 시집의 마지막은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노래 "Vergine bella, che di sol vestita"(해로 옷 입은 아름다운 동정녀시여)로 조용히 닫혀요.
한 여인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해, 하늘을 향한 기도로 끝나는 구성이에요.
칸초니에레의 가장 큰 매력은 감정이 딱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시험을 앞두고 붙고 싶으면서도 무섭고,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기대되는 마음, 다들 느껴봤죠?
페트라르카는 사랑을 딱 그런 뒤죽박죽 상태로 그려요.
134번 소네트에는 이런 유명한 구절이 있어요.
"Pace non trovo, et non ò da far guerra; e temo, et spero; et ardo, et son un ghiaccio"(나는 평화를 찾지 못하나 전쟁을 벌일 마음도 없다; 두려워하고 또 바라며, 불타오르면서도 얼음이 되어 있다).
불과 얼음, 두려움과 희망을 한 문장에 나란히 놓았어요.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마음속에 산다는 걸, 억지로 하나로 결론짓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 거예요.
이렇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본 태도가 훗날 수많은 시인에게 사랑 노래의 본보기가 됐어요.
페트라르카는 '라우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은근한 말장난을 즐겼어요.
한 소네트는 이렇게 시작해요.
"Erano i capei d'oro a l'aura sparsi"(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여기서 '바람'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l'aura'가 이름 '라우라(Laura)'와 발음이 똑같아요.
그래서 이 구절은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이면서 동시에 '라우라의 몸 위로 흩어진 금빛 머리카락'으로도 읽혀요.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 이름은 '월계관'을 뜻하는 'lauro'와도 닮았어요.
월계관은 옛날에 뛰어난 시인에게 씌워주던 명예의 상징이죠.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라우라라는 이름 속에 여인을 향한 사랑과 시인으로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함께 겹쳐 있다고 봐요.
한 이름 안에 사랑과 명예, 두 소원이 포개져 있는 셈이에요.
칸초니에레는 페트라르카가 라우라라는 여인을 향한 사랑을 이탈리아어로 노래한 366편의 시집이에요.
정식 제목은 '속어로 쓴 조각글들'이고, 어려운 라틴어가 아닌 일상어로 마음을 그렸다는 점이 새로웠죠.
이 시집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사랑을 이룬 승리담이어서가 아니라, 불과 얼음처럼 뒤섞인 마음을 정리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이에요.
라우라가 실존 인물인지, 이름에 숨은 말놀이가 무슨 뜻인지는 지금도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흔들리는 마음의 기록은 70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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