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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원각(圓覺)은 모든 사람이 본래부터 온전히 갖추고 있는 완전한 깨달음이에요. 새로 만들어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데 그동안 못 알아본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원각은 한자 두 글자예요.
앞의 圓(원)은 '둥글다'는 뜻인데, 어디 한 군데 이지러진 데 없이 꽉 차고 원만하다는 느낌이에요.
뒤의 覺(각)은 잠에서 깨어나듯 환히 알아차리는 '깨달음'이고요.
두 글자를 붙이면 '완전하고 빠짐없는 깨달음'이 됩니다.
보름달을 떠올려 보세요.
반달이나 초승달처럼 어딘가 빠진 게 아니라, 둥글게 꽉 찬 달이요.
종밀이 말한 원각은 바로 그런 깨달음이에요.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완전한 깨달음이 특별히 뛰어난 스님이나 부처님만 가진 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포함해 누구나 이미 품고 있다고 본다는 거예요.
이 생각은 종밀이 평생 아꼈던 경전 《원각경(圓覺經)》에서 왔어요.
규봉 종밀(圭峰宗密, 780년부터 841년까지)은 당나라 때 승려로, 부처님 말씀을 글로 배우는 교(敎)와 앉아서 마음을 바로 보는 선(禪)을 함께 아우른 사람이에요.
여기서는 그 넓은 활동은 접어두고 원각 이야기만 할게요.
젊은 시절 종밀은 성도부의 관리 임관(任灌)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우연히 《원각경》을 처음 읽었어요.
그런데 그 내용에 얼마나 감격했던지, 자기 기록에 '기쁨에 겨워 저절로 춤을 추었다'고 적었대요.
경전 한 권 읽다가 춤이 나올 만큼 마음이 흔들린 거예요.
그 뒤로 원각은 그의 평생 화두가 되었고, 마침내 823년에 《원각경》 주석서(《대소(大疏)》 세 권을 비롯한 여러 권)를 완성했어요.
처음 감동한 지 15년쯤 지나서야 그때 세운 다짐을 이룬 셈이지요.
가장 궁금한 대목이에요.
내가 이미 완전한 깨달음을 가졌다면 왜 하나도 그런 것 같지 않을까요.
종밀은 이걸 태양에 비유하면 좋아요.
하늘의 해는 두꺼운 구름에 가려도 사라진 적이 없어요.
다만 우리 눈에 안 보일 뿐이지요.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걱정·화·욕심 같은 번뇌라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못 볼 뿐, 완전한 깨달음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원각을 '얻는다'기보다 구름이 걷혀 '드러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해요.
종밀은 이 마음의 본바탕을 空寂知(공적지)라고 불렀어요.
'텅 비고 고요하되 늘 또렷이 아는 앎'이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텅 비었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아니라, 딱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말이고요.
그런데도 무언가를 환히 알아차리는 작용만은 생생히 살아 있다는 거예요.
거울을 생각해 보세요.
거울 자체는 아무 그림도 담지 않아 텅 비어 있지만, 앞에 오는 것마다 곧바로 환히 비추잖아요.
원각도 그렇게 비어 있으면서 동시에 또렷이 아는 마음이에요.
그럼 이미 다 갖췄으니 아무 노력도 안 해도 될까요.
종밀은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오래 비워둔 방을 떠올려 보세요.
등기부에 그 집이 이미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한순간이에요.
하지만 몇 년간 쌓인 먼지를 치우는 일은 하루아침에 안 되고 날마다 조금씩 쓸어야 하지요.
종밀이 본 깨달음도 이런 구조예요.
'내가 본래 완전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단박에 올 수 있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나쁜 습관의 먼지는 천천히 닦아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먼저 알아차리고 그다음 꾸준히 닦으라고 가르쳤어요.
중요한 건 방향이에요.
원각을 믿는 사람은 '나는 부족하니까 없는 걸 채워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본래 온전하니까 가린 것만 걷어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요.
출발점이 결핍이 아니라 완전함인 거예요.
원각(圓覺)은 '완전하고 원만한 깨달음'이에요.
종밀은 그 깨달음이 특별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미 온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았어요.
구름에 가려도 해가 그대로 있듯, 번뇌에 덮여 못 느낄 뿐 우리 마음의 밝은 앎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깨달음은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고, 알아차린 뒤에는 묵은 습관의 먼지를 천천히 닦아 가면 돼요.
오늘 하루, '나는 뭔가 모자라다'가 아니라 '나는 본래 온전하다'는 자리에서 시작해 보면, 종밀이 경전을 읽다 춤춘 그 기쁨의 한 조각을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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