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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사과 5개에서 5개를 다 먹으면 뭐가 남지? 당연히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이 '아무것도 없음'을 숫자로 쓸 생각을 못 했어. 장터에서 물건을 세다가 다 팔리면 그냥 빈 상자만 남았을 뿐이야. 그걸 계산에 넣는다고? 말도 안 돼! 더 골치 아픈 건 빚이었어. 돈 100냥을 빌렸으면 '-100냥'이라고 써야 하는데, 마이너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거든. 그래서 상인들은 '빚 장부'를 따로 만들어야 했어. 계산할 때마다 이게 빚인지 재산인지 헷갈려서 머리가 지끈지끈했지. 수학자들도 마찬가지였어. 5-3은 계산할 수 있는데, 3-5는? 그냥 '계산 불가능'이라고 포기했어.

628년,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가 '브라흐마스푸타싯단타'라는 책을 썼어. 이름은 어렵지만 내용은 혁명적이었지. '0 더하기 5는 5다', '5 빼기 5는 0이다', '0 곱하기 뭐든 0이다' — 지금 너한테는 당연한 얘기지? 하지만 당시엔 충격이었어. 아무것도 없는 걸 숫자처럼 다룬다니! 더 놀라운 건 음수 규칙이야. 브라마굽타는 '양수에서 음수를 빼면 더 큰 양수가 된다',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가 된다'는 규칙을 처음으로 정리했어. 3 - (-2) = 5, (-3) × (-2) = 6 같은 거 말이야. 그는 양수를 '재산', 음수를 '빚'으로 비유했어. 빚에서 빚을 빼면 재산이 늘어나잖아? 이렇게 일상의 논리로 추상적인 수학을 설명한 거야.

브라마굽타 이후,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 상인들은 하나의 장부에 재산과 빚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게 됐어. +500냥, -300냥 이렇게 쓰면 계산이 한눈에 보이잖아. 과학자들은 온도를 잴 수 있게 됐어. 0도 아래로 내려가는 겨울 날씨를 -5도, -10도로 표현하는 거지. 천문학자들은 별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계산했고, 항해사들은 적도 아래 남쪽 위치를 음수 위도로 표시했어. 중세 아랍 수학자들이 이 지식을 받아서 발전시켰고, 결국 유럽으로 건너가 현대 수학의 기초가 됐어. 브라마굽타가 없었다면 미적분도, 물리 법칙도,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불가능했을 거야. 0과 음수는 이제 수학의 심장이 됐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봐. 날씨 앱에 '-3°C'라고 뜨지? 그게 브라마굽타야. 게임에서 실수해서 점수가 -500으로 떨어졌어? 그것도 브라마굽타. 엄마가 '이번 달 용돈 다 썼으니까 마이너스야'라고 하실 때, 그 '마이너스' 개념이 14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됐어.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 주차장 가려고 '-2층' 버튼 누르는 것, 수학 시험에서 수직선에 음수 표시하는 것, 유튜브에서 '좋아요-싫어요' 차이 계산하는 것. 전부 브라마굽타가 만든 규칙 위에서 돌아가는 거야. 그는 '없음'도 숫자고, '빚'도 계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어. 그래서 지금 우리는 영하의 겨울도, 통장의 마이너스도 당연하게 받아들여. 빈손에서 시작한 발견이 세상을 가득 채운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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