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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00달러 지폐 속 그 노인은, 17살 때 빵 세 덩이를 양 옆구리에 끼고 거리에서 비웃음을 당하던 가출 소년이었어요.
1723년, 보스턴의 인쇄소에서 형 제임스 밑에 견습으로 일하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고 결심했어요.
형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진 돈 전부를 털어 필라델피아행 배에 몸을 실었거든요.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을 때 주머니에 남은 건 동전 몇 닢이 전부였어요.
그는 그 돈으로 빵 세 덩이를 사서 양 옆구리에 끼고 거리를 걸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 소녀가 훗날 그의 아내가 될 데보라 리드였고, 프랭클린은 이 장면을 자서전에 직접 남겼어요.
KTX 타고 서울 처음 올라온 지방 청년이 고시원 앞에서 컵라면 들고 헤매는 모습이라 생각하면 딱 맞아요.
그런데 그 청년이 결국 나라를 세우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거예요.

자기계발의 원조가 13가지 덕목 중 단 하나를 끝까지 이기지 못했다고 직접 고백했는데, 그 항목은 친구 권유로 마지막에 추가된 겸손이었어요.
20대 초반의 프랭클린은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이 12가지 덕목을 만들고 매주 하나에 집중하며 작은 수첩에 점수를 매겼어요.
오늘날의 습관 트래커 앱을 200년 전에 직접 손으로 만들어 쓴 셈이에요.
한 친구가 지켜보다 이런 말을 했어요.
"자네,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닌가?"
그 말을 들은 프랭클린은 13번째로 겸손을 목록에 추가했어요.
하지만 자서전에 이 고백이 남아 있어요.
"결국 겸손만은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겸손한 척하는 법만 익혔을 뿐이다."
이 한 문장이 흥미로운 건, 프랭클린이 자신의 실패를 냉정하게 꿰뚫고 있었다는 거예요.
겸손을 배운 게 아니라, 겸손처럼 보이는 기술을 익혔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자기계발 시스템을 가장 열심히 만든 사람이, 그 시스템이 닿지 못한 자신의 한계도 가장 솔직하게 적어둔 사람이에요.

피뢰침 하나로 평생 부자가 될 수 있었어요. 프랭클린은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1752년, 프랭클린은 폭풍우 속에서 연을 띄워 번개가 전기임을 증명했어요.
당시엔 번개를 신의 분노로 진지하게 믿던 시대였으니까, 이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세계관을 바꾼 발견이었어요.
그는 그 원리로 피뢰침을 만들었고, 이후로도 프랭클린 난로, 이중 초점 안경, 물 적신 손가락을 유리 사발에 대어 음을 내는 악기인 유리 하모니카까지 발명했어요.
그런데 이 중 단 하나도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이유를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어요.
"우리가 다른 사람의 발명품을 누리듯, 우리 발명도 자유롭게 주어야 한다."
프랭클린은 평생 인쇄소와 신문사로 돈을 번 사람이에요.
특허가 얼마나 큰 돈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계산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도 발명할 때마다 매번 같은 선택을 했어요.
친구가 1년을 매달려 만든 앱이 대박 났는데 "돈은 안 받겠다"며 코드 전체를 깃허브에 무료 공개하는 것과 같은 선택이에요.
그것도 딱 한 번이 아니라, 발명을 할 때마다.

프랭클린이 자서전을 시작하며 "사랑하는 아들에게"라고 적었던 그 아들과, 그는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않았어요.
프랭클린에게는 윌리엄이라는 사생아 아들이 있었어요.
결혼 전에 태어난 아이였지만, 프랭클린은 그를 자신의 아들로 키우며 영국 유학까지 보내 뉴저지 식민지 총독으로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1775년 미국 독립전쟁이 터지면서 두 사람의 길이 완전히 갈렸어요.
프랭클린은 독립파였고, 윌리엄은 영국 왕에 대한 충성을 선택했어요.
아버지는 새 나라를 세우는 편에 섰고, 아들은 그 나라의 적이 된 거예요.
1776년 윌리엄은 체포되어 2년간 감옥에 갇혔어요.
프랭클린은 단 한 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어요.
전쟁이 끝나고 1785년 영국에서 부자가 딱 한 번 만났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어요.
프랭클린은 유언장에서 윌리엄에게 이렇게 적었어요.
"내가 잃었다면 잃지 않을 수도 있었던 재산만 남긴다."
사실상 상속에서 배제한 거예요.
정치 성향 차이로 명절에도 안 보는 부자 관계가 있잖아요.
프랭클린과 윌리엄은 그것의 극단적 버전이에요.
자서전을 "사랑하는 아들에게"로 시작한 사람이, 그 아들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은 게 언제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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