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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013년 봄, dotCloud는 직원 월급도 빠듯한 망해가는 스타트업이었어요.
PaaS란 앱을 서버 걱정 없이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인데, 쉽게 말하면 "서버 관리 대행 서비스"예요.
하지만 아마존 AWS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프랑스계 스타트업 dotCloud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어요.
그 와중에 창업자 솔로몬 하이크스(Solomon Hykes)는 회사 내부에서 조용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굴리고 있었어요.
본업 매출이 빠지는 식당 사장이 심심풀이로 개발한 사이드 메뉴가 결국 간판 메뉴를 밀어낸 격이에요.
그 사이드 프로젝트가 바로 도커(Docker)였어요.
도커가 해결하려 한 문제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었어요.
"내 컴퓨터에서는 잘 돌아가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운영팀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그 상황이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환경 자체를 통째로 포장해서 어디서든 똑같이 돌아가게 하자는 발상이었어요.

2013년 3월 13일, 5분짜리 자투리 발표가 IT 인프라의 역사를 바꿨어요.
라이트닝 토크란 학회에서 자유 신청자에게 5분씩 주어지는 자투리 발표 세션으로, 정식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번외 시간이에요.
솔로몬 하이크스는 바로 이 자투리 시간을 잡아서 도커를 처음 세상에 공개했어요.
반응은 즉각적이었어요.
발표 영상이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6개월 만에 깃허브 스타 만 개를 넘겼거든요.
그날 PyCon US의 수십 개 정식 강연 중 어느 것도 이 5분짜리 발표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어요.
그 폭발적 반응의 이유는 단순했어요.
개발자들이 매일 겪는 환경 불일치 문제를, 컨테이너라는 개념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줬기 때문이에요.
컨테이너란 프로그램 실행 환경을 택배 상자처럼 표준화해서 포장하는 기술인데, 이 발표를 보는 순간 개발자들은 "이거 진짜 필요했던 거잖아"라고 느꼈어요.

도커가 만든 컨테이너 위에 결국 다른 회사의 깃발이 꽂혔어요.
도커가 컨테이너 기술을 대중화하자마자, 다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컨테이너가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나면 도대체 누가 이걸 다 관리하느냐는 거였어요.
2014년, 구글이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어요.
쿠버네티스란 컨테이너 여러 대를 자동으로 배치하고 복구하고 확장해주는 오케스트레이션 도구예요.
자동차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신호등과 차선을 설계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도커도 자체 도구인 Swarm을 내놓으며 맞섰지만, 결국 시장은 쿠버네티스를 표준으로 선택했어요.
자동차를 발명한 회사가 정작 도로 신호 체계 표준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이에요.
컨테이너 자체를 세상에 퍼뜨린 회사가, 정작 컨테이너 운영 시장에서는 들러리가 된 거예요.

2019년, 도커는 자기가 만든 컨테이너 사업의 가장 큰 조각을 남에게 넘겼어요.
솔로몬 하이크스는 이미 2018년에 회사를 떠난 뒤였어요.
그리고 도커 사는 기업 고객을 상대하던 엔터프라이즈 부문 전체를 미라티스(Mirantis)라는 미국계 클라우드 인프라 회사에 매각했어요.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정작 그 땅에서 농사 짓는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셈이에요.
컨테이너 혁명을 일으킨 회사가 정작 그 혁명의 가장 큰 시장은 내어준 거예요.
도커는 이후 개발자용 데스크톱 도구 회사로 사업 범위를 좁혔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지금도 전 세계 개발자 대부분이 컨테이너 하면 "도커"를 먼저 떠올린다는 점이에요.
시장 지배력을 잃었어도, 이름만큼은 기술 자체와 동의어가 됐거든요.
혁명을 일으킨 자의 이름이 혁명의 수혜자보다 오래 살아남는 일이 역사에서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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