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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 사람은 30년 동안 말하는 동상을 만들었고, 그 제자는 그것을 망치로 부쉈어요.
두 사람 모두 훗날 가톨릭 성인이 됐습니다.
13세기 유럽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라는 수도사가 있었어요.
도미니크회 소속으로 신학을 가르쳤는데, 동시에 기이한 프로젝트를 30년간 이어갔습니다.
바로 청동 머리(brazen head)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청동 머리는 오늘날로 치면 AI 챗봇이에요.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그 청동 머리가 스스로 대답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GPU 대신 30년간의 손 작업이 들어갔다는 거지만요.
그런데 알베르투스의 제자 한 명이 이 작품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이건 악마의 작품이야."
그리고 망치를 집어 들었어요.
그 제자가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불리는 인물이에요.
오늘날 가톨릭 신학의 틀을 잡은 『신학대전』을 쓴 사람이었습니다.
친한 후배가 내 30년짜리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거 위험해 보여요"라며 망치로 깨버린 격이에요.
그것도 그 후배가 나중에 업계 최고 전문가가 되는 거고요.
전설은 알베르투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13세기에 한 주교가 알프스 산맥을 걸어다니며 직접 풀을 캐고 다녔어요.
동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고, 후대는 그를 식물학의 선구자라고 불렀습니다.
알베르투스는 레겐스부르크 주교였어요.
레겐스부르크는 지금의 독일 바이에른에 있는 도시고, 주교는 오늘날로 치면 광역시 종교 최고 책임자에 해당합니다.
그런 사람이 들판에서 무릎을 꿇고 흙을 파고 있었던 거예요.
대기업 부회장이 양복 차림으로 직접 마트 매대를 돌며 가격표를 손으로 적는 격이에요.
주변 성직자들은 당연히 당황했지만, 알베르투스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관찰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믿음으로 움직였어요.
그는 직접 채집하고 해부해서 『식물에 관하여(De Vegetabilibus)』를 썼어요.
식물 600여 종을 정리한 이 책은 13세기 유럽에서 가장 정확한 식물 기록이었습니다.
동물 해부 기록을 담은 『동물에 관하여(De Animalibus)』도 썼고요.
당시 지식인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 공부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새는 이렇다"고 쓰면 그게 진리였고,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알베르투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렸다 싶으면 틀렸다고 썼어요.
그를 가장 무서워한 사람들은 이단자가 아니라 같은 교회의 동료들이었어요.
알베르투스는 연금술 실험을 했어요.
연금술은 당시 기준으로 화학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비소(arsenic)를 분리해낸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소는 독약으로도 쓰이는 원소예요.
그는 또 자연 마법(magia naturalis)에 관한 책도 썼어요.
자연 마법이란 악마의 힘이 아니라 자연 속에 숨겨진 힘을 다루는 학문이었는데, 당시 사람들 눈에는 그 구분이 잘 안 됐습니다.
점성술 책도 썼고요.
결국 그의 평판은 둘로 쪼개졌어요.
학자들 사이에서는 천재, 일반 대중과 일부 성직자들 사이에서는 마법사였습니다.
회사 윤리위원장이 퇴근 후엔 비밀 실험실에서 폭약을 만든다는 소문에 시달리는 상황인데, 실제로 실험을 하고 있으니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는 죽고 나서도 그 이미지를 벗지 못했어요.
사후에는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비밀』이라는 위서가 떠돌았는데, 묘약 제조법이나 부적 만드는 법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알베르투스 본인이 쓴 게 아니었지만, 그의 이름이 붙어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팔렸어요.
교회는 그를 두고 700년을 망설였어요.
결국 성인 칭호를 줬을 때, 그 직함은 "자연과학자들의 수호성인"이었습니다.
알베르투스는 1280년 쾰른에서 눈을 감았어요.
그런데 가톨릭교회에서 그를 공식 성인으로 선포한 건 1931년이었습니다.
651년이 걸린 거예요.
시성(canonization)이란 교회가 죽은 사람을 공식적으로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절차예요.
기적의 증거와 생전 덕행 기록을 검토한 뒤 교황이 선포하는 방식이고, 알베르투스는 그 과정에 651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중세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원자를 쪼개는 시대로 넘어갔어요.
1931년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26년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물리학이 원자핵을 다루기 시작하던 그 시대에, 교황 비오 11세는 13세기 수도사를 자연과학자들의 수호성인으로 지정했습니다.
마법사로 의심받던 사람이 과학자들의 성인이 되는 데 700년이 걸린 거예요.
청동 머리는 제자의 망치에 박살났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은 결국 과학자들의 성인이 됐어요.
알베르투스라면 이 결말에 대해 뭐라고 답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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