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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상앙이 처음 왕 앞에서 꺼낸 것은 인의(仁義), 도덕으로 백성을 교화해 나라를 다스리는 이상적 정치였어요.
왕은 졸았습니다.
상앙은 위(魏)나라 귀족 가문의 서얼이었어요.
정실이 아닌 첩의 자식이라, 핏줄은 있어도 권력은 없는 자리였거든요.
그의 능력을 알아본 사람은 위나라 재상 공숙좌뿐이었는데, 공숙좌는 죽기 전 왕에게 말했어요.
"상앙을 쓰든지, 아니면 죽이든지 하십시오. 절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위나라 왕은 둘 다 하지 않았어요.
'늙은이가 병중에 헛소리를 하는군'이라 생각하고 무시했거든요.
이 판단 하나가 훗날 위나라에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왕은 몰랐습니다.
상앙은 진(秦)나라로 건너갔어요.
진나라 효공(孝公)은 서쪽 변방의 후진국 군주로, 중원 제후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이를 갈고 있었어요.
상앙은 세 번 면접을 봤는데, 처음 두 번은 인의와 덕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이야기했어요.
효공은 두 번 다 졸았습니다.
세 번째에 상앙이 꺼낸 것은 달랐어요.
"지금 당장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었거든요.
효공은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들었어요.
가장 훌륭한 이상이 외면받고, 가장 냉혹한 현실론이 채용된 것.
면접에서 진심 어린 포부가 떨어지고 '3년 안에 이 수치를 달성하겠습니다'가 통과되는 그 장면이에요.

7미터짜리 나무 기둥 하나가 중국 역사를 바꿨다고 하면 과장처럼 들려요.
그런데 정말 그랬어요.
상앙은 변법(變法)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실험을 했어요.
변법이란 국가 시스템 전체를 뒤엎는 전면 개혁인데, 아무리 좋은 법도 아무도 안 믿으면 효과가 없잖아요.
그래서 수도 남문에 약 7미터짜리 나무 기둥을 세워두고 공고를 붙였어요.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10금을 주겠다."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어요.
나무 기둥 옮기는 게 별일도 아닌데 10금이라니, 분명 함정이 있겠지.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상앙은 50금으로 올렸어요.
그제야 한 사람이 나서서 나무를 옮겼고, 상앙은 즉시 50금을 지급했어요.
국가가 약속을 칼같이 지킨 것, 그 하나가 사람들의 눈빛을 바꿨습니다.
이후 상앙이 도입한 제도들은 당시로선 혁명적이었어요.
귀족의 특권을 없애고, 전쟁에서 공을 세운 순서대로 20등급 작위를 부여했어요.
혈통이 아니라 실적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 오늘날로 치면 재벌 2세 자동 승계를 없애고 공개 채용만 허용하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습니다.
5가구와 10가구씩 묶어 서로 감시하게 하는 연좌제도 도입했어요.
한 집이 죄를 지으면 이웃도 같이 처벌받았거든요.
신뢰는 말이 아니라 첫 번째 이행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상앙은 2300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태자가 법을 어겼어요.
상앙은 태자 대신 태자의 스승 코를 베었어요.
법은 살았고, 복수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변법 시행 초기 귀족들의 반발이 거셌어요.
기득권을 빼앗긴 사람들이 "새 법이 나쁘다"고 아우성쳤는데, 그 문제는 상앙이 예상한 범위 안에 있었어요.
예상 밖이었던 것은 태자 사(嗣), 훗날 혜문왕이 될 사람이 법을 어긴 거였습니다.
상앙은 이렇게 말했어요.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건 윗사람부터 어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자의 스승 공자건(公子虔)의 코를 베는 의형(劓刑, 코를 자르는 형벌)을 집행했어요.
또 다른 스승 공손가에게는 얼굴에 먹물 문신을 새기는 경형(黥刑)을 내렸어요.
다음 날부터 진나라 사람 누구도 법을 어기지 않았어요.
코가 잘린 공자건은 이후 8년간 문 밖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직속 상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을 때 느끼는 그 긴장감이 있잖아요.
정의로운 순간이었지만, 그 사람이 나중에 더 높은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될지 아는 그 긴장감이요.
상앙은 그걸 알면서도 했고, 복수의 씨앗은 법과 함께 심어졌습니다.

도망치던 상앙이 여관 문을 두드렸어요.
주인이 말했어요.
"신분증 없으면 안 됩니다, 상앙의 법이니까요."
기원전 338년, 효공이 죽었어요.
태자 사가 혜문왕으로 즉위하자마자, 8년간 문 밖을 나서지 않았던 공자건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상앙을 모반죄로 고발했습니다.
상앙은 국경 쪽으로 도주했어요.
밤이 되어 여관에 묵으려 했는데, 주인이 거절했어요.
"상앙의 법에 따르면 신분증 없는 자를 묵게 하면 연좌로 처벌받습니다."
여관 주인은 상앙의 얼굴을 몰랐어요.
알았더라도 법을 어길 수는 없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상앙은 탄식했어요. "내가 만든 법의 폐해가 여기까지 이르렀구나."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법의 실패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상앙이 설계한 시스템이 정확히 의도대로 작동한 것이었거든요.
자기가 만든 규칙에 자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는데, 다만 상앙의 경우 그 결과는 목숨이었습니다.
결국 상앙은 체포되어 거열형(車裂)에 처해졌어요.
수레에 사지를 묶어 반대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그가 법전에 적어 넣은 형벌이에요.
그러나 그가 죽고 나서도 그가 만든 법은 살아남았습니다.
진나라는 그 시스템 위에서 계속 강해졌고, 결국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이 되었어요.
입안자는 자기 법에 찢겼는데, 그 법이 천하통일로 이어진 거예요.
과연 상앙이 진짜 패배한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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