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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늘 하루를 한번 돌아볼게요. 버스를 기다리는 1분, 엘리베이터를 타는 30초, 밥을 먹는 그 잠깐. 그 사이마다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 올리죠.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오늘 단 1분이라도 있었나요? 아마 없을 거예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거의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800년 전, 일본에 살던 한 승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앉아라." 목적도 없이, 무언가를 얻겠다는 욕심도 없이, 그저 앉아 있으라고요. 그의 이름은 도겐입니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어떻게 한 사람의 평생을 건 답이 되었는지,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이야기는 1200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됩니다. 도겐은 꽤 높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요즘으로 치면 국회의원 집안쯤 됩니다. 부족할 게 없었죠. 그런데 두 살 때 아버지를, 일곱 살 때 어머니마저 잃습니다. 장례식에서 피어오르는 향 연기를 보며 어린 도겐은 느꼈어요. 이 화려한 집도, 높은 지위도 결국 저 연기처럼 사라지는구나.
열세 살에 그는 집을 떠나 승려가 됩니다. 그런데 경전을 공부할수록 이상한 대목이 하나 걸렸어요. "모든 존재는 본래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다"고 적혀 있었거든요. 도겐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우리가 이미 부처라면, 왜 힘들게 수행을 해야 하지?"
쉽게 비유해 볼게요. 누가 "너는 이미 수영을 할 수 있어"라고 하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면 허우적댑니다. '할 수 있다'와 '하고 있다' 사이에 뭔가가 빠져 있죠. 도겐은 바로 그 빠진 조각을 찾고 싶었어요. 일본의 어떤 스승도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바다를 건너기로 합니다.

1223년, 스물네 살의 도겐은 배에 올랐어요. 지금이야 비행기로 두세 시간이지만, 13세기에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길은 태풍과 해적과 굶주림을 견뎌야 하는, 목숨을 건 항해였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중국에서 그는 여러 절을 돌았지만 자꾸 실망했어요. 이름난 스승들의 말이 일본에서 듣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거든요.
거의 포기할 무렵, 천동산이라는 산속 절에서 여정이라는 스승을 만납니다. 여정은 화려한 설법도, 신비한 체험도 강조하지 않았어요.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새벽에 앉고, 낮에 앉고, 밤에 앉았죠. 어느 새벽, 졸던 제자에게 그가 호통을 쳤습니다. "수행이란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 순간 도겐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딸깍 맞아떨어졌어요.
안경을 쓴 채로 안경을 찾아 온 집을 뒤지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서랍을 열고 소파 밑을 보다가, 거울 앞을 지나며 깨닫습니다. "아, 이미 쓰고 있었네." 도겐이 본 게 바로 이거였어요. 깨달음은 먼 곳에 숨은 보물이 아니라, 찾아 헤매는 그 순간에도 이미 우리 안에 있던 것이었죠. 그는 2년쯤 뒤 빈손으로 일본에 돌아옵니다. 가져온 건 경전도 비법도 아닌, "그냥 앉아라"는 한마디뿐이었어요.

도겐의 가르침은 지관타좌라는 말로 압축됩니다. '오직 앉기만 하라'는 뜻이에요. 쉬워 보이죠? 그런데 직접 해 보면 압니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살짝 감아 보세요. 10초만 지나도 생각이 쏟아져요. "저녁 뭐 먹지", "아까 그 말 좀 이상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야". 우리 뇌는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합니다. 끊임없이 뭔가 하고, 계획하고, 판단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도겐의 '그냥 앉기'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보통 명상이라고 하면 "마음을 비우고 잡념을 없애 고요한 상태에 도달하자"는 그림을 그립니다. 명상에도 목표가 있는 거죠. 도겐은 이걸 뒤집었어요. 앉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요. 깨달음을 얻으려고 앉는 게 아니라, 앉는 그 순간이 이미 깨달음이라는 겁니다.
춤을 생각해 보면 쉬워요. 춤은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려고 추는 게 아니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그 순간이 곧 춤입니다. 도겐에게 수행도 그랬어요. 앉아서 숨을 느끼고,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바라보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완전한 것이었죠. "나는 아직 부족해, 더 해야 해"라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그는 봤습니다. 이미 완전한데 완전하지 않다고 믿는 것, 안경을 쓴 채 안경을 찾는 것이니까요.

요즘 명상과 마음챙김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기업은 생산성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들이고, "하루 10분 명상으로 집중력 향상" 같은 앱이 넘쳐나죠. 도겐이 이걸 봤다면 아마 고개를 저었을 거예요. 집중력을 높이려고,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앉는 것. 목적을 가진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그냥' 앉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명상이 건강에 좋다는 건 과학으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다만 도겐이 말하려던 건 그런 '효과'가 아니었어요.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달립니다.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나. '지금의 나'는 항상 부족하고 '미래의 나'가 되어야 한다고 믿죠. 도겐은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이 이미 충분하다고요. 이건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부족함을 채우려는 불안에서 출발하는 것과, 이미 충분한 나로서 평안하게 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도겐이 800년 전 산속 절에서 했던 일을 지금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지금 앉은 그 자리에서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살짝 감고, 숨이 들고 나는 것을 느껴 보세요. 생각이 떠오르면 쫓아가지도 밀어내지도 말고, 구름이 하늘을 지나가듯 그냥 두면 됩니다. 1분이면 충분하고, 30초라도 좋아요. 그 짧은 순간, 당신은 목적도 평가도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그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부모를 일찍 잃은 한 아이가 평생을 걸어 찾아낸 답이, 결국 '그냥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었다는 것. 어쩌면 그 멈춤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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