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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담사동은 삼강오륜 가운데 임금·아버지·남편은 위, 신하·자식·아내는 아래로 못 박아 놓은 '삼강'을 사람을 옭아매는 굴레로 봤어요. 참된 인(仁)이라면 위아래로 억누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막힘없이 통하는 평등한 사이여야 한다는 거예요.
먼저 삼강오륜이 무슨 말인지부터 짚어 볼게요.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옛 유교 사회가 사람 사이의 도리를 정리해 둔 규칙이에요.
'오륜'은 부모 자식은 친하게(父子有親), 임금과 신하는 의리로(君臣有義), 부부는 구별이 있게(夫婦有別), 어른과 아이는 차례가 있게(長幼有序), 벗은 믿음으로(朋友有信) 지내라는 다섯 가지예요. 문제는 '삼강'이었어요.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君爲臣綱),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父爲子綱), 남편은 아내의 벼리(夫爲妻綱)라고 못 박아요. 여기서 '벼리(綱)'는 그물을 잡아당기는 굵은 중심줄이에요. 그러니까 임금·아버지·남편은 줄을 쥔 손이고, 신하·자식·아내는 그 줄에 매달린 그물코라는 뜻이 되지요.
이 삼강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사람이 담사동(譚嗣同, 1865~1898)이에요. 청나라 말기에 서른셋에 처형된 사상가로, 《인학仁學》이라는 책에서 평등과 변혁을 외쳤어요.
담사동이 보기에 삼강의 가장 큰 병은 '위아래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신하는 임금에게, 자식은 아버지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오로지 복종만 하고, 반대쪽이 져야 할 책임은 슬그머니 흐려지거든요.
시소를 떠올려 보세요. 원래 시소는 두 사람이 번갈아 오르내려야 재미있는데, 한쪽에만 무거운 추를 얹어 두면 그 사람은 영영 땅바닥에 눌려 있을 수밖에 없어요. 삼강이 딱 그런 모양이라는 거예요. 아랫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눌린 자리에 고정돼 있으니까요. 담사동은 이렇게 사람을 붙들어 매는 삼강을 그물(網羅)에 비유했어요. 벼리라는 굵은 줄에 그물코가 묶이듯, 사람이 규칙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한다고 본 거죠. 그가 말한 참된 '인(仁)'은 서로 막힘없이 통하는 평등이었는데, 위아래로 눌러 막아 버리는 삼강은 그 통함을 끊어 버리는 셈이었어요.
담사동의 비판은 삼강 하나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떠받쳐 온 오랜 질서 전체로 뻗어 나가요. 《인학》의 이 구절이 유명해요.
二千年來之政,秦政也,皆大盜也;二千年來之學,荀學也,皆鄉愿也。惟大盜利用鄉愿,惟鄉愿工媚大盜。
풀이하면 이래요. "지난 2천 년의 정치는 진(秦)나라의 정치이니 모두 큰 도적이며, 지난 2천 년의 학문은 순자(荀子)의 학문이니 모두 향원(鄕愿)이다. 큰 도적은 향원을 이용하고, 향원은 큰 도적에게 아첨하는 데 능하다." 여기서 '향원'은 겉으로만 착한 척하는 위선적 처세술을 가리켜요.
쉽게 말하면, 폭군은 백성을 등쳐 먹는 도둑이고, 그 도둑에게 "임금과 아버지에게 무조건 복종하라"고 그럴듯한 명분을 대 준 학문은 도둑의 앞잡이였다는 거예요. 삼강이 도덕이 아니라 힘센 자를 지켜 주는 방패였다고 꼬집은 셈이지요.
삼강 중에서도 담사동이 가장 세게 부순 건 '임금은 신하의 벼리(君爲臣綱)'였어요. 그는 이렇게까지 말해요.
彼君之不善,人人得而戮之
"저 임금이 선하지 않다면 누구나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임금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것이 최고의 도리로 여겨지던 시대에, 이건 폭탄 같은 말이었어요.
담사동에게 임금은 하늘이 내린 절대자가 아니라, 백성이 필요해서 세운 일꾼에 가까웠어요. 회사로 치면 사장이 아니라, 일을 맡아 달라고 사람들이 뽑아 놓은 관리인 같은 거죠. 관리인이 제 일을 안 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당연하듯, 임금도 나쁘면 그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본 거예요. 신하를 임금에게 영원히 매어 두는 삼강의 밑동을 아예 뽑아 버린 주장이었어요.
담사동의 삼강오륜 비판은 결국 한 가지로 모여요. 태어난 자리로 위아래를 정해 놓고 아랫사람에게 복종만 시키는 관계는 도리가 아니라 굴레라는 것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들과 통해요. 부모와 자식도, 남편과 아내도, 윗사람과 아랫사람도 한쪽만 무조건 참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감각 말이에요. 담사동은 이 말을 글로만 남기지 않았어요. 개혁이 실패한 뒤 도망칠 수 있었는데도 남아 1898년에 처형됐는데, 그 자세한 이야기는 무술변법과 순교를 다루는 다른 글에서 만나요.
삼강오륜에서 '삼강'은 임금·아버지·남편을 벼리(굵은 줄)로, 신하·자식·아내를 그 줄에 매인 그물코로 고정하는 규칙이었어요. 담사동은 이 위아래의 일방 복종을 사람을 옭아매는 굴레로 보고, 2천 년 정치를 도적질이라 부르며 "나쁜 임금은 누구나 죽일 수 있다"고까지 말했어요. 그가 바란 것은 위아래로 누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통하는 평등이었어요. 삼강을 굴레라고 부른 그 한마디만 기억해도, 담사동이 무엇을 깨뜨리려 했는지 또렷이 잡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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