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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담사동은 유교의 '인(仁)'을 '사랑'이 아니라 '통(通)', 곧 만물이 서로 막힘없이 이어져 있음으로 다시 풀었어요. 다 이어져 있다면 사람 사이에 높낮이도 벽도 없으니, 인은 곧 평등이고 그 벽을 허무는 변혁이 됩니다.
담사동(譚嗣同)은 1865년에 태어나 1898년에 처형된 청나라 말의 사상가예요.
1895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지고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타이완까지 내주자, 그는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뿌리부터 다시 묻기 시작했어요.
그 답으로 1896년부터 1897년 사이에 쓴 책이 바로 《인학仁學》 상하 두 권이에요.
살아서는 펴내지 못했고, 그가 죽은 뒤 1899년에 친구 량치차오(梁啟超)가 일본에서 잡지에 연재하며 세상에 알려졌지요.
이 책은 무술변법의 첫 철학책으로 꼽혀요.
핵심은 딱 한 글자, '인(仁)'을 완전히 새롭게 읽은 데 있어요.
원래 유교에서 인은 흔히 '어짊', '남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배워요.
그런데 담사동은 인을 마음의 태도가 아니라 세상이 이어져 있는 방식으로 봤어요.
인의 핵심은 '통(通)', 곧 서로 통함·이어짐이라는 거예요.
와이파이를 떠올리면 쉬워요.
눈에는 안 보여도 온 집 안 기기가 하나의 신호로 이어져 있잖아요.
담사동이 본 세상도 그래요.
겉으로는 너와 나, 임금과 백성이 따로따로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하나로 다 연결돼 있다는 거죠.
그 '이어져 있음' 자체가 인이에요.
그는 이걸 체(體)와 용(用)으로 정리했어요.
인은 바탕(체)이고, 통은 그 바탕이 실제로 드러나는 작용(용)이자 으뜸 뜻(제일의)이에요.
참고로 그는 이 '이어주는 바탕'을 당시 서양 과학에서 빌려온 '에테르(以太)' 같은 것으로도 설명했는데, 이건 전통 유교의 인과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해석이라 따로 봐야 할 이야기예요.
여기서는 '인=통=만물이 이어져 있음'만 꼭 붙잡으면 돼요.
여기서 담사동 철학의 반전이 나와요.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해 있다면, 사람 사이에 원래부터 정해진 위아래는 있을 수 없어요.
큰 저수지 하나에 여러 수도관이 연결된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같은 물이 모든 관으로 흐른다면, 어느 관이 더 귀하고 어느 관이 더 천할까요?
그럴 수 없죠.
담사동에게 사람도 똑같아요.
모두 같은 '통' 안에 있으니, 임금이라고 위가 아니고 백성이라고 아래가 아니에요.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곧 평등의 근거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이렇게까지 말했어요.
"彼君之不善,人人得而戮之(피군지불선, 인인득이륙지)" — "저 임금이 선하지 않다면 누구나 그를 벌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임금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잘못하면 누구나 문제 삼을 수 있는 한 사람일 뿐이라는 거죠.
당시로선 목숨을 건 위험한 생각이었어요.
인이 '통(이어짐)'이라면, 세상의 문제는 반대말인 '막힘(塞)'에서 생겨요.
신분이 사람을 갈라놓고, 낡은 제도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을 때, 통해야 할 것이 막혀 병이 나는 거예요.
막힌 하수구를 떠올리면 돼요.
물은 원래 흘러야 하는데 무언가 꽉 막으면 온 집에 냄새가 퍼지죠.
담사동이 본 세상의 불평등과 억압이 바로 이 막힘이에요.
그러니 그의 철학에서 변혁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막힌 것을 뚫어 본래의 통함을 되찾는 일이에요.
평등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이어져 있던 상태로 되돌리는 거죠.
인을 '따뜻한 마음'이 아니라 '이어짐'으로 읽는 순간, 인은 조용한 덕목에서 벽을 허무는 힘으로 바뀌어요.
담사동이 인학에서 평등과 변혁을 함께 말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한 걸음 때문이었어요.
담사동의 인학은 유교의 인을 완전히 새로 읽은 철학이에요.
세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첫째, 인은 사랑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통(通)', 곧 만물이 서로 이어져 있음이에요.
둘째, 다 이어져 있으니 사람 사이에 정해진 위아래가 없고, 그래서 인은 곧 평등이에요.
셋째, 문제는 그 이어짐을 가로막는 '막힘'에 있고, 그 벽을 뚫는 일이 곧 변혁이에요.
그는 이 생각을 1896년부터 쓴 《인학》에 담았고, 임금조차 특별하지 않다는 데까지 밀고 나갔어요.
인 한 글자를 '이어짐'으로 바꿔 읽은 것, 그것이 담사동이 남긴 가장 큰 한 걸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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