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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에테르(以太)는 19세기 서양 과학자들이 온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고 믿은 보이지 않는 물질이에요. 담사동은 이 에테르가 만물을 하나로 잇는다고 보고, 그 이어짐 자체를 '인(仁)'이라 불렀어요. 그래서 신분·나라·남녀를 가르는 벽은 본래 없어야 할 것이 돼요.
먼저 담사동을 딱 한 줄로 소개할게요.
담사동(譚嗣同, 1865~1898)은 《인학(仁學)》을 써서 평등과 변혁을 외친 청나라 말기 사상가예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건 그 사람의 생애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설명하려고 끌어온 아주 특이한 개념 하나예요.
바로 '에테르'예요.
에테르는 한자로 以太(이태)라고 써요.
19세기 서양 과학자들은 빛이 어떻게 텅 빈 우주를 건너 우리 눈에 닿는지 궁금했어요.
소리는 공기가 있어야 전해지잖아요.
그래서 "빛도 뭔가를 타고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온 우주를 빈틈없이 채운 보이지 않는 물질을 상상했어요.
그게 에테르예요.
오늘날엔 틀린 이론으로 밝혀졌지만, 담사동이 살던 시대엔 세상을 설명하는 최신 과학이었죠.
그는 이 낯선 서양 개념을 붙잡아 자기 철학의 주춧돌로 삼았어요.
담사동은 이 에테르 개념에 무릎을 쳤어요.
눈에 안 보이면서도 온 세상 구석구석에 있고, 모든 것을 이어 주는 그 무엇.
이건 딱 철학이 오래 찾던 '만물의 바탕'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물속 물고기들은 저마다 떨어져 헤엄치는 것 같지만, 사실 같은 물 하나에 잠겨 있어요.
그 물이 온도도 전하고 흔들림도 전하죠.
담사동에게 에테르는 그런 '세상이라는 물'이었어요.
나와 너, 이 나라와 저 나라, 임금과 백성이 겉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에테르에 잠겨 서로 통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는 이 '이어 줌'에 이름을 붙였어요.
유교에서 가장 소중히 여긴 글자, 바로 인(仁)이에요.
원래 인은 '어질다', '사랑'쯤으로 풀던 도덕 개념인데, 담사동은 여기에 완전히 새 옷을 입혔어요.
인은 착한 마음씨가 아니라, 만물을 잇는 에테르 그 자체라고 본 거죠.
담사동의 설명 구조를 좀 더 뜯어볼게요.
그는 두 한자를 짝지어요.
체(體)와 용(用).
체는 '몸통', 용은 '쓰임'이에요.
나무로 치면 나무 자체가 체, 그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일이 용이죠.
| 한자 | 뜻 | 담사동의 자리매김 |
|---|---|---|
| 인(仁)·에테르(以太) | 만물의 바탕 | 체(體), 몸통 |
| 통(通) | 서로 통함·이어짐 | 용(用)이자 제일의(第一義) |
담사동은 인(에테르)을 '체', 곧 세상의 몸통으로 놓았어요.
그리고 그 몸통이 실제로 하는 일인 통(通), 곧 서로 막힘없이 통하는 것을 '용'이자 제일의(第一義·가장 으뜸가는 뜻)로 삼았죠.
쉽게 말하면 이래요.
세상의 본바탕은 만물을 잇는 에테르이고, 그 바탕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막힘없이 통하기'라는 거예요.
이게 왜 중요할까요?
만약 세상 만물이 하나의 에테르로 이어져 서로 통하는 게 본래 모습이라면, 사람들 사이를 '막는' 것은 전부 부자연스러운 게 돼요.
신분의 벽, 남자와 여자의 벽, 우리나라와 남의 나라의 벽.
이런 건 에테르의 통함을 억지로 끊는 '막힘'일 뿐이죠.
물길로 비유해 볼게요.
물은 원래 낮은 곳으로 흘러 어디든 이어져요.
그런데 누가 중간에 둑을 쌓아 물을 가두면 한쪽은 넘치고 한쪽은 말라요.
담사동이 보기에 낡은 신분 질서가 바로 그 둑이었어요.
에테르 형이상학은 "그 둑을 허물어야 물이 제대로 흐른다"는 주장의 밑바탕이 된 거예요.
그가 왜 그토록 평등과 변혁을 외쳤는지, 이 형이상학을 알면 뿌리가 보여요.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어요.
이 에테르 개념은 담사동이 서양 과학에 유교, 불교, 기독교, 묵자 사상까지 섞어 만든 아주 독특한 자기만의 해석이에요.
그래서 옛 유교의 '인'과 똑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예요.
담사동의 에테르 형이상학은 이렇게 기억하면 돼요.
첫째, 에테르(以太)는 온 우주를 채우고 만물을 잇는다고 믿어진 19세기 과학 개념이에요.
둘째, 담사동은 이 에테르를 유교의 인(仁)과 하나로 보아 세상의 몸통(체)으로 삼았어요.
셋째, 그 몸통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통함(通), 곧 서로 막힘없이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사람 사이를 가르는 벽은 본래 없어야 할 '막힘'이 되고, 여기서 평등과 변혁의 철학이 자라났죠.
보이지 않는 과학 물질 하나에서 "만물은 이어져 하나다"라는 생각을 길어 올린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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