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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고염무는 옛 경전의 뜻을 제대로 알려면 먼저 글자를 따지고, 글자를 따지려면 그 글자를 옛사람이 어떻게 소리 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짐작 대신 증거를 하나하나 맞춰 보는 고증학이 바로 '옛 소리 연구'에서 시작됐답니다.
오래된 옛날 노래를 지금 말투로 읽으면 어쩐지 각운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분명 노래니까 끝소리가 착착 맞게 지어졌을 텐데, 시간이 흘러 발음이 바뀌면서 어긋나 버린 거예요.
고염무(1613~1682)는 바로 이 어긋남을 파고든 사람입니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선 어지러운 시대의 학자였는데, 그는 옛 책을 제대로 읽는 열쇠가 '옛날 발음'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두 단어를 먼저 풀어 볼게요.
'음운학'은 말소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따지는 공부예요.
'고증학'은 옛 문헌을 읽을 때 느낌이나 짐작으로 넘기지 않고, 증거를 하나하나 대조해 확인하는 학문이고요.
고염무는 이 둘을 하나로 묶었어요.
옛 경전을 알려면 소리부터 밝혀야 한다고 못 박은 거죠.
고염무는 이렇게 말했어요.
"讀九經自考文始, 考文自知音始(독구경자고문시, 고문자지음시)", 즉 "구경(아홉 가지 경전)을 읽는 것은 문자를 고증하는 데서 시작되고, 문자 고증은 음운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는 뜻이에요.
순서를 거꾸로 훑어 볼까요?
경전의 뜻을 알려면 → 글자를 정확히 따져야 하고 → 글자를 따지려면 → 그 글자의 옛 소리를 알아야 한다.
이렇게 뿌리까지 내려가면 결국 '소리'에 닿습니다.
왜 소리가 뿌리일까요?
옛날에는 뜻이 비슷하거나 소리가 같은 글자를 서로 바꿔 쓰는 일이 흔했어요.
그래서 지금 발음만 알고서는 '이 글자가 원래 무슨 글자였나'를 못 풀어요.
마치 옛 편지의 흐릿한 글씨를 읽을 때,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했는지 알면 헷갈리는 글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과 같아요.
고염무에게 옛 소리는 경전 해석이라는 큰 건물의 주춧돌이었던 셈입니다.
이 생각을 담은 책이 《음학오서(音學五書)》예요.
서른여덟 권짜리 큰 책으로, 고대 중국어의 소리를 분석한 저작이에요.
혼자 뚝딱 만든 게 아니라, 명나라 학자 진제(陳第)가 먼저 닦아 놓은 음운 연구 방법을 이어받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 결과였어요.
앞선 사람의 어깨를 딛고 올라선 거죠.
놀라운 건 이 책을 다듬은 시간이에요.
무려 30년에 걸쳐 다섯 차례나 고쳐 썼어요.
한 번 쓰고 끝낸 게 아니라, 새 증거가 나오면 다시 손보고 또 손보기를 반복한 거예요.
옛날 방식은 옛 동전을 녹여서 새 동전을 찍어 내듯 앞사람 말을 대충 베끼는 거였는데, 고염무는 그걸 싫어했어요.
반드시 원래 출전을 확인하고 첫 자료로 거슬러 올라가 확인했죠.
참고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세상에 나온 책은 딱 두 종뿐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음학오서》였어요.
그만큼 아끼고 공들인 작업이었던 거예요.
고염무의 방식은 그 시대엔 낯선 태도였어요.
당시 유행하던 공부는 마음이나 본성 같은 큰 이야기를 머릿속으로만 굴리는 쪽이었거든요.
고염무는 그런 뜬구름 대신 손에 잡히는 증거를 붙들었어요.
이렇게 사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파고드는 학풍을 '박학(樸學)'이라 불렀고, 이게 훗날 청나라 학문의 큰 흐름이 됐어요.
뒷사람들은 그를 청대 고증학의 개조, 즉 문을 처음 연 사람으로 꼽아요.
근대 학자 량치차오는 이렇게 평했어요.
"論淸學開山之祖, 舍亭林沒有第二箇人", 즉 "청나라 학문의 문을 연 시조를 논하자면, 정림(고염무의 호) 말고는 두 번째 사람이 없다"고요.
왕부지·황종희와 더불어 '명말삼대유'로도 불렸고요.
작은 소리 하나를 파고든 고집이 한 시대 학문의 출발점이 된 셈이에요.
고염무의 음운학은 '옛 소리를 알아야 옛 글을 제대로 읽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경전의 뜻 → 글자 → 소리로 뿌리까지 파고든 그는, 짐작 대신 증거를 대조하는 태도를 세웠어요.
그 결과물이 30년간 다섯 번 고쳐 쓴 《음학오서》이고, 이 꼼꼼함이 청나라 고증학의 첫 단추가 됐습니다.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주장할 때 '근거부터 확인하자'고 말한다면, 그 태도의 오래된 뿌리 하나가 여기 있다고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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