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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예악형정은 예(禮, 질서)·악(樂, 마음)·형(刑, 벌)·정(政, 정치)이라는, 옛 성왕이 세상을 다스리려고 직접 만들어 낸 네 가지 제도를 함께 부르는 말이에요. 소라이는 이 도(道)가 하늘이 미리 정해 둔 원리가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만든 장치라고 봤어요.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1666~1728년)는 일본 에도 시대의 유학자예요.
이 사람의 생각 가운데 오늘 우리가 볼 것은 딱 하나, '예악형정'이라는 네 글자예요.
네 글자를 하나씩 떼어 보면 이래요.
예(禮)는 사람들이 지키는 질서와 예절, 악(樂)은 함께 듣고 부르며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 형(刑)은 잘못을 바로잡는 벌과 법, 정(政)은 나라를 굴리는 행정과 정치예요.
새 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볼까요.
자리 배치와 인사법 같은 규칙(예), 다 같이 부르는 반 노래(악), 떠들면 받는 벌칙(형), 청소 당번을 정하는 운영(정).
이 네 가지가 갖춰져야 반이 굴러가지요.
소라이는 옛날 훌륭한 임금들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반을 위해 바로 이 네 가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봤어요.
그 묶음이 예악형정이에요.
보통 '도(道)'라고 하면 하늘 어딘가에 원래부터 있던 우주의 이치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소라이는 그렇게 보지 않았어요.
그는 도가 우주에 미리 깔려 있던 원리가 아니라, 옛 성인(고대 중국의 훌륭한 임금들)이 사람 세상을 잘 굴러가게 하려고 직접 만들어 경전에 적어 둔 인위적인 제도라고 봤어요.
그럼 그 제도가 구체적으로 뭐냐고 물으면, 답이 바로 예악형정이에요.
소라이는 이 도가 크게 예(禮)와 악(樂)으로 나뉜다고 했어요.
예는 바깥의 사회 질서를 잡고, 악은 안쪽의 마음을 기르는 일을 맡지요.
여기에 벌을 다루는 형(刑)과 정치를 다루는 정(政)이 더해져, 세상을 다스리는 네 가지 도구가 완성돼요.
성인이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려고 이(理)를 '세웠다'는 것, 즉 없던 것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소라이 사상의 핵심이에요.
네 가지가 맡은 몫을 표로 나눠 보면 이래요.
| 글자 | 맡은 일 | 반 비유로 보면 |
|---|---|---|
| 예(禮) | 바깥의 질서와 예절을 잡음 | 자리 배치와 인사 규칙 |
| 악(樂) | 안쪽의 마음을 다독이고 기름 | 다 같이 부르는 반 노래 |
| 형(刑) | 잘못을 바로잡는 벌과 법 | 규칙을 어겼을 때의 벌칙 |
| 정(政) | 나라를 굴리는 행정과 정치 | 당번·행사를 정하는 운영 |
재미있는 건 소라이가 마음을 다루는 방법으로 억지 설교가 아니라 음악(악)을 넣었다는 점이에요.
그는 사람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자연스럽게 풀어 주는 걸 중요하게 여겼거든요.
벌(형)만으로 사람을 몰아세우는 게 아니라, 예로 몸가짐을 잡고 악으로 마음을 부드럽게 데우는 거죠.
이 넷이 서로 맞물려야 세상이 딱딱하지 않게 굴러간다고 본 거예요.
소라이보다 앞서 널리 퍼져 있던 성리학(주자학)은 도를 '천리(天理)', 곧 하늘이 미리 정해 둔 완전한 원리로 봤어요.
사람은 그 원리를 마음속에서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거였죠.
여기서 소라이가 크게 갈라져요.
| 구분 | 성리학의 도 | 소라이의 예악형정 |
|---|---|---|
| 도의 정체 | 하늘이 정해 둔 원리(천리) | 성인이 만든 제도 |
| 있던 것인가 | 원래부터 있음 | 사람이 새로 만듦 |
| 핵심 | 마음속 이치를 깨달음 | 예·악·형·정을 갖춤 |
한 가지 오해는 짚고 갈게요.
소라이가 유교 자체를 버린 건 아니에요.
그가 문제 삼은 건, 성리학자들이 옛 말을 제대로 몰라 경전을 잘못 읽었다는 방법의 문제였어요.
도를 하늘이 정한 원리로 뭉뚱그리지 말고, 성인이 실제로 만든 예악형정이라는 구체적인 제도로 또렷하게 보자는 거였죠.
예악형정을 '성인이 만든 것'이라고 본 데에는 묵직한 뜻이 숨어 있어요.
만든 것이라면, 언젠가는 사람 손으로 고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하늘이 못 박아 둔 원리라면 손댈 수 없지만, 제도라면 시대에 맞게 손볼 수 있지요.
실제로 소라이는 나중에 정치 개혁을 논한 『정담(政談)』을 써서 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에게 몰래 바쳤어요.
세상을 다스리는 일을 마음공부가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로 본 거예요.
이런 생각은 훗날 '막부 체제도 하늘이 정한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든 것 아니냐'는 물음으로도 번져 나갔어요.
규칙은 원래 그런 게 아니라 누군가 만든 것이라는 시선, 그래서 다시 물을 수 있다는 태도가 예악형정 안에 담겨 있는 셈이에요.
예악형정은 예(질서)·악(마음)·형(벌)·정(정치)이라는 네 가지 제도를 함께 부르는 말이에요.
소라이는 도를 하늘이 정한 원리가 아니라 옛 성인이 세상을 다스리려고 직접 만든 이 네 가지 장치로 봤어요.
성리학이 마음속 천리를 깨닫자고 했다면, 소라이는 눈에 보이는 제도를 갖추자고 했지요.
도가 '만든 것'이라는 이 한 걸음이, 제도는 사람 손으로 다시 고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는 것만 기억하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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