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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고문사학(古文辭學)은 『논어』 같은 유교 경전이 사실 옛 중국어로 쓰인 '남의 나라 글'이라, 일본식으로 뜻만 대충 새겨 읽지 말고 그 시대의 말과 글로 되돌려 읽어야 본래 뜻이 드러난다고 본 오규 소라이의 독법이에요.
혹시 외국 노래 가사를 한국어 발음으로만 대충 흥얼거려 본 적 있나요?
뜻은 하나도 모른 채 소리만 비슷하게 냈다면, 사실 그 노래를 '읽은' 게 아니죠.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1666~1728)가 옛 경전을 두고 걱정한 게 바로 이거예요.
소라이는 에도 시대에 활동한 유학자예요.
그가 세운 방법이 고문사학(古文辭學)인데, 이름을 풀면 '옛 고(古)·글월 문(文)·말 사(辭)'예요.
곧 '옛날 말과 글을 그 시대 그대로 읽는 공부'라는 뜻이에요.
그는 『논어』나 『맹자』 같은 책이 일본 사람에게는 사실상 외국어, 즉 아주 오래된 중국어로 쓰인 글이라고 봤어요.
그러니 일본식 습관대로 읽으면 뜻이 어긋난다는 거예요.
이 생각을 처음 담은 책이 『역문전제(譯文筌蹄)』였어요.
당시 일본에서는 한문을 읽을 때 '와쿤(和訓)'이라는 방법을 썼어요.
중국 글자에 일본말 뜻과 순서를 붙여 일본어처럼 바꿔 읽는 방식이에요.
편하긴 한데, 소라이가 보기엔 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남의 나라 옛글을 자기 나라 말버릇으로 옮기다 보니 '야마토 냄새(和臭)', 곧 일본식 냄새가 배어 원래 뜻이 흐려진다는 거예요.
비유하면 이래요.
외국 요리 레시피를 번역하면서 낯선 향신료를 죄다 간장과 된장으로 바꿔 버리면, 만들기는 쉬워도 그건 원래 그 요리가 아니잖아요.
소라이는 경전을 읽을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봤어요.
그래서 옛 중국의 말과 글, 즉 '고문사'를 그 자체로 익혀서, 성인들이 쓴 문장을 그들이 쓰던 언어 감각으로 되돌려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번역된 맛이 아니라 원래의 맛을 찾자는 거예요.
『역문전제』는 일종의 낱말 사전 같은 책이에요.
무엇을 정리했냐면, 일본식으로 읽으면 뜻이 뒤섞이는 한자들을 정리했어요.
예를 들어 고요할 정(靜)과 한가할 한(閑), 이 두 글자는 일본에서 모두 '시즈카(しずか)'라고 똑같이 훈독돼요.
그러니 일본 독자에게는 두 글자가 같은 말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원래 중국어에서 정(靜)은 '움직임이 멈춘 고요함'에 가깝고, 한(閑)은 '바쁘지 않은 한가로움'에 가까워요.
훈이 같다고 뜻까지 같은 건 아니에요.
| 한자 | 일본식 훈독 | 원래 중국어 뜻 |
|---|---|---|
| 靜 | 시즈카 | 움직임이 멎은 고요함 |
| 閑 | 시즈카 | 여유롭고 한가로움 |
소라이는 이렇게 섞여 버린 글자들을 하나하나 갈라, 중국어 본래 뜻을 밝혔어요.
어찌 보면 '오독 방지 사전'을 만든 셈이에요.
이게 고문사학의 출발점이었어요.
소라이의 이 방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에요.
그는 명나라(明代) 때 중국에서 일어난 '고문사(古文辭)' 운동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이 운동은 글쓰기의 모범을 옛것에서 찾자는 신고전주의 흐름이었어요.
산문은 진나라·한나라(秦·漢) 시대를, 시는 당나라(唐代)를 본보기로 삼았죠.
대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리판룽(李攀龍, 1514~1570)이에요.
소라이 학파가 훗날 '고문사(古文辭) 학파'로도 불린 건 이 영향 때문이에요.
쉽게 말하면, 좋은 글을 쓰려면 요즘 유행하는 문체가 아니라 가장 뛰어났던 옛 시대의 글을 직접 익히라는 태도예요.
소라이는 이 '옛글로 돌아가자'는 태도를 글쓰기뿐 아니라 경전 읽기에도 그대로 끌어왔어요.
그래서 그는 후대의 주석에 기대지 말고, 성인들이 살던 시대의 언어로 직접 경전을 마주하라고 한 거예요.
가장 자주 하는 오해는 '소라이가 유교나 성리학 자체를 부정했다'는 생각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가 겨눈 것은 성리학자들의 '읽는 방법'이었어요.
후대 학자들이 옛말(古語)을 제대로 몰라 경전을 잘못 풀이했다고 본 거예요.
곧 유교라는 가르침의 결함이 아니라, 후대 주석의 결함을 지적한 셈이에요.
이런 문제의식은 그의 책 『논어징(論語徵)』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앞서 활동한 이토 진사이의 해석과 주자의 주석을 함께 되짚어 본 작업이었어요.
또 하나.
고문사학은 단순한 어학 공부처럼 보이지만, 소라이에게는 '성인이 남긴 본래의 뜻을 되찾는' 길이었어요.
그 뜻이 무엇인지, 즉 선왕의 도(先王之道)나 예악형정 같은 내용은 또 다른 이야기라 여기서는 접어 둘게요.
다만 그 큰 이야기의 열쇠가 바로 '옛말을 옛말대로 읽기'였다는 점만 기억하면 돼요.
고문사학은 어렵게 들리지만 뼈대는 간단해요.
경전은 오래된 외국어로 쓰인 글이니, 일본식 습관으로 뜻만 대충 옮기지 말고 그 시대의 말과 글로 되돌려 읽자는 거예요.
그래서 소라이는 훈독의 '일본식 냄새'를 경계했고, 뜻이 뒤섞인 글자들을 『역문전제』로 갈라 놓았으며, 명대 고문사 운동의 '옛글로 돌아가기'를 경전 읽기에 끌어왔어요.
이건 유교를 버리자는 말이 아니라, 원문을 원문답게 읽어 성인의 본뜻을 되찾자는 방법이었다는 점, 이 하나만 붙들면 고문사학의 핵심은 손에 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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