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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중조사실》은 에도 시대 사상가 야마가 소코가 "세계의 진짜 중심, 곧 '중화(中華)'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라고 주장한 책이에요. 근거는 단 하나, 일본의 황실 혈통이 한 번도 끊긴 적 없다는 '만세일계(萬世一系)'였어요.
'중화(中華)'라는 말 들어보셨죠?
원래는 중국이 스스로를 부르던 이름이에요.
'세상의 한가운데에 있는, 문명이 가장 빛나는 나라'라는 자부심이 담긴 말이죠.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중화'는 곧 중국을 뜻했어요.
그런데 에도 시대 일본의 유학자이자 병학자였던 야마가 소코(1622년~1685년)는 만년에 쓴 《중조사실(中朝事實, 주초 지지쓰)》에서 이 이름표를 슬쩍 일본에 붙여요.
'진짜 중화, 진짜 세계의 중심은 일본'이라고요.
책 제목의 '중조(中朝)'가 바로 '중화'와 같은 뜻이에요.
반에서 늘 반장을 도맡던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다른 친구가 "사실 반장감은 나야"라고 손을 든 셈이죠.
이 책은 그 손을 든 이유를 조목조목 적은 글이라고 보면 돼요.
야마가는 먼저 이렇게 따져요.
세상에서 스스로 '중심'이라 부를 자격이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그는 기후를 봤어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화한 땅이라야 사람이 살기 좋고 문명이 자란다고 봤고, 그런 곳은 중국과 일본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후보는 두 나라로 좁혀진 거예요.
그리고 이 둘 중에서 누가 진짜 중심이냐를 가릴 결정적 잣대를 하나 꺼내요.
바로 '나라를 세운 뿌리가 얼마나 곧게 이어졌느냐'였어요.
야마가는 일본이 처음부터 '중국심(中國心)', 곧 '스스로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마음'으로 세워진 나라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남의 나라를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자기 발밑을 중심으로 여기라는 이야기예요.
야마가가 내민 증거는 하나로 압축돼요.
일본의 황실 혈통이 처음 신들로부터 이어진 뒤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는 '만세일계(萬世一系)'예요.
그는 일본의 옛 역사책 《일본서기(日本書紀)》를 근거로 삼아 이 주장을 폈어요.
반대로 중국을 보면, 하나라·은나라·주나라처럼 왕조가 계속 바뀌었죠.
힘센 사람이 앞 왕조를 뒤엎고 새 나라를 세우는 일이 되풀이됐어요.
야마가는 이 차이를 이렇게 읽었어요.
중국은 뿌리가 여러 번 갈아엎어졌지만, 일본은 한 줄기로 곧게 이어졌으니 일본이 더 우월하다고요.
마치 여러 번 주인이 바뀐 가게보다, 대를 이어 한집안이 지켜 온 오래된 가게를 더 정통으로 쳐 주는 마음과 비슷해요.
| 견주는 잣대 | 중국 | 일본 |
|---|---|---|
| 왕조·혈통 | 여러 번 뒤바뀜 | 만세일계로 이어짐 |
| 야마가의 판정 | 정통이 끊겼다 | 정통이 온전하다 |
| 근거로 든 책 | — | 《일본서기》 |
다만 이 책에서 일본을 찬미하는 유명한 대목은 지금 확인되는 자료에 번역문만 전할 뿐 원문이 함께 남아 있지 않아, 여기서는 그 뜻만 옮겨 두는 게 정확해요.
당시 일본 학자들은 대부분 중국의 역사·문학·철학만 파고들었어요.
글도 대개 한문으로 썼고, 일본어로 책을 쓰는 학자는 아주 드물었죠.
늘 남의 집 족보만 외우고 정작 자기 집 내력은 모르는 상태에 가까웠어요.
야마가는 그런 분위기가 답답했던 것 같아요.
《중조사실》은 '우리 발밑에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걸 일본 학자들에게 일깨우려는 책이었어요.
자기 나라의 뿌리를 똑바로 보자는 외침이었던 셈이죠.
그가 일본 고학파(古學派)의 창시자로 꼽히는 것도, 이렇게 남의 해석에 기대지 않고 근본을 직접 파고드는 태도와 이어져 있어요.
《중조사실》은 '내 나라의 역사를 스스로 존중하자'는 건강한 마음과, '그래서 우리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위험한 결론이 한 몸으로 붙어 있는 책이에요.
자기 뿌리를 아끼는 것과, 그 아낌을 '우월함'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죠.
실제로 이 책이 품은 일본 중심의 자부심은 훗날 막말기의 요시다 쇼인 같은 사람에게까지 이어져 영향을 남겼어요.
그래서 이 책은 두 가지를 함께 배우게 해요.
자기 역사를 아는 일은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 자부심이 '우리만 옳다'는 판정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중조사실(中朝事實)》은 야마가 소코가 '세계의 참된 중심인 중화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주장한 책이에요.
온화한 기후를 지닌 나라를 중국과 일본으로 좁힌 뒤, 황실 혈통이 한 번도 끊기지 않은 '만세일계'를 근거로 일본이 더 우월하다고 봤고, 《일본서기》를 그 증거로 들었어요.
그가 이 책을 쓴 까닭은 중국만 우러르던 당대 학자들에게 자기 나라 역사의 무게를 일깨우려는 데 있었어요.
자기 뿌리를 존중하는 마음과 남보다 우월하다는 단정이 한데 붙어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갈라 읽는 것이 이 책을 오늘 다시 볼 때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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