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사도(士道)는 야마가 소코가 세운 무사의 윤리예요. 농사·수공·장사로 먹고사는 백성과 달리 무사는 생산을 하지 않으니, 그 대신 학문(문)과 무예(무)를 함께 갈고닦아 백성의 도덕적 본보기가 되어 자기 존재를 떳떳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반에서 청소도 안 하고 준비물도 안 챙기는데 자리만 차지하는 친구가 있다면, 다들 "쟤는 왜 여기 있지?" 싶겠죠.
에도 시대에 무사가 딱 그런 처지였어요.
큰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지자, 칼을 찰 일은 거의 없는데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으면서 봉급만 받는 계급이 되어 버린 거예요.
야마가 소코(1622년부터 1685년까지 산 에도 시대 전기의 유학자이자 병학자)는 바로 이 물음에 답했어요.
무사가 놀고먹는 자가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가 내놓은 답이 사도(士道), 곧 '선비(士)로서 무사가 걸어야 할 길'이에요.
핵심은 이거예요.
무사는 손으로 물건을 만들지 않는 대신, 사람의 도리를 몸소 보여 주는 도덕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야마가는 무사에게 딱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개의 날개를 요구했어요.
문(文)과 무(武)예요.
그가 남긴 글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士不可不备文武之德知。
풀이하면 '무사는 문무의 덕과 지혜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밖으로는 검과 활, 말타기 같은 무예를 익혀 나라를 지킬 힘을 기르고, 안으로는 임금과 신하, 벗과 벗, 부모와 자식,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 사이의 도리에 힘써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문의 도를 마음으로 삼고 무의 대비를 밖으로 조율한다'고 덧붙였죠.
무예는 겉옷이고, 사람의 도리를 아는 학문이 속마음이라는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그래야 농사짓는 사람, 물건 만드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이 세 백성이 무사를 스승으로 우러르며 '아,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배우기 때문이에요.
무사는 힘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바르게 사는 모습으로 사회의 기둥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야마가는 평화로운 시절일수록 무사에게 학문과 역사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어요.
이건 무사가 단순한 군인에서 정치와 학문을 이끄는 지도층으로 바뀌는 흐름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해요.
사도라고 하면 흔히 부시도(武士道)와 같은 말이라고 여기기 쉬워요.
하지만 둘은 결이 달라요.
한 연구자는 야마가의 사도론을 '부시도보다 덜 급진적인 이론'이라고 콕 집어 구분해요.
표로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 사도(士道) | 흔히 말하는 부시도(武士道) | |
|---|---|---|
| 중심 물음 | 무사는 어떻게 떳떳한 존재가 되나 | 무사는 어떻게 목숨을 바치나 |
| 강조점 | 학문·도덕·백성의 본보기 | 죽음의 각오와 충절 |
| 무사의 상 | 전사이자 성인(전사-성인) | 무예와 헌신의 화신 |
야마가는 무사를 유교적 순수함의 본보기이자, 그 길에서 벗어난 자를 바로잡는 존재, 곧 '전사이면서 성인'인 사람으로 그렸어요.
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바르게 살 줄 알아서 남을 이끄는 사람이 진짜 무사라는 뜻이죠.
다만 야마가에게도 서늘한 면이 있어요.
그는 임금과 신하의 위아래 구별이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법칙'이라며, 군주의 악함이 옛 폭군인 걸왕이나 주왕만큼 심하더라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업신여길 도리는 없다고 했어요.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한 거예요.
오늘의 눈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무사에게 '책임의 무게'를 지우려 했던 시대의 사고로 읽을 수 있어요.
사도가 던지는 물음은 사실 아주 현대적이에요.
'나는 무엇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이 자리에서 봉급을 받아도 괜찮은가.'
관리자든 전문가든, 직접 물건을 만들지 않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치는 질문이죠.
야마가의 답은 이랬어요.
남들이 배우고 싶어 할 만큼 바르게, 잘 배운 사람으로 살라는 거예요.
그게 네 자리의 값이라는 거죠.
사도(士道)는 야마가 소코가 세운 무사 윤리예요.
생산을 하지 않는 무사가 놀고먹는 자가 되지 않으려면, 무예(무)와 학문·도덕(문)을 함께 갖춰 농사짓는 사람·물건 만드는 사람·장사하는 사람, 이 세 부류 백성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죽음의 각오를 앞세운 부시도와 달리, 사도는 학문과 도덕을 앞세운 '전사-성인'을 이상으로 삼았어요.
만들지 않는 자리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떳떳한가라는 물음이, 사도의 진짜 알맹이예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