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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븐 할둔은 물건의 값어치가 대부분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일에서 나온다고 봤어요. 재료가 저절로 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누군가 땀 흘려 일을 보태야 부가 생긴다는 뜻이에요.
마트에 놓인 사과 하나와, 그 사과로 구운 애플파이를 떠올려 볼까요? 같은 사과인데 파이가 훨씬 비싸죠. 왜냐하면 사과를 깎고, 반죽하고, 오븐에 굽는 사람의 손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이 간단한 이야기가 바로 이븐 할둔이 700년 전에 꺼낸 생각의 핵심이에요.
이븐 할둔은 1332년 튀니스에서 태어나 1406년에 세상을 떠난 학자예요. 그가 알제리 산골에 숨어 지내며 6개월 만에 쓴 《무깟디마》(서설)에는 놀라운 대목이 있어요. 물건의 값어치 대부분은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노동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죠. 조지타운대의 이브라힘 오웨이스 교수는 이 생각이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같은 서양 경제학자들보다 수백 년 앞선 '노동가치론'의 원형이라고 봤어요. 다만 조심할 게 있어요. 이건 후대 학자의 해석이고, 이븐 할둔 자신이 이걸 '노동가치론'이라고 이름 붙이거나 정식 이론으로 정리한 적은 없어요.
이븐 할둔은 사람에게 '피크르'(fikr), 곧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봤어요. 이 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일을 나눠 맡고 조직을 짜죠. 이걸 우리는 '분업'이라고 불러요.
빵 한 덩어리를 생각해 볼게요. 혼자서 밀을 기르고, 낟알을 빻고, 반죽하고, 불을 지펴 굽기까지 다 하려면 엄청 힘들어요. 그런데 농부, 방앗간 주인, 제빵사가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맡으면 훨씬 많은 빵을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여러 사람의 일이 겹겹이 쌓여서 물건이 완성돼요. 그러니 빵값 안에는 그 모든 사람의 노동이 녹아 있는 셈이죠. 이븐 할둔에게 부(富)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일해서 쌓아 올리는 것이었어요.
이븐 할둔은 돈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이 있었어요. 돈은 금이나 은처럼 그 자체로 값어치를 지닌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봤죠. 종이돈이나 그냥 숫자가 아니라, 무게를 재면 실제 값이 나오는 물건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는 무게 기준도 아주 꼼꼼히 적었어요. 금화인 1디나르는 1미스칼과 같아야 하는데, 이는 보리 낟알 72개의 무게, 약 4.25그램이에요. 은화 쪽을 보면 7디나르의 무게가 10디르함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왜 이렇게 따졌을까요? 돈의 값어치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재료 자체에 값이 담겨 있으면, 힘 있는 사람이 마음대로 돈을 부풀리거나 값을 떨어뜨리기 어렵거든요. 노동으로 쌓은 부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마음이 여기에도 담겨 있어요.
이븐 할둔은 나라 살림에 대해서도 재미난 관찰을 남겼어요. 관료들이 세금을 지나치게 걷고 규칙을 너무 많이 만들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솜씨를 갈고닦는 힘이 꺾인다고 봤죠. 그가 보기에 관료는 장사의 세계를 잘 모르고, 상인처럼 이윤을 좇는 마음도 없어서 경제를 짓누르기 쉬웠어요.
흥미롭게도 1981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이 생각을 자기 경제정책의 뿌리로 끌어왔어요. 왕조 초기에는 세율이 낮아도 세수가 크고, 왕조 말기에는 세율이 높아도 세수가 적다는 이븐 할둔의 말을 인용했죠. 세금을 너무 무겁게 매기면 사람들이 일할 맛을 잃어 오히려 나라 곳간이 빈다는 이야기예요. 700년 전 학자의 관찰이 현대 정치인의 입에서 되살아난 셈이죠.
이븐 할둔의 경제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묶을 수 있어요. 부는 사람의 노동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사과가 파이가 되듯, 물건의 값어치는 그 안에 들어간 여러 사람의 일에서 생겨나요. 그래서 돈은 값어치가 흔들리지 않게 금과 은으로 만들어야 하고, 세금이 지나치면 일할 힘이 꺾여 나라가 기울어요. 이 모든 생각의 바탕에는 '함께 일해 쌓는 부'라는 그림이 놓여 있어요. 다만 이걸 '노동가치론'이라 부른 건 후대 학자들이지, 이븐 할둔 자신이 붙인 이름은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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