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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사비야는 한 무리가 '우리는 하나'라고 느끼며 똘똘 뭉치는 마음의 힘이에요. 이븐 할둔은 이 뭉치는 힘이 강한 집단이 권력을 잡고 왕조를 세우지만, 바로 그 성공 안에 스스로 풀어질 씨앗이 함께 들어 있다고 봤어요.
반 대항 축구 시합을 떠올려 보세요.
평소엔 티격태격하던 친구들도, 옆 반과 붙는 순간 갑자기 '우리 반'이 되어 한 몸처럼 뛰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서로를 밀어주고, 지면 같이 분해하죠.
이렇게 '우리는 한 편'이라는 느낌 하나로 무리가 똘똘 뭉치는 힘, 이게 바로 아사비야예요.
이 말은 아랍어 아사비야('aṣabiyyah)에서 왔어요.
우리말로는 '집단결속', '연대', '부족주의' 등 여러 가지로 옮기는데, 아직 딱 하나로 굳어진 번역어는 없어요.
그러니 낱말 자체보다 '무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끈끈함'이라는 느낌을 붙잡는 게 더 중요해요.
이 개념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 이븐 할둔이에요.
1332년 튀니스에서 태어난 학자인데, 1375년부터 알제리의 한 은거지에 틀어박혀 《무깟디마》라는 책을 썼어요.
그는 이 책에서 나라와 문명이 어떻게 일어나고 무너지는지를, 이 '뭉치는 힘' 하나로 설명하려 했어요.
이븐 할둔은 아사비야가 가장 진하게 생기는 곳으로 작은 혈연 집단, 곧 부족을 꼽았어요.
가족끼리, 같은 핏줄끼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서로를 감싸게 되잖아요.
특히 거칠고 험한 환경에서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 끈끈함이 훨씬 강해져요.
서로 등을 맞대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힘은 종교 같은 큰 믿음이 더해지면 훨씬 크게 부풀어요.
원래는 '우리 가족', '우리 부족'까지였던 울타리가, 같은 신앙을 나누는 순간 '우리 편'의 범위가 확 넓어지는 거죠.
작은 눈덩이가 굴러가며 커지듯, 뭉치는 힘도 이렇게 확대될 수 있어요.
이렇게 결속이 단단한 집단은 힘이 세요.
다들 한 방향을 보고 목숨 걸고 뛰니까요.
그래서 이런 집단이 결국 권력을 손에 쥐고 새 왕조를 세운다고 이븐 할둔은 봤어요.
나라를 세우는 건 재물이나 무기 이전에,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이 마음의 끈이라는 거예요.
여기서 이븐 할둔의 진짜 통찰이 나와요.
그는 한 사회가 위대한 문명이 되어 정점에 오르면, 그 뒤엔 반드시 쇠퇴기가 따라온다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권력을 잡고 편안해진 사람들은 예전만큼 절박하게 뭉칠 이유가 사라지거든요.
험한 시절을 함께 버티며 생긴 끈끈함이, 풍요 속에서 슬슬 느슨해지는 거죠.
성공이 곧 결속을 풀어 놓는 씨앗이 되는 셈이에요.
그 틈을 노리는 건 아직 거칠고 젊은 결속으로 뭉친 새 집단이에요.
이븐 할둔은 이들을 상대적으로 '야만인' 집단이라 불렀어요.
세련되진 않았지만 결속만큼은 팔팔하죠.
이들이 늙고 무른 문명을 정복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승자는 정복한 사회의 화려한 문화와 문예에 홀딱 반해 그것을 따라 하고 물들어 가요.
그러다 그들 역시 결속이 풀리고, 다시 새로운 '야만인' 집단에게 밀려나요.
뭉침 → 정복 → 풍요 → 느슨해짐 → 정복당함.
이 고리가 돌고 또 도는 거예요.
흥망을 가르는 건 성벽의 높이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진하게 '우리'로 느끼느냐라는 것이 이븐 할둔의 답이었어요.
| 흥할 때의 집단 | 쇠할 때의 집단 |
|---|---|
| 결속이 진하고 팔팔함 | 풍요에 익숙해져 느슨함 |
| 함께 살아남으려 뭉침 | 굳이 뭉칠 이유가 옅어짐 |
| 거칠지만 활력 있음 | 세련됐지만 힘이 빠짐 |
아사비야는 한 무리를 '우리는 하나'로 묶어 주는 뭉치는 힘이에요.
이 힘은 작은 혈연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생기고 종교 같은 큰 믿음으로 더 커지며, 결속이 단단한 집단이 권력을 잡아 왕조를 세워요.
하지만 성공해서 편안해지면 그 힘이 스스로 풀리고, 더 젊고 거친 결속으로 뭉친 새 집단에게 자리를 내줘요.
이 뭉침과 풀림의 반복으로 문명의 흥망을 읽어 낸 사람이 이븐 할둔이고, 그래서 그는 사회의 흥망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하려 한 첫 학자로 꼽혀요.
오늘도 회사든 동아리든, 처음의 끈끈함이 성공 뒤에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면 이 오래된 통찰이 떠오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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