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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븐 할둔은 어떤 왕조든 거친 환경에서 함께 뭉친 힘으로 세워지고, 그 힘이 풍요 속에서 서서히 풀리면서 대개 네 세대를 지나면 활력을 잃고 더 젊고 굶주린 집단에게 자리를 내준다고 봤어요. 흥망은 우연이 아니라 세대를 따라 되풀이되는 흐름이라는 뜻이에요.
"부자 삼대 못 간다"는 말 들어보셨죠?
맨손으로 가게를 일군 할아버지, 그 옆에서 고생을 지켜본 아버지, 태어날 때부터 풍족했던 아들, 그리고 가업을 흥청망청 날려버리는 손자.
놀랍게도 700년 전 한 학자가 나라와 문명도 딱 이 순서로 흥하고 망한다고 정리해 뒀어요.
그 학자가 바로 이븐 할둔이에요.
14세기 북아프리카 튀니스에서 태어난 이븐 할둔(1332년부터 1406년까지)은 여러 왕조 밑에서 관리로 일하며 나라가 서고 무너지는 걸 두 눈으로 본 사람이었어요.
그가 은거 중에 쓴 책 《무깟디마》에서 내놓은 답이 오늘 이야기할 '문명 흥망 4세대설'이에요.
핵심은 간단해요.
하나의 왕조는 대략 네 세대를 지나면 처음의 힘을 잃고 스러진다는 거예요.
이븐 할둔은 왕조를 세우는 진짜 힘을 '집단을 하나로 묶는 결속력'에서 찾았어요.
거친 환경에서 함께 굶고 함께 싸운 집단일수록 이 결속력이 세다고 봤죠.
그런데 이 힘이 세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닳아요.
그 닳는 과정을 네 단계로 그리면 이렇게 돼요.
| 세대 | 상태 | 비유 |
|---|---|---|
| 1세대 | 거친 환경에서 함께 싸워 왕조를 세워요. 결속력이 가장 강해요 | 맨손으로 가게를 연 창업자 |
| 2세대 | 권력과 풍요를 맛보지만 고생하던 시절을 아직 기억해요 | 부모 밑에서 일을 배운 자식 |
| 3세대 | 태어날 때부터 풍족함만 알아요. 조상을 흉내만 내요 | 물려받은 걸 지키기만 하는 손자 |
| 4세대 | 결속력이 다 풀리고 사치와 나태에 빠져, 더 굶주린 집단에게 정복당해요 | 가업을 탕진하는 증손자 |
중요한 건, 무너진 왕조를 정복하는 다음 집단은 늘 상대적으로 '거칠고 촌스러운' 쪽이라는 점이에요.
이들이 세련된 도시를 차지하고 그 문화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새 또 4세대를 지나 새로운 거친 집단에게 자리를 내줘요.
이 오르내림이 계속 돌고 돈다고 본 거예요.
비결은 '고생의 기억'이 사라지는 데 있어요.
1세대는 맨바닥에서 시작했으니 서로를 목숨처럼 의지해요.
2세대는 그 고생을 곁에서 봤으니 아직 긴장을 놓지 않고요.
문제는 3세대예요.
이들은 태어나 보니 이미 궁전이 있고, 세금이 걷히고, 하인이 있었어요.
왜 뭉쳐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참아야 하는지 몸으로 겪은 적이 없죠.
그래서 3세대는 조상이 하던 방식을 뜻도 모른 채 흉내만 내고, 결속 대신 돈과 명령으로 사람을 부리려 해요.
마치 창업자의 열정은 사라지고 매뉴얼만 남은 회사 같아요.
이렇게 속이 비어가다가 4세대에 이르면, 겉은 화려해도 안은 텅 비어 작은 충격에도 무너져요.
이븐 할둔이 말한 결속력은 권력을 만들어 주는 동시에, 그 안에 몰락의 씨앗까지 함께 품고 있었던 거예요.
이 이야기는 옛 왕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에요.
잘나가던 회사가 창업자가 떠난 뒤 서서히 굳어가는 모습, 우승했던 팀이 몇 년 못 가 흔들리는 모습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여요.
성공이 만든 풍요가 성공을 만든 절박함을 지워버릴 때, 조직은 가장 약해진다는 거죠.
이븐 할둔이 대단한 이유는, 흥망을 하늘의 뜻이나 운으로 돌리지 않고 사람과 집단이 변해가는 규칙으로 설명하려 한 최초의 학자로 꼽힌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훗날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그를 두고 '오늘날 우리가 사회과학이라 부르는 것을 사실상 창시한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이븐 할둔의 4세대설은 하나의 문장으로 줄일 수 있어요.
왕조는 거친 결속력으로 세워지고, 그 힘이 풍요 속에서 세대마다 닳아, 대략 네 세대 만에 더 젊고 굶주린 집단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거예요.
1세대 창업, 2세대 유지, 3세대 흉내, 4세대 몰락이라는 순서만 기억하면 충분해요.
결국 왕조를 무너뜨리는 건 바깥의 침입자가 아니라, 궁전 안에서 태어나 절박함을 몰랐던 4세대, 그 가업을 탕진하는 증손자 자신이었던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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