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다섯 영원자(al-qudamā' al-khamsa)는 알 라지가 "세상이 생기기 전부터 시작 없이 늘 있어 온 것이 다섯 가지"라고 본 생각이에요. 신, 영혼, 물질, 시간, 공간 이 다섯이 영원했고, 세계는 신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뚝딱 만든 게 아니라 이 다섯이 서로 얽히면서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알 라지는 864년에서 865년쯤 지금의 이란 레이에서 태어나 925년쯤 세상을 떠난 페르시아 사람이에요.
바그다드와 레이의 큰 병원을 이끈 이름난 의사이면서, 이성으로 따져 묻기를 좋아한 철학자였지요.
그가 세계의 밑바탕을 설명하려고 내놓은 이론이 바로 '다섯 영원자'입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창조 이야기는 이래요.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신이 '있어라' 하니 세상이 생겼다."
그런데 알 라지는 여기에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는 세상이 생기기 전에 이미 다섯 가지가 시작도 없이 늘 있었다고 봤습니다.
신 혼자만 영원한 게 아니라, 신과 함께 영혼·물질·시간·공간, 이렇게 넷이 더 영원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섯 영원자'라고 부릅니다.
쉽게 요리에 빗대 볼게요.
무언가를 만들려면 만드는 사람, 쓸 재료, 재료를 늘어놓을 자리, 요리가 진행되는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걸 살아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죠.
알 라지의 다섯도 이와 닮았어요.
| 영원한 것 | 쉽게 풀면 | 요리에 빗대면 |
|---|---|---|
| 신(창조자) | 세계를 빚는 지혜로운 존재 | 요리사 |
| 영혼 | 생명과 움직임을 주는 것 | 요리하려는 마음 |
| 물질 | 세계를 이루는 재료 | 식재료 |
| 공간 | 재료가 놓이는 자리 | 도마와 부엌 |
| 시간 | 일이 벌어지는 흐름 | 익어 가는 시간 |
알 라지는 이 다섯이 서로 얽히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나왔다고 봤어요.
신이 재료까지 통째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재료를 가지고 세계를 빚었다는 그림이지요.
한번 생각해 봐요.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신은 무엇으로 세계를 만들까요?
재료가 없으면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알 라지는 물질이 늘 있었다고 봤어요.
또 재료를 어딘가에 놓아야 하니 공간이 있어야 하고, 만드는 일에는 앞뒤가 있으니 시간이 있어야 하죠.
여기에 생명과 움직임을 설명하려고 영혼을 더했어요.
말하자면 그는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설명이 잘 안 와닿았던 거예요.
의사답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재료와 자리와 시간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렀습니다.
알 라지가 살던 이슬람 황금시대에는 세계의 근본을 두고 여러 입장이 부딪혔어요.
크게 두 무리가 있었는데, 알 라지는 어느 쪽과도 딱 맞지 않았습니다.
| 입장 | 큰 생각 | 알 라지와 차이 |
|---|---|---|
| 팔라시파(철학자들) | 그리스 철학을 이어 세계를 설명 | 알 라지는 신 외에 넷도 영원하다고 봄 |
| 무타칼리문(신학자들) | 신학의 틀로 세계를 설명 | 알 라지는 물질을 쪼개지는 알갱이로 봄 |
특히 알 라지는 물질이 더는 쪼갤 수 없는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졌다는 원자론 쪽에 섰어요.
이 점에서 그는 두 무리 모두와 갈라섰습니다.
다섯 영원자라는 생각 자체가 당시로선 꽤 튀는 주장이었던 셈이죠.
여기서 꼭 짚을 점이 있어요.
알 라지가 남긴 종교·철학 책들은 지금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섯 영원자 이론도 그의 원본이 아니라, 대부분 그를 못마땅해했던 후대 사람들이 남긴 짧은 조각과 증언을 통해서만 전해져요.
반대편이 요약해 놓은 글이라, 알 라지의 진짜 생각이 얼마나 그대로 담겼는지는 학자들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알 라지는 이렇게 딱 잘라 믿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전해지는 큰 줄기를 이해하는 선에서 받아들이는 게 좋아요.
다섯 영원자는 알 라지가 세계의 밑바탕을 설명하려고 내놓은 그림이에요.
신, 영혼, 물질, 시간, 공간 이 다섯이 시작 없이 늘 있었고, 세계는 신이 무에서 만든 게 아니라 이 다섯이 얽혀 생겨났다고 봤지요.
재료와 자리와 시간이 처음부터 있어야 세계를 빚을 수 있다는 의사다운 생각이 밑에 깔려 있습니다.
다만 그의 원본이 남지 않아 적대적인 후대 기록으로만 전해진다는 점은 늘 기억해 두면 좋아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