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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알 라지가 말한 '절대 시간(al-zamān al-muṭlaq)'은 세상 만물이 움직이든 멈추든 상관없이, 시간 그 자체가 스스로 흐른다는 생각이에요. 해나 시곗바늘의 움직임으로 재는 시간과 달리, 아무것도 재지 않아도 이미 거기 있는 흐름이라는 뜻이죠.
먼저 아주 짧게만 소개할게요.
알 라지는 864년쯤 지금의 이란 레이에서 태어나 925년 무렵 세상을 떠난 페르시아 사람이에요.
병원에서 수백 명의 환자를 직접 본 의사이자, 이성과 관찰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철학자였죠.
그런 그가 시간을 두고 남긴 생각이 바로 '절대 시간'이에요.
빈 방을 하나 떠올려 볼까요.
그 안에 아무것도 없어요.
흔들리는 것도, 굴러가는 공도, 째깍거리는 시계도 없어요.
자, 그럼 이 방에는 시간이 흐를까요, 안 흐를까요?
많은 옛 철학자들은 "움직이는 게 하나도 없으면 시간도 없다"고 봤어요.
그런데 알 라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방이 텅 비어 아무것도 안 움직여도, 시간은 그 뒤에서 여전히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시간을 그는 '절대 시간'이라고 불렀어요.
아랍어로 알자만 알무틀라크(al-zamān al-muṭlaq), 즉 '얽매이지 않은 시간'이라는 말이에요.
알 라지의 세계관에는 처음도 끝도 없이 늘 있어 온 근본 바탕이 몇 개 있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간이었죠.
(이 근본 바탕들 전체 이야기는 '다섯 영원자'라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룰게요.)
(여기서는 시간만 봐요.)
시간이 그런 근본 바탕이라면, 시간은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겨우 생겨나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부터 있는 것이어야 해요.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이든 후든, 별이 돌든 안 돌든, 시간은 그 자체로 흘러가고 있어야 하죠.
왜 이런 결론에 끌렸을까요?
알 라지는 눈에 보이는 움직임 '너머'를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의사로서 그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믿지 않고, 그 아래 숨은 몸의 반응까지 따져 물었어요.
시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시간을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느낀다고 해서, 시간이 곧 해의 움직임인 건 아니라는 거죠.
해의 움직임은 시간을 '재는 눈금'일 뿐, 시간 그 자체는 그 눈금과 별개로 따로 있다고 본 거예요.
당시 널리 받아들여지던 생각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것이었어요.
그는 시간을 '움직임을 재는 척도'라고 봤어요.
쉽게 말해, 무언가가 움직여야 그걸 세면서 시간이 생긴다는 거죠.
알 라지는 여기에 고개를 저었어요.
두 입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래요.
| 물음 | 아리스토텔레스식 시간 | 알 라지의 절대 시간 |
|---|---|---|
| 시간이란? | 움직임을 세는 눈금 | 스스로 흐르는 흐름 그 자체 |
| 움직임이 없어도 있나? | 없다, 움직임이 있어야 있다 | 있다, 아무것도 안 움직여도 흐른다 |
| 무엇에 매여 있나? | 별과 만물의 운동에 매여 있다 |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다 |
비유하자면 이래요.
운동경기의 시간을 초시계로 잰다고 해봐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시간은 '선수가 뛸 때 눌러 세는 초시계'예요.
선수가 멈추면 셀 것도 없죠.
하지만 알 라지에게 시간은 '경기장 밖에서 아무도 안 봐도 계속 돌아가는 큰 벽시계'에 가까워요.
선수가 뛰든 말든, 그 벽시계는 자기 속도로 계속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초시계로 재는 건 그 큰 흐름의 한 조각일 뿐이고요.
한 가지 솔직하게 짚어둘 게 있어요.
알 라지가 시간을 다룬 철학책들은 지금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게 없어요.
그의 생각 대부분은, 그를 못마땅해하던 후대 학자들이 반박하려고 인용한 조각글들을 통해 짐작할 뿐이에요.
그래서 "알 라지가 절대 시간을 정확히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100퍼센트 단정하기는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분명한 건, 그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재는 시간'과 '스스로 있는 시간'을 나누어 생각했다는 점이에요.
이 구분 자체가 당시로선 꽤 대담했어요.
대다수가 따르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틀에 정면으로 다른 답을 내놓은 셈이니까요.
맹목적으로 따라 하기(타클리드)를 싫어하고 스스로 따져 묻기를 고집했던 그의 성격이 시간 이야기에도 그대로 드러나요.
알 라지의 절대 시간은 어렵게 들리지만 뼈대는 간단해요.
시간은 무언가가 움직여야 생기는 눈금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어도 스스로 흐르는 근본 바탕이라는 거예요.
빈 방에서도 흐르는 벽시계, 경기장 밖에서도 돌아가는 시계를 떠올리면 돼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움직임을 재는 척도'라 한 시간을, 알 라지는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흐름'으로 뒤집었죠.
다만 그의 원래 글이 거의 사라져 후대의 조각글로만 전해진다는 점은 기억해 두세요.
오늘 하나만 챙긴다면 이거예요.
시간을 '재는 도구'와 '그 자체로 있는 흐름'으로 나눠 본 사람이 천 년도 더 전에 있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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