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평범한 마음이 곧 도(道)'라는 마조 도일의 슬로건이에요. 깨달음은 저 멀리 특별한 경지에 있는 게 아니라, 밥 먹고 잠자고 걷는 지금 이 일상의 마음 자체가 이미 도라는 뜻입니다.
혹시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진짜 깨달은 사람은 뭔가 특별할 거야. 눈빛도 다르고,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못 도달할 곳에 있겠지."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년)이라는 중국 당나라 때 선사는 여기에 정반대로 답했어요.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한마디가 바로 平常心是道(평상심시도), 곧 '평범한 마음이 그대로 도(道)'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도'는 깨달음, 진리의 길을 뜻해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어떤 사람은 "진짜 좋은 물을 마시려면 히말라야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조는 "지금 네 앞 수돗물이 이미 그 물이야"라고 말한 셈이에요.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이 평범한 마음, 그 자체가 이미 도라는 거죠.
마조는 젊은 시절 앉아서 좌선(坐禪)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전해져요.
스승 남악회양(南嶽懷讓)이 그 옆에서 벽돌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마조가 "벽돌은 왜 가세요?" 하고 묻자 스승이 답했어요.
磨磚既不成鏡,坐禪豈得成佛 — '벽돌을 갈아도 거울이 될 수 없듯이, 좌선만 한다고 어찌 부처가 되겠느냐'는 말이었죠.
이 '벽돌을 갈아 거울 만들기' 일화(마전작경, 磨磚作鏡)는 흔히 마조가 크게 깨친 순간으로 소개돼요.
다만 옛 기록이 이걸 딱 잘라 '깨달음의 순간'이라 못 박은 건 아니어서,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중요한 건 방향이에요.
깨달음을 '지금 여기 밖의 어떤 목표'로 두고 그걸 향해 애쓰는 태도, 마조는 그 발상 자체를 뒤집었습니다.
특별한 상태를 만들어 내려 애쓰지 말고, 지금 이 평범한 마음을 그대로 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평상심시도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게 있어요.
'평상심'을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살자',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 편히 먹자' 정도로 읽는 거죠.
그건 이 말의 뜻이 아니에요.
마조가 말한 평상심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 더 가까워요.
학자 지아 진화(Jinhua Jia)의 설명을 빌리면, 마조는 맑음과 얼룩이 뒤섞인 인간의 자연스러운 일상 마음, 바로 그것을 곧 불성(佛性, 부처의 성품)과 같다고 봤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래요.
어떤 사상은 "흙탕물을 깨끗하게 걸러야 진짜 물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조는 "흙이 섞인 이 물 자체가 이미 물이야"라고 말한 거예요.
깨끗한 부분만 도가 아니라, 지금 흔들리고 뒤섞인 이 마음 전체가 도라는 겁니다.
그러니 평상심시도는 '노력을 놓아라'가 아니라, '깨달음을 딴 데서 찾는 그 마음부터 놓아라'에 가깝습니다.
이 가르침은 당시에도 뜨거운 논쟁을 불렀어요.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년)이라는 승려는 마조 계열을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참되다고 여긴다'고요.
종밀의 걱정은 이랬어요.
평범한 마음이 그대로 도이고 모든 행동이 불성의 드러남이라면, 선한 행동도 악한 행동도 다 옳다는 말이 되어 버리지 않느냐는 거죠.
도덕의 구분이 사라지고 무슨 짓이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였어요.
이런 위험을 어려운 말로 반율법주의(antinomianism)라고 부릅니다.
| 마조의 뜻 | 종밀의 우려 | |
|---|---|---|
| 평상심 |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 | 아무 행동이나 다 옳다는 핑계 |
| 초점 | 깨달음을 밖에서 찾는 집착을 놓기 | 선악 구분이 흐려질 위험 |
마조의 말은 '되는대로 살라'는 뜻이 아니라, 진리를 저 멀리 두고 헐떡이며 좇는 태도를 겨냥한 것이었어요.
다만 짧고 강한 말일수록 오해도 크게 따라온다는 걸, 이 논쟁이 잘 보여 줍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평범한 마음이 그대로 도'라는 마조 도일의 한마디예요.
세 가지만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첫째, 깨달음은 지금 이 일상의 마음 밖 어딘가에 따로 있지 않아요.
둘째, 여기서 평상심은 대충 편하게 먹는 마음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입니다.
셋째, 이 말은 '되는대로 살라'가 아니라 '진리를 딴 데서 찾는 집착을 놓으라'는 쪽에 가깝고, 그래서 종밀 같은 이는 오해의 위험을 경계했죠.
밥 먹고 잠자는 이 평범한 하루를 새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말, 그게 평상심시도입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