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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마하지관은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지(止, 멈춤)'와 가라앉은 그 마음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는 '관(觀, 봄)'을 한 몸으로 닦는 수행법이에요. 둘은 따로가 아니라 새의 두 날개처럼 함께 가야 마음이 밝아진다는 뜻이에요.
공부하다가 딴생각이 자꾸 끼어들어 집중이 안 됐던 적 있으시죠?
지의(智顗, 538~597)라는 스님이 바로 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아주 촘촘하게 정리해 두었어요.
그 가르침을 담은 책이자 수행법 이름이 바로 '마하지관(摩訶止觀)'이에요.
이름을 하나씩 뜯어볼게요.
'마하(摩訶)'는 산스크리트어로 '크다'는 뜻이에요.
'지관(止觀)'은 두 글자로 나뉘는데, '지(止)'는 마음을 멈춘다, '관(觀)'은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마하지관은 '크게 멈추고 크게 들여다보기'인 셈이죠.
이 책은 지의가 직접 쓴 게 아니라, 그의 강의를 제자 관정(灌頂, 561~632)이 받아 적어 정리한 거예요.
지의의 3대 저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이 지관 수행의 큰 틀은 그의 스승 남악혜사(南嶽慧思, 515~577)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에요.
흙탕물이 담긴 컵을 떠올려 보세요.
물이 흔들리는 동안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바닥이 안 보이죠.
흔들기를 멈추고 가만히 두면 흙이 가라앉으면서 바닥까지 훤히 보여요.
'지(止)'는 물을 흔들지 않고 가만히 두는 일이고, '관(觀)'은 맑아진 물속을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멈추기만 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멍하니 있는 것과 같고, 들여다보려고만 하고 멈추지 않으면 흙탕물 속을 헤매는 격이에요.
그래서 지의는 둘을 반드시 함께 닦으라고 했어요.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어요.
지의가 말한 지관은 조용히 앉아서 하는 명상만 가리키는 게 아니에요.
지의는 지관이라는 말을 계율을 지키고(戒), 마음을 모으고(定), 지혜를 밝히는(慧) 불교의 모든 실천을 아우르는 훨씬 넓은 뜻으로 썼어요.
일상 전체가 수행터가 되는 거죠.
그럼 실제로는 어떻게 할까요?
지의는 몸의 자세에 따라 네 가지 수행 방식을 정해 두었어요.
이걸 '사종삼매(四種三昧)'라고 불러요.
각각 90일 같은 정해진 기간을 두고 집중해서 닦았어요.
| 이름 | 자세 | 쉬운 풀이 |
|---|---|---|
| 상좌삼매(常坐三昧) | 늘 앉아서 | 오래 앉아 마음을 모으기 |
| 상행삼매(常行三昧) | 늘 걸으면서 | 부처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걷기 |
| 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 | 걷다 앉다 | 걷기와 앉기를 번갈아 하기 |
| 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 | 어느 자세든 | 걷든 앉든 눕든, 일상 어느 순간에나 |
특히 마지막 '비행비좌삼매'가 재미있어요.
걷지도 앉지도 않는다는 말은, 특별한 자세가 따로 없다는 뜻이에요.
밥 먹을 때든 일할 때든 그 순간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살피면 그게 다 수행이 되는 거예요.
앉는 것도 걷는 것도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면, 지의는 누구나 늘 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게 했어요.
바로 숨쉬기예요.
이 호흡 수행을 여섯 단계로 나눈 것이 '육묘법문(六妙法門)'이에요.
순서는 이래요.
먼저 들숨과 날숨을 하나둘 세고(數息), 다음엔 세지 않고 숨을 가만히 따라가고(相隨), 마음이 잔잔해지면 거기서 멈추고(止), 멈춘 마음으로 참모습을 들여다보고(觀), 다시 근원으로 돌이키고(還), 마침내 마음이 맑아져요(淨).
숨을 세는 아주 쉬운 일에서 시작해 마음이 맑아지는 데까지 계단처럼 올라가는 거예요.
오늘날 사람들이 하는 호흡 명상과도 많이 닮았어요.
마하지관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은 '한 생각(一念心)'에 관한 이야기예요.
지의는 우리의 아주 짧은 한 생각 안에 온 우주가 다 담겨 있다고 봤어요.
이걸 '일념삼천(一念三千)'이라 불러요.
삼천은 우주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이에요.
마하지관 5권에는 이렇게 나와요.
"此三千在一念心,若無心而已,介爾有心,即具三千(차삼천재일념심, 약무심이이, 개이유심, 즉구삼천)."
풀이하면 "이 삼천세간(온 우주)은 한 생각 안에 있다. 마음이 없다면 그만이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이 일면 곧 삼천을 갖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멀리서 진리를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한 자락을 멈춰서(止) 들여다보면(觀) 거기에 이미 모든 것이 있다는 거예요.
마하지관 수행이 결국 왜 '내 마음 보기'로 돌아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마하지관은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지(止)'와 그 맑아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관(觀)'을 함께 닦는 수행법이에요.
흙탕물을 가만히 두어 바닥을 보듯, 멈춤과 봄은 새의 두 날개처럼 늘 짝을 이뤄요.
앉고 걷고 일상을 사는 자세에 따라 사종삼매로 나뉘고, 숨쉬기에서 출발하는 육묘법문처럼 누구나 시작할 문도 열어 두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길은 지금 이 순간 내 '한 생각'을 살피는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 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마하지관의 핵심을 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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