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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법(法)은 누구나 지키는 공개된 규칙, 술(術)은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보이지 않는 기술, 세(勢)는 자리에서 나오는 힘이에요. 한비자는 이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나라가 흔들린다고 보아 세 가지를 하나로 묶었어요.
학교를 떠올려 볼까요?
모두가 지키는 교칙이 있고, 아이들을 살피는 선생님의 눈이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라는 자리가 있어요.
이 셋 중 하나만 없어도 교실은 금방 엉망이 되지요.
한비자(韓非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똑같다고 봤어요.
필요한 것이 바로 법(法)·술(術)·세(勢) 세 가지예요.
한비(韓非)는 전국시대 말기, 강대국들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약소국 한(韓)나라 사람이었어요.
옛날 방식으로는 나라를 살릴 수 없다고 보고 법치라는 새 길을 내놓았지요.
재미있는 건 이 세 가지가 한비 혼자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법은 상앙(商鞅), 술은 신불해(申不害), 세는 신도(慎到)가 각각 강조하던 것을, 한비가 하나로 합쳤어요.
그래서 20세기 학자 그레이엄(A. C. Graham)은 한비를 법가의 '위대한 종합자(great synthesizer)'라고 불렀답니다.
법은 나라 안 사람 누구나 지켜야 하는, 공개된 규칙이에요.
핵심은 '봐주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한비는 이렇게 말했어요.
法不阿貴,繩不撓曲。刑過不辟大臣,賞善不遺匹夫。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봐주지 않는다. 잘못을 벌함에 대신이라고 피하지 않고, 선을 상줌에 필부라고 빠뜨리지 않는다. (有度)
여기서 '먹줄(繩)'은 목수가 반듯한 선을 긋는 도구예요.
먹줄은 나무가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굽으면 굽었다고 표시해요.
법도 그래야 한다는 거예요.
높은 대신이 잘못하면 벌하고, 평범한 백성이 잘하면 상을 줘요.
신분에 따라 규칙이 달라지지 않는 것, 이게 법의 힘이에요.
법이 모두에게 공개된 규칙이라면, 술은 군주 혼자만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기술'이에요.
신하가 한 말(名)과 실제로 낸 성과(形)가 맞는지 조용히 따져서, 능력에 맞게 자리를 주는 방법이지요.
術者,因任而授官,循名而責實,課群臣之能者也。
술이란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명분에 따라 실질을 따지며, 신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定法)
그래서 한비는 군주에게 '포커페이스'를 권했어요.
속마음을 들키면 신하들이 그 앞에서만 꾸미기 때문이에요.
君無見其所欲,君見其所欲,臣自將雕琢。
군주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원하는 바를 드러내면 신하들은 스스로 그것에 맞춰 꾸미게 된다. (主道)
군주가 '나 이런 거 좋아해'라고 티를 내면, 신하들은 진짜 실력이 아니라 그 취향에 맞춘 연기만 해요.
그래서 한비는 "人主之道,靜退以為寶(군주의 도는 고요히 물러나 있음을 보배로 삼는다)"고 했어요.
조용히 지켜보며 말과 결과만 맞춰 보는 거예요.
세는 '자리에서 나오는 힘'이에요.
반장 완장을 떠올려 보세요.
그 아이가 특별히 똑똑해서가 아니라, '반장'이라는 자리가 말을 듣게 만들어요.
군주도 마찬가지예요.
명령이 통하는 건 그가 성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에요.
한비가 세를 특히 중요하게 본 이유가 있어요.
40편 〈難勢〉를 보면, 세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어리석은 사람에게도 두루 쓸 수 있고, 특히 '중간 정도 자질의 군주'가 다스릴 때 가장 유효하다고 해요.
세상에 요임금·순임금 같은 성인은 아주 드물어요.
만약 성인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면 대부분의 시대는 혼란에 빠지겠지요.
그런데 자리의 힘, 즉 세가 있으면 평범한 군주라도 나라를 안정되게 이끌 수 있어요.
그래서 세는 '보통 사람을 위한 장치'인 셈이에요.
한비는 셋 중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봤어요.
실제로 그는 앞선 법가 상앙조차 비판했어요.
상앙의 진(秦)나라는 법은 관리들이 엄격히 시행했지만, 정작 꼭대기의 군주에게는 술(術)이 없었다는 거예요.
법만 있고 신하를 살피는 기술이 없으면, 힘센 신하가 법을 자기 편으로 이용해 버려요.
반대로 술만 있고 공개된 법이 없으면 백성은 무엇을 지켜야 할지 몰라요.
세만 있고 법·술이 없으면 자리의 힘을 아무렇게나 휘두르게 되고요.
그래서 43편 〈定法〉에서 한비는 상앙(법)과 신불해(술)를 나란히 놓고,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다고 정리했어요.
공개된 규칙(법), 신하를 살피는 기술(술), 자리의 힘(세) — 이 셋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통치가 완성된다는 게 한비의 결론이에요.
한비자의 통치술은 세 단어로 요약돼요.
법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공개된 규칙이에요.
술은 군주가 속마음을 감춘 채 신하의 말과 성과를 맞춰 보는 보이지 않는 기술이에요.
세는 그 사람이 성인이라서가 아니라 자리에 앉아 있어서 명령이 통하는 힘이고, 그래서 평범한 군주에게 특히 요긴해요.
한비의 핵심은 이 셋을 따로 떼지 않고 하나로 묶었다는 데 있어요.
법만 강한 상앙조차 술이 없어 비판받았듯,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나라는 흔들려요.
학교의 교칙과 선생님의 눈과 선생님이라는 자리처럼,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다스려진다는 것 — 이것이 한비자가 남긴 통치의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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