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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에도 뚫리지 않는 방패"를 한 사람이 동시에 자랑하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찔러 보라는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요. 서로 버티지 못하는 두 주장을 나란히 내세우는 것, 그게 바로 모순이에요.
시장 좌판을 하나 떠올려 볼게요.
어떤 장사꾼이 방패와 창을 함께 놓고 팔아요.
먼저 방패를 들고 "이건 어찌나 단단한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어요"라고 외쳐요.
곧이어 창을 들고는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못 뚫는 게 없어요"라고 자랑하죠.
그때 구경하던 한 사람이 이렇게 물어요.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장사꾼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어요.
이 짧은 이야기가 바로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태어난 곳이에요.
창 모(矛), 방패 순(盾), 두 글자를 붙인 단어죠.
출전은 《한비자》 36편 〈난일(難一)〉이에요.
원문은 이렇게 전해져요.
"楚人有鬻楯與矛者,譽之曰︰『吾楯之堅,物莫能陷也。』又譽其矛曰︰『吾矛之利,於物無不陷也。』或曰︰『以子之矛陷子之楯,何如?』其人弗能應也。"
풀면 "초나라에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있어, 방패를 자랑하며 '내 방패는 견고해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다' 하고, 창을 자랑하며 '내 창은 예리해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 했는데, 누군가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대답하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따로따로 들으면 두 자랑 다 그럴듯해요.
문제는 둘을 한자리에 세울 때 생겨요.
'무엇이든 뚫는 창'이 진짜라면 그 방패도 뚫려야 하니 '무엇에도 안 뚫리는 방패'는 거짓이 돼요.
반대로 방패가 정말 안 뚫린다면 창은 못 뚫는 게 생기니 창의 자랑이 거짓이 되고요.
어느 쪽이든 한쪽이 맞으면 다른 쪽은 반드시 거짓이 돼요.
둘이 동시에 맞을 길은 아예 없는 거예요.
마치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사람이라 아무도 못 잡아"라고 하면서 같은 입으로 "나는 누구든 다 잡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그럼 내가 나를 잡을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말이 꼬여 버리죠.
장사꾼이 입을 다문 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논리 자체가 그를 막다른 길로 몰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대목이 있어요.
우리는 모순의 고사를 그냥 재치 있는 논리 퀴즈처럼 알고 있지만, 한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낸 원래 의도는 따로 있었어요.
한비는 전국시대 말기 사람으로, 강대국들에 시달리던 조국 한(韓)나라를 구하려고 새로운 통치 논리를 파고든 사상가예요.
그런 그가 〈난일〉에서 이 우화를 든 건, 당시 유가(儒家)를 겨냥한 반박이었어요.
유가는 옛 성군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둘 다 더할 나위 없는 성인으로 떠받들었어요.
한비는 여기에 창과 방패를 겹쳐 놓아요.
순이 요의 잘못을 바로잡아 세상을 고쳤다고 칭송한다면, 그건 요의 다스림에 고칠 구석이 있었다는 말이 돼요.
그럼 요는 완벽한 성군이 아니게 되죠.
반대로 요가 이미 완벽했다면 순이 바로잡을 게 없어야 하니, 순의 공을 칭송할 수 없어요.
두 사람을 동시에 완벽하다 칭송하는 건, 못 뚫는 창과 안 뚫리는 방패를 한꺼번에 자랑하는 장사꾼과 똑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고사는 '말장난'이 아니라 상대 논리의 허점을 정확히 찌르는 칼이었어요.
한비는 아름다운 말을 나열하기보다, 그 말들이 서로 부딪히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람이었어요.
모순은 옛날 시장 이야기로만 남아 있지 않아요.
우리도 자주 창과 방패를 함께 자랑해요.
"나는 남들 눈치 하나도 안 봐"라면서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걱정돼"라고 말할 때, 광고가 "완전 무료"라고 외치면서 아래에 깨알 같은 유료 조건을 달 때, 우리는 서로 버티지 못하는 두 주장을 나란히 세우고 있는 거예요.
모순의 고사가 가르쳐 주는 건 간단해요.
누군가의 말이 그럴듯할 때, 그 말 하나만 보지 말고 그가 방금 한 다른 말과 부딪히는지 겹쳐 보는 거예요.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요?"라는 한 문장이, 화려한 자랑을 조용히 무너뜨렸으니까요.
모순의 고사는 《한비자》 36편 〈난일〉에 나오는 창과 방패 이야기예요.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에도 안 뚫리는 방패는 한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고, 한쪽이 참이면 다른 쪽은 반드시 거짓이 돼요.
여기서 '모순'이라는 말이 나왔고요.
한비자는 이걸 단순한 퀴즈가 아니라, 요와 순을 동시에 성군으로 떠받든 유가의 논리를 반박하는 무기로 썼어요.
오늘 우리가 기억할 건 하나예요.
그럴듯한 말을 만나면, 같은 사람이 한 다른 말과 나란히 놓고 서로 찔러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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