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기원전 6세기, 밀레투스.
에게해 연안의 이 항구 도시에서 한 노인이 제자들에게 가장 오래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탈레스의 답은 '물'이었다.
강이 마르면 땅이 갈라지고, 씨앗은 습기 속에서 싹을 틔운다.
물은 어디에나 있고, 무엇으로도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로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청년 한 명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이름은 아낙시만드로스.
그는 스승에게 물었다—말로 물었는지, 속으로만 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물음의 내용은 이후 그의 사유 전체를 관통한다.
물이 근원이라면, 물과 대립하는 불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근원이 특정한 무언가라면, 그것과 반대되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어야 하지 않는가.
물, 불, 흙, 공기.
아낙시만드로스의 눈에 이것들은 모두 서로 싸우는 경쟁자들이었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보다 먼저이고 더 근본적이라면, 나머지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그래서 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근원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규정할 수 없고, 경계도 없고, 끝도 없다.
그는 이것을 아페이론이라 불렀다—'한정되지 않은 것', '무한정자'.
이것은 추상이다.
손으로 잡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근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탈레스가 열어놓은 방향—신화 없이 자연을 설명하겠다는 태도—은 물려받았다.
그러나 탈레스의 결론은 물려받지 않았다.
스승의 방법을 계승하되 스승의 답을 뒤집은 것.
철학의 역사에서 이 장면은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인간이 지구에 대해 가진 가장 오래된 직관 중 하나는 이것이다—땅은 무언가 위에 놓여 있어야 한다.
인도의 우주론에서는 코끼리들이 지구를 받치고 있고, 그 코끼리들은 거대한 거북이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무엇 위에 있는가.
이 질문에 이르면 신화는 보통 답하기를 멈춘다.
탈레스는 지구가 물 위에 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일종의 받침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이 직관 자체를 뒤흔들었다.
그의 논증은 간결하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다.
모든 방향으로 동등한 거리에 다른 것들이 있다면, 지구가 어느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왼쪽과 오른쪽이 완전히 대칭이라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는 그냥—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머문다.
이 생각의 이름은 '대칭성에 의한 균형'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표현이지만, 당시에는 충격이었다.
무언가가 존재하려면 그것을 지탱하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그때까지 인류의 기본값이었으니까.
아낙시만드로스는 그 기본값을 지웠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것을 관측으로 증명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망원경도 없었고, 우주를 내려다볼 방법도 없었다.
오직 논리만으로—어느 방향으로 떨어질 이유가 없다면, 떨어지지 않는다—이 결론에 도달했다.
2천 년쯤 뒤, 뉴턴은 외부 힘이 없으면 물체는 운동 상태를 유지한다고 썼다.
관성의 법칙이다.
아낙시만드로스의 논증은 그것과 구조적으로 같은 자리에 있다.
시대가 달랐을 뿐.
지도는 세계를 납작하게 눌러서 보는 행위다.
높고 낮음을, 멀고 가까움을, 길과 강과 바다를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평면을 손에 들고 걸어 다닐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지도는 너무 당연해서 그것이 처음 발명되던 순간을 상상하기 어렵다.
아낙시만드로스는 그 순간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전체를 하나의 청동판 위에 새겼다.
지중해가 있었고, 흑해가 있었고, 나일강이 흘렀다.
대지는 원반처럼 둥글었고, 사방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정확하지 않았다.
오늘날의 지도와 비교하면 왜곡이 심하고, 알려지지 않은 땅들은 아예 없거나 엉뚱하게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요점이 아니다.
요점은 그가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 보려 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 어느 지점을 아는 것과, 그 모든 점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파악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사유를 요구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후자를 택했다.
세계를 이야기로 설명하는 대신 구조로 보여주려 했다.
헤카타이오스가 나중에 이 지도를 수정하고 확장했고, 그 전통은 그리스 지리학 전체의 출발점이 되었다.
최초의 지도가 없었다면 두 번째 지도도 없었다.
수정할 대상이 있어야 수정이 시작된다.
갓난아이를 야생에 혼자 두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낙시만드로스에게도 관찰 가능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관찰에서 놀라운 방향으로 추론을 밀어붙였다.
만약 최초의 인간이 지금의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태어났다면,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을 것이다.
도와줄 사회도, 보살펴줄 문명도 없는 세계의 첫 번째 인간은 어떻게 생존했는가.
그의 결론은 이랬다.
최초의 인간은 다른 생물의 안에서 자랐다.
가시 돋친 껍질을 가진, 물고기 같은 생물의 내부에서.
충분히 성장한 다음 밖으로 나와 육지에서 삶을 시작했다.
지금 들으면 기묘하다.
그러나 이 주장의 골격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면 다른 무언가가 보인다.
그는 인간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생물과의 관계 속에서, 시간에 걸쳐,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고.
신이 완성된 인간을 만들어 땅에 세워놓았다는 이야기를 그는 하지 않았다.
다윈이 자연선택을 발표한 것은 19세기였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이 진술은 그보다 2,400년 앞서 있다.
그가 다윈의 이론을 예측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
인간의 기원을 자연 안에서, 다른 생물과의 연속성 속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아낙시만드로스는 책을 썼다.
제목은 '자연에 관하여'.
그리스 철학 최초의 산문 텍스트로 알려져 있다.
신화의 언어가 아닌 논증의 언어로, 운문이 아닌 산문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한 최초의 시도.
그 책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밀레투스는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에 의해 파괴되었고, 이후 수백 년 동안 도서관들이 불탔고, 필사본들이 사라졌고,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그의 사유를 아는 것은 대부분 후대 철학자들이 그를 언급한 덕분이다—인용이 아니라 요약으로, 직접인용이 아니라 해설로.
그러나 딱 하나, 직접 인용된 문장이 있다.
6세기의 철학자 심플리키오스가 아낙시만드로스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존재하는 것들은 필연에 따라 소멸하여 그것들이 생겨난 바로 그곳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전부다.
서양 철학에서 철학자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문장.
책 한 권에서 살아남은 것이 문장 하나.
그 문장이 2,600년을 버텼다.
내용도 묘하다.
소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존재하는 것들은 생겨난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아페이론에서 나왔으니 아페이론으로 돌아간다.
우주의 시작과 끝이 같은 장소라는 이야기.
그 문장을 쓴 사람의 책은 사라졌고, 그 책이 있던 도시도 사라졌고, 그 도시를 품었던 문명도 형태를 바꾸었다.
남은 것은 단 하나의 문장—소멸에 대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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