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미국 달러 지폐를 본 적 있나요?
1달러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있고, 5달러에는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이 있어요.
대부분 대통령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가장 큰 금액인 100달러 지폐에는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들어가 있거든요.
둥근 안경을 쓴, 약간 장난기 어린 표정의 할아버지.
이름은 벤자민 프랭클린이에요.
대통령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가장 높은 지폐에 실릴 수 있었을까요?
그건 이 사람이 한 가지 일만 잘한 게 아니라, 세상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바꿨기 때문이에요.
프랭클린은 1706년, 미국 보스턴의 한 양초 가게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었고, 형제가 무려 17명이나 됐어요.
프랭클린은 그중 15번째 아이였죠.
집이 가난했냐고요?
17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집이 넉넉할 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프랭클린은 겨우 열 살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어요.
보통이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을 거예요.
가난한 양초 가게 아들로 평범하게 살다가, 역사 속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했겠죠.
하지만 이 소년에게는 남다른 것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끝없는 호기심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잘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좋은 학교? 유명한 선생님? 비싼 학원?
프랭클린에게는 그 어떤 것도 없었어요.
정규 교육이라고는 고작 2년이 전부였으니까요.
열두 살이 되자, 프랭클린은 형 제임스의 인쇄소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인쇄소는 요즘으로 치면 출판사 같은 곳이에요.
신문을 만들고, 책을 찍어내는 곳이죠.
여기서 프랭클린은 기막힌 방법을 하나 발견했어요.
인쇄소에는 책이 넘쳐났거든요.
프랭클린은 밤마다 몰래 책을 빌려 읽었어요.
그런데 그냥 읽기만 한 게 아니에요.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면, 먼저 핵심 내용만 짧게 메모해뒀어요.
며칠 뒤, 그 메모만 보고 자기 말로 다시 글을 써봤어요.
그리고 원래 글과 비교하면서 어디가 부족한지 찾았죠.
이걸 요즘 사람들은 "프랭클린 독서법"이라고 불러요.
읽고 → 덮고 → 자기 말로 다시 쓰고 → 비교하는 방법이에요.
이건 마치 요리를 배울 때, 레시피를 한 번 읽고 책을 덮은 뒤 직접 만들어보는 것과 같아요.
그냥 읽기만 하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직접 해보면 몸이 기억하거든요.
프랭클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스스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13가지 덕목이라는 목록을 만들었어요.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매주 하나씩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작은 수첩에 매일 점수를 매겼어요.
오늘 화를 냈으면 '평정' 칸에 검은 점을 하나 찍는 식이었죠.
완벽해졌냐고요?
본인도 인정했어요.
"나는 끝내 완벽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 덕분에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소년은 이렇게 스스로를 학교 삼아 성장해 나갔어요.
1752년 6월, 필라델피아.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고 천둥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갈 날씨였죠.
그런데 46살의 프랭클린은 정반대의 행동을 했어요.
아들 윌리엄과 함께 들판으로 나가서 연을 날린 거예요.
미친 짓 아니냐고요?
프랭클린에게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번개를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어요.
하늘이 화가 나서 불벼락을 내리는 거라고요.
교회 종탑에 번개가 자주 떨어졌는데, 사람들은 "종을 세게 치면 번개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폭풍이 올 때마다 종지기가 종탑에 올라가 종을 쳤고, 그러다 번개에 맞아 목숨을 잃는 사람이 수십 명이었어요.
프랭클린은 다르게 생각했어요.
"번개는 신의 분노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전기가 아닐까?"
그래서 연 꼭대기에 뾰족한 금속 막대를 달고, 연줄 끝에는 쇠 열쇠를 매달았어요.
폭풍 속에서 연을 날리자, 연줄의 섬유가 하나둘 곤두서기 시작했어요.
프랭클린이 열쇠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파직! 하고 작은 불꽃이 튀었어요.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번개가 전기라는 것이 증명된 거예요.
이건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니었어요.
프랭클린은 이 발견을 바로 실용적인 발명으로 연결했거든요.
"번개가 전기라면, 금속 막대로 번개를 끌어당겨서 안전하게 땅으로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피뢰침이에요.
건물 꼭대기에 금속 막대를 세워서, 번개가 건물 대신 그 막대를 타고 땅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장치죠.
피뢰침이 퍼지면서 번개로 불타는 건물이 크게 줄었어요.
종탑에 올라가 종을 치다 죽는 사람도 사라졌고요.
호기심 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구한 거예요.
피뢰침만이 아니에요.
프랭클린은 정말 많은 것을 발명했어요.
겨울에 나무를 적게 태우면서도 방을 따뜻하게 해주는 프랭클린 난로.
가까운 것과 먼 것을 하나의 안경으로 볼 수 있는 이중초점 렌즈.
먼 곳의 책을 집게처럼 집어올 수 있는 긴 팔 집게.
지금으로 치면 스타트업을 대여섯 개는 차릴 수 있는 발명품들이에요.
특허를 내고 돈을 벌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거예요.
그런데 프랭클린은 단 하나의 발명품에도 특허를 내지 않았어요.
왜냐고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발명 덕분에 편리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기꺼이 나눠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기회를 기뻐해야 한다."
이걸 요즘 말로 바꾸면 이래요.
누군가가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는 것.
이걸 오픈소스라고 하는데, 프랭클린은 250년 전에 이미 이 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던 거예요.
여러분이 매일 쓰는 스마트폰 앱, 웹사이트, 게임의 상당수가 이 오픈소스 정신 위에 만들어져 있어요.
프랭클린이 직접 코드를 쓴 건 아니지만, 그의 철학은 오늘날의 기술 세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이죠.
프랭클린이 나눈 것은 발명품만이 아니었어요.
미국 최초의 공공 도서관을 만들었고, 최초의 자원봉사 소방대를 조직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설립했어요.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했다는 게 믿기지 않죠?
비결은 간단했어요.
프랭클린은 무언가를 발견하면 혼자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좋은 것을 나누는 게 본능이었던 거예요.
프랭클린의 직업을 하나만 고르라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쇄업자? 과학자? 발명가? 작가? 외교관? 정치인?
전부 맞는 말이에요.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함께 쓴 다섯 명 중 하나였고, 프랑스를 설득해서 미국 독립전쟁을 도와주게 만든 외교의 천재이기도 했어요.
70대의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가 왕과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이 많은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게요.
열 살에 학교를 그만둔 양초 가게 아들.
이 소년을 끝까지 움직이게 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호기심이었어요.
"이건 왜 이럴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이 세 가지 질문을 평생 멈추지 않았던 거예요.
프랭클린은 84세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묘비에는 화려한 업적 대신 아주 짧은 문구가 적혀 있어요.
젊은 시절 자신이 직접 써둔 묘비명이었는데, 거기에는 그저 "인쇄업자 벤자민 프랭클린"이라고만 적혀 있어요.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 번개를 길들인 남자가, 자기 자신을 가장 처음 시작했던 이름으로 기억해달라고 한 거예요.
프랭클린이 남긴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있어요.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일을 오늘 하라."
거창한 말이 아니에요.
숙제를 미루지 말라는 뜻도 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찾아보라는 뜻도 돼요.
프랭클린의 삶 전체가 이 한마디의 증거예요.
학교에 갈 수 없으면 책을 빌려 읽었고, 번개가 궁금하면 폭풍 속으로 나갔고, 좋은 발명이 나오면 바로 세상과 나눴어요.
여러분도 지금 궁금한 것이 하나쯤 있지 않나요?
그 호기심을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프랭클린이 보여줬잖아요.
양초 가게 아들의 호기심 하나가, 번개를 길들이고, 나라를 세우고, 250년이 지난 오늘까지 100달러 지폐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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