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몸의 설계도는 꼬인 사다리 안에 숨어 있었다 - 프랜시스 크릭
부모를 닮는 건 아는데, 도대체 '무엇'이 닮게 만드는 건지 아무도 몰랐다
여러분, 거울 한번 보세요. 엄마 눈을 닮았다거나, 아빠 코를 닮았다는 말 들어본 적 있죠? 그런데 진짜 이상한 건, 1950년대까지도 과학자들조차 '도대체 몸속 어디에 그 닮음의 정보가 들어 있는 건지' 몰랐다는 거예요. 마치 게임 캐릭터의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설정창이 분명히 있는데, 그 설정창을 여는 버튼을 아무도 못 찾은 거랑 비슷해요.
당시 과학자들은 세포 안에 '유전자'라는 게 있다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유전자가 정확히 어떤 모양이고,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는지는 완전한 미스터리였죠. 마치 USB에 파일이 들어 있다는 건 아는데, USB가 동그란 건지 네모난 건지, 안에 파일이 글자로 저장되는 건지 그림으로 저장되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바로 이 답답한 수수께끼에 미친 듯이 달려든 사람이 있었어요. 영국의 물리학도 출신 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에요. 원래 전쟁 중에 기뢰(바다에 떠다니는 폭탄)를 연구하던 그가, 갑자기 "생명의 비밀을 풀겠다"고 방향을 확 틀어버린 거죠. 주변에서는 황당해했지만, 크릭은 확신이 있었어요. 생명의 비밀은 분자,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알갱이 수준에서 풀어야 한다고요.
꼬인 사다리 하나가 생명의 비밀번호였다 — 마치 게임 치트키처럼
크릭은 확신만 있었지, 혼자서는 답을 못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1951년, 운명처럼 제임스 왓슨이라는 미국 청년 과학자를 만나게 돼요. 둘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낡은 연구실에서, 마치 레고 블록을 끼우듯 금속과 판지로 분자 모형을 이리저리 조립하기 시작했어요.
힌트는 여러 곳에서 왔어요. 특히 로절린드 프랭클린이라는 과학자가 X선(엑스레이 같은 빛)으로 찍은 DNA 사진이 결정적이었죠. 그 사진 속에 X자 무늬가 있었는데, 크릭은 물리학 지식을 써서 "이건 나선, 그러니까 빙글빙글 꼬인 모양이다!"라고 알아챘어요. 마치 수학 시험에서 앞의 세 문제 답을 조합하면 마지막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요.
1953년 2월 28일, 크릭은 케임브리지의 한 펍(영국식 식당)에 들어가서 이렇게 외쳤다고 해요.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발견했다!" DNA는 두 줄의 긴 끈이 서로 꼬여 있는 사다리 모양, 즉 '이중나선'이었어요. 사다리의 가로막대는 A, T, G, C라는 네 글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 글자의 순서가 바로 생명의 설계도였던 거예요. 게임에 치트키가 있듯이, 생명에도 딱 네 글자짜리 비밀번호가 있었던 거죠. 크릭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 네 글자가 어떻게 읽혀서 단백질(몸을 만드는 재료)이 되는지까지 설명하는 '중심원리'를 제시했어요.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규칙이었죠.
이 발견 하나로 범인을 잡고, 병을 고치고, 멸종된 동물도 되살리는 세상이 열렸다
네 글자짜리 비밀번호의 규칙이 밝혀지자,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크릭과 왓슨은 1962년에 노벨상을 받았고, 그 뒤로 과학자들은 이 규칙을 이용해서 정말 놀라운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어요.
먼저, 범죄 수사가 바뀌었어요. 범인이 현장에 머리카락 한 올만 떨어뜨려도 DNA를 분석해서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게 됐거든요. 마치 게임에서 발자국 하나로 적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처럼요. 실제로 수십 년 전에 풀지 못했던 미제 사건들이 DNA 증거로 해결되기도 했어요.
의학도 혁명이 일어났어요. 어떤 병이 DNA의 어떤 글자가 잘못돼서 생기는지 알 수 있게 되니까, 그 글자를 고치는 치료법도 연구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요즘 뉴스에 나오는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바로 그거예요. 가위로 종이를 오려 붙이듯, DNA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고 고치는 거죠.
심지어 멸종된 동물을 되살리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에요. 얼어붙은 땅에서 발견된 매머드의 DNA를 분석해서 코끼리 세포에 넣어보는 실험이요. 이 모든 게 크릭이 꼬인 사다리의 비밀을 풀어냈기 때문에 가능해진 거예요. 그런데 이런 놀라운 기술이 사실 여러분의 일상에도 이미 스며들어 있다면 믿어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