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나가가 동굴 벽에 세 번 쓴 책
디그나가는 동굴 벽에 같은 책을 세 번 다시 썼다
디그나가는 같은 책을 동굴 벽에 세 번 다시 썼어요.
6세기 인도 오디샤주의 보라샤일라 동굴, 그는 분필로 바위 벽에 산스크리트 시구를 하나씩 새겨 내려갔어요.
탁발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그 글을 싹 지워버렸습니다.
노트북 파일이 저장 안 된 채로 날아간 적 있으세요?
디그나가는 그것을 세 번 연속으로 당했어요.
그런데 그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매번 돌아와서, 같은 자리에, 첫 글자부터 다시 썼어요.
티베트의 역사가 타라나타가 기록한 『인도불교사』는 이 일화를 담담하게 전합니다.
그 책이 바로 『프라마나삼웃차야』, 즉 '인식론 모음집'이에요. 인도 불교 논리학 전체의 출발점이 된 책입니다.
포기하지 않은 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세 번 다 지워져도 "이 글은 어차피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태도가 놀라운 거예요.
세 번 지워진 글을 세 번 다시 쓴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이 책의 모든 문장이 달리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