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이 예쁘기만 한 줄 알았지?" — 우주의 법칙을 꿰뚫은 한 줄 수학 - 에미 뇌터
과학자들은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왜 그런지는 설명 못 했다
과학 시간에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죠?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 공을 높이 던지면 운동 에너지가 위치 에너지로 바뀌고, 다시 떨어지면 또 운동 에너지로 돌아온다고요. 선생님은 이걸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부르면서, 시험에 꼭 나온다고 밑줄까지 긋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말이에요. "왜" 에너지는 보존되는 걸까요? 왜 갑자기 에너지가 톡 하고 사라지거나, 없던 에너지가 뿅 하고 나타나면 안 되는 걸까요? 20세기 초,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물리학자들도 이 질문 앞에서는 멈칫했어요. 에너지 보존, 운동량 보존,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여러 개인데, 각각 따로따로 "원래 그런 거야"라고만 외우고 있었거든요. 마치 게임 공략집에 "이 보스는 불 공격이 안 통해요"라고만 적혀 있고, 왜 안 통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았어요.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들인데, 그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다니. 이 답답한 미스터리를 풀어준 건 물리학자가 아니라, 뜻밖에도 한 명의 수학자였어요.
뇌터는 발견했다 — 세상이 대칭일 때마다, 반드시 뭔가가 보존된다는 것을
그 수학자의 이름은 에미 뇌터(Emmy Noether). 1918년, 독일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사실 하나를 증명해냈어요. "자연에 대칭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보존 법칙이 존재한다."
대칭이라고 하면 눈꽃 모양처럼 예쁜 무늬만 떠올리기 쉽죠? 뇌터가 말한 대칭은 조금 달라요. 쉽게 말하면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오늘 교실에서 공을 던졌을 때의 물리 법칙이, 내일 던져도 똑같죠? 시간을 바꿔도 법칙은 안 변해요. 이걸 '시간 대칭'이라고 불러요. 뇌터는 바로 이 시간 대칭이 에너지 보존을 만든다는 걸 수학으로 딱 증명한 거예요.
그뿐이 아니에요. 교실에서 던지든 운동장에서 던지든 법칙은 같죠? 장소를 바꿔도 변하지 않는 '공간 대칭'은 운동량 보존을 만들어내요. 방향을 돌려도 법칙이 같은 '회전 대칭'은 각운동량 보존으로 이어지고요. 따로따로 외워야 했던 보존 법칙들이, 사실은 전부 대칭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었던 거예요. 마치 게임에서 온갖 스킬이 전부 같은 스킬트리에서 뻗어 나오는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요.
이 한 줄짜리 정리 하나가 물리학 전체의 '왜?'를 한꺼번에 대답해버렸다
같은 스킬트리라는 걸 알게 되면 뭐가 달라지냐고요? 완전히 달라져요. 뇌터의 정리가 나오기 전에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보존 법칙을 발견할 때마다 "오, 신기하네" 하고 그냥 목록에 추가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할 수 있게 됐어요. 새로운 대칭을 발견하면, "그러면 이것에 대응하는 보존 법칙이 있을 거야!" 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된 거죠.
실제로 현대 물리학의 가장 거대한 이론들 —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 이 전부 대칭을 중심으로 세워졌어요. 과학자들이 힉스 입자를 찾아낸 것도, 우주가 왜 물질로 가득 찬지를 연구하는 것도, 뿌리를 따라가면 뇌터의 정리에 닿아요. 아인슈타인은 뇌터를 "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여성"이라고 불렀고,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정리를 "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리"라고 말해요.
놀라운 건 뇌터가 이 정리를 발표하던 시절, 독일 대학은 여성에게 정식 교수 자격을 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녀는 월급도 없이 강의했고, 동료의 이름으로 수업을 올려야 했어요. 그런 벽 앞에서도 그녀가 남긴 한 줄의 수학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물리학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