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지금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풍선 위의 점들이 알려준 비밀 - 에드윈 허블
옛날 사람들은 우주가 절대 변하지 않는 거대한 방이라고 믿었어
혹시 스노볼, 그러니까 흔들면 눈이 날리는 유리 구슬 장식 알죠? 옛날 사람들은 우주가 딱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별들은 유리 천장에 박힌 보석처럼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고, 우주라는 '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크기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거예요.
심지어 천재 중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자기가 만든 수학 공식에서 "우주가 변할 수도 있다"는 답이 나왔는데, 스스로 "에이, 그럴 리 없지"라고 하면서 일부러 숫자를 하나 끼워 넣어 우주를 '멈춰' 버렸어요. 그 정도로 "우주는 가만히 있다"는 건 당연한 상식이었죠.
그런데 192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윌슨산 천문대에서 한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이름은 에드윈 허블. 이 사람이 본 것은 모두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릴 장면이었어요.
망원경으로 본 별빛이 점점 빨개지고 있었는데, 그게 엄청난 단서였어
허블이 발견한 단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재밌는 경험 하나를 떠올려 봐요.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가 높아지고, 멀어지면 낮아지는 거 느껴본 적 있죠? 빛도 똑같아요. 별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쭉 늘어나면서 빨간색 쪽으로 변해요. 이걸 과학자들은 '적색편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빛이 빨개지는 현상"이에요.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 망원경인 지름 2.5미터짜리 후커 망원경으로 먼 은하들의 빛을 하나하나 분석했어요. 그런데 놀라운 패턴이 나타났어요. 거의 모든 은하의 빛이 빨간색 쪽으로 밀려 있었던 거예요! 게다가 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빛이 더 많이 빨개져 있었어요.
이건 곧,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었어요. 그것도 멀리 있을수록 더 빠르게요!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맵이 실시간으로 넓어지는데, 멀리 있는 유저일수록 더 빨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과 비슷해요. 허블은 1929년, 이 관계를 정리해서 '허블의 법칙'이라는 공식으로 발표했어요. 우주가 가만히 있다는 수천 년의 상식이, 빨개진 별빛 앞에서 와르르 무너진 순간이었죠.
우주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풍선처럼 커지고 있었어
허블의 발견이 무슨 뜻인지, 풍선 하나로 설명해 볼게요. 풍선 표면에 매직펜으로 점을 여러 개 찍은 다음, 바람을 불어 넣어 봐요. 풍선이 부풀수록 점과 점 사이 거리가 벌어지죠? 어떤 점 하나를 기준으로 보면, 가까운 점은 천천히, 먼 점은 빠르게 멀어져요. 우주가 딱 이런 식으로 팽창하고 있는 거예요.
이 발견은 엄청난 질문을 불러왔어요. "지금 우주가 커지고 있다면, 시간을 되감으면?" 풍선 바람을 빼듯 우주를 점점 줄이면, 언젠가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이겠죠. 바로 그 시작점에 대한 이론이 '빅뱅', 우주 대폭발이에요. 허블의 관측이 없었다면 빅뱅 이론도,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는 사실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인슈타인은 허블의 관측 결과를 보고 나서 자기가 공식에 억지로 끼워 넣었던 숫자를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불렀어요. 1990년에 우주로 쏘아 올린 거대한 우주 망원경에는 바로 이 사람의 이름이 붙었어요. '허블 우주 망원경'이요. 그의 발견이 현대 천문학 전체의 출발점이 된 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