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 넣어둔 돌이 혼자서 사진을 찍었다고? - 앙리 베크렐
옛날 사람들은 에너지가 반드시 '밖에서' 와야 한다고 믿었어
스마트폰을 충전하려면 뭐가 필요하죠? 당연히 충전기, 그러니까 '밖에서 오는 전기'가 있어야 해요. 1890년대 과학자들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무언가가 빛을 내거나 에너지를 뿜으려면, 반드시 바깥에서 에너지를 먼저 넣어줘야 한다고요.
그때 과학계에서 엄청 핫한 주제가 있었어요. 바로 '형광'이라는 현상이에요. 어떤 물질에 햇빛을 쏘이면, 그 물질이 빛을 흡수했다가 다시 다른 빛을 내뱉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급식 시간에 에너지를 잔뜩 먹은 친구가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것과 비슷해요. 먹어야(에너지를 받아야) 뛸 수 있는(빛을 낼 수 있는) 거죠.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도 이 규칙을 당연하게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라늄이라는 광물에 햇빛을 쏘인 다음, 이 돌이 내뱉는 빛이 사진 필름을 감광시키는지, 그러니까 필름에 자국을 남기는지 실험하고 있었죠. 실험은 순조로웠어요. 햇빛을 쏘인 우라늄 돌을 사진 필름 위에 올려두면, 필름에 흐릿한 자국이 정말로 생겼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 실험을 계속하려면 맑은 날이 필요했다는 거예요. 하필 1896년 2월 파리의 하늘은 며칠째 잔뜩 흐려 있었어요.
햇빛도 없는 서랍 안에서 돌멩이가 혼자 빛을 쏘고 있었어
흐린 날이 계속되자, 베크렐은 한숨을 쉬며 실험 재료를 서랍에 넣어뒀어요. 우라늄 돌과 사진 필름을 두꺼운 검은 천으로 감싸서 서랍 속에 함께 보관한 거예요. 햇빛을 전혀 못 받으니까, 당연히 필름에는 아무 자국도 안 생길 거라고 생각했죠.
며칠 뒤, 날씨가 여전히 흐렸지만 베크렐은 그냥 필름을 현상해 봤어요. 혹시 살짝이라도 자국이 남았을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필름을 꺼내 본 순간, 베크렐은 깜짝 놀랐어요. 필름에 우라늄 돌의 윤곽이 또렷하게 찍혀 있었거든요! 마치 누가 몰래 플래시를 터뜨린 것처럼요.
엥, 잠깐. 햇빛을 안 쏘였잖아? 서랍 안은 깜깜했잖아? 그런데 필름이 감광됐다고요? 이건 마치 충전기를 꽂지도 않았는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100%로 올라간 것과 같은 거예요. 말이 안 되는 일이었죠. 베크렐은 깨달았어요. 이 우라늄 돌은 바깥에서 에너지를 받지 않아도, 혼자서 보이지 않는 빛, 즉 '방사선'을 계속 내뿜고 있었던 거예요. 과학의 기본 상식이라 여겼던 '에너지는 밖에서 와야 한다'는 믿음이, 서랍 속 돌멩이 하나에 의해 완전히 뒤집힌 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