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충과 논형: 2천 년 전 미신에 맞선 고독한 회의주의자
책을 살 돈이 없어서 서점에서 서서 읽고 한 번에 외웠다
그는 책을 사본 적이 없다.
낙양의 책방 거리에 매일 서서 읽고, 한 번 본 페이지는 통째로 머릿속에 넣었다.
왕충(王充)은 지금의 저장성 사오싱 지역, 회계 출신 빈농의 아들이었다.
한나라의 국립대학인 태학(太學)에 입학했지만 교재를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낙양의 서시(書肆), 오늘날로 치면 책방들이 늘어선 거리에 매일 나가 서서 읽었다.
오늘날에도 서점에서 비닐 포장 안 뜯긴 책을 슬쩍 읽다 눈치 보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왕충에게는 그게 유일한 독서법이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그는 한 번 읽으면 암송했다.
그렇게 책을 외워가며 공부한 청년이, 훗날 혼자서 85편짜리 책을 써낸다.
그 책의 이름이 논형(論衡)이다.
무게를 단다는 뜻이다. 세상에 떠도는 모든 주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실제로 무게를 달아보겠다는 선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