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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리드의 직접 실재론은 우리 마음이 '관념'이라는 중간 그림을 거치지 않고 바깥 사물과 곧장 이어진다는 생각이에요. 감각은 세계를 가리는 유리창이 아니라, 세계가 저기 있다고 바로 알려 주는 신호라는 뜻이죠.
창밖 나무를 볼 때, 여러분은 진짜 나무를 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머릿속에 떠오른 나무 그림을 보고 있을까요?
이상한 질문 같지만 철학자들은 이걸 오래 두고 다퉜어요.
토머스 리드(1710년부터 1796년까지)는 스코틀랜드 철학자인데, 답이 분명하다고 봤어요.
우리는 머릿속 그림이 아니라 저 바깥의 진짜 나무를 직접 본다는 거예요.
이 생각을 '직접 실재론(direct realism)'이라고 불러요.
친구와 통화할 때 녹음된 목소리 파일을 트는 게 아니라 친구와 곧장 이어져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세계와 바로 닿아 있다는 거죠.
리드는 스코틀랜드 상식학파를 세운 사람으로 꼽혀요.
리드는 데이비드 흄의 책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1739년부터 1740년까지 나옴)를 읽고 크게 흔들렸어요.
흄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아는 게 진짜 세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게 됐거든요.
리드는 그 원인을 찾아냈어요.
데카르트, 로크, 버클리, 흄이 똑같이 깔고 있던 전제, 곧 '관념의 방식(the way of ideas)'이었죠.
이 전제는 '우리가 직접 아는 건 언제나 마음속 이미지(관념)뿐, 바깥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우리가 마음속 그림만 본다면, 그 그림이 바깥 세상을 제대로 그렸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요.
여기서 회의주의가 새어 나온 거예요.
리드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그 전제였어요.
그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널리 인용돼요.
"Let scholastic sophisters entangle themselves in their own cobwebs"(스콜라 궤변가들은 제 손으로 친 거미줄에 얽혀들게 두라).
그는 나 자신과 다른 사물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신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죠.
중간 그림을 끼워 넣은 쪽이 오히려 증명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럼 리드는 감각이 필요 없다고 했을까요?
아니에요.
이건 흔한 오해예요.
감각은 여전히 아주 중요해요.
다만 감각은 우리가 '보는 대상'이 아니라, 바깥 사물을 '가리켜 알려 주는 신호'라는 거죠.
리드는 이걸 '자연적 기호(natural sign)'라고 불렀어요.
노크 소리가 '문밖에 누가 왔다'를 알려 주듯, 손끝의 단단한 느낌은 '여기 단단한 물건이 있다'를 암시해요.
재미있는 건 이 느낌이 실제 단단함과 똑 닮지는 않았다는 점이에요.
소리가 사람 얼굴과 안 닮았듯이요.
그런데도 우리는 배우지 않고도 곧바로 알아채요.
리드는 이걸 '자연의 일종의 마법(a natural kind of magic)'이라고 표현했어요.
리드에게 지각(perception)은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성립해요.
| 요소 | 하는 일 |
|---|---|
| 감각(sensation) | 신호를 일으킴 |
| 개념작용(conception) | 무엇인지 떠올림 |
| 확신(conviction) | 실제로 저기 있다고 믿음 |
이 확신이 빠지면 그건 지각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봤어요.
리드가 로크의 1차 성질과 2차 성질 구분을 완전히 버렸다는 오해도 있어요.
사실은 버린 게 아니라 다시 다듬어 유지했어요.
모양이나 크기, 단단함 같은 1차 성질은 감각이 '직접적이고 뚜렷하게' 알려 주지만, 색이나 냄새, 맛 같은 2차 성질은 '상대적이고 모호하게'만 알려 준다고 봤죠.
물건의 성질을 없앤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또렷하게 아느냐로 선을 다시 그은 거예요.
또 하나.
멀리 있는 탁자가 작게 보인다고 해서 눈이 거짓말하는 걸까요?
리드는 '가시적 형태'와 '촉지적 형태'를 나누고, 둘 사이에 정확한 대응 관계가 있음을 보여 줬어요.
작게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라 거리에 따른 객관적 관계라는 거죠.
다만 이 '가시적 형태'가 오히려 중간 그림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건 지금도 학자들이 논쟁하는 지점이라,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리드의 직접 실재론은 '우리는 세계를 직접 지각한다'는 한마디로 요약돼요.
마음과 세계 사이에 관념이라는 중간 그림을 끼워 넣으면 결국 회의주의로 빠지니, 그 그림을 빼고 감각을 '세계를 가리키는 신호'로 다시 보자는 제안이었죠.
감각을 버린 게 아니라 감각의 자리를 바꿔 놓은 것, 이 점만 기억하면 리드의 생각을 오해 없이 붙잡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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