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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막스 셸러는 가치가 우리 마음 바깥에 객관적으로 있다고 봤어요. 감각·생명·정신·신성이라는 네 층으로 높낮이가 정해져 있어서, 더 높은 가치를 더 낮은 가치보다 먼저 선호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뜻이에요.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 하나와, 친구와 오래전에 한 약속이 같은 시간에 겹쳤다고 해봐요.
둘 다 "좋다"고 느끼지만 우리는 보통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죠.
막스 셸러(Max Scheler, 1874년부터 1928년까지)는 바로 이 "더 중요함"이 사람마다 제멋대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가치 자체에 이미 높낮이가 있다고 봤어요.
즉 가치는 내가 좋아하니까 생기는 게 아니라, 좋아하기 전부터 객관적으로·선험적으로(a priori) 순서가 매겨져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순서를 발명하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이고, 높은 가치를 낮은 가치보다 앞세우는 게 윤리라는 겁니다.
이 생각을 담은 주저가 『윤리학에서의 형식주의와 실질적 가치윤리학』(Der Formalismus in der Ethik und die materiale Wertethik, 1913년 1부·1916년 2부)이에요.
셸러는 가치를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네 층(양태)으로 나눴어요.
| 층(낮음→높음) | 가치 양태 | 이런 것들 |
|---|---|---|
| 감각적 가치 | 쾌적함/불쾌함 | 맛있다, 편하다 |
| 생명 가치(vital) | 고귀함/저속함 | 건강, 활력 |
| 정신적 가치 | 아름다움/추함, 옳음/그름, 참/거짓 | 예술, 정의, 진리 |
| 신성한 가치 | 성스러움/속됨 | 거룩함 |
계단으로 그리면 맨 아래가 혀와 몸이 느끼는 쾌적함, 그 위가 건강과 활력 같은 생명의 가치, 또 그 위가 아름다움·옳음·참을 아우르는 정신의 가치, 맨 위가 성스러움이에요.
흔히 "쾌락·유용·생명·정신·신성" 다섯 단계로 소개되지만, 셸러의 일차적 구분은 네 가지예요.
'유용함'은 따로 있는 층이 아니라 감각 가치에서 갈라져 나온 기술적 가치일 뿐이라, 단계 수를 헷갈리지 않는 게 좋아요.
셸러 윤리학의 출발점은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감정이에요.
그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느낀다고 봤어요.
사랑과 미움이라는 마음의 작용 속에서 세계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거죠.
좋은 냄새를 맡으면 "좋다"가 판단보다 먼저 오잖아요.
가치도 그렇게 감정으로 먼저 잡힌다는 겁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어떤 가치를 어떤 순서로 사랑하는지, 그 마음의 배열을 셸러는 '사랑의 질서'(ordo amoris)라고 불렀어요.
돈을 건강보다, 건강을 우정보다 앞세우는 사람은 사랑의 질서가 뒤집힌 셈이죠.
반대로 낮은 것보다 높은 것을 더 사랑하도록 마음이 잘 놓인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셸러는 칸트를 존경하면서도 맞섰어요.
칸트는 내용 없는 형식만을 윤리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셸러는 그걸 '형식주의'라 부르며 비판했어요.
텅 빈 규칙이 아니라 실제 내용을 가진 가치(실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목의 '실질적 가치윤리학'이 바로 그 뜻이에요.
니체와도 갈립니다.
셸러는 니체에게서 '르상티망'(Ressentiment, 억눌린 원한)이라는 말을 빌렸지만 결론은 반대예요.
| 물음 | 니체 | 셸러 |
|---|---|---|
| 르상티망의 정체 | 기독교 도덕 자체가 원한의 산물 | 근대 부르주아 도덕의 밑바탕 |
| 기독교적 사랑(아가페) | 원한의 위장 | 오히려 원한을 넘어서는 것 |
흔한 오해 하나도 짚을게요.
셸러는 후설의 제자로 소개되곤 하지만, 그의 학생이 아니었고 현상학에 독자적으로 이르렀어요.
그에게 현상학은 정해진 '방법'이라기보다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셸러의 가치 위계질서는 세 가지로 기억하면 돼요.
첫째, 가치는 내 마음 바깥에 객관적으로 있고 감각·생명·정신·신성의 네 층으로 높낮이가 정해져 있어요.
둘째, 윤리란 그 순서를 알아차려 높은 가치를 낮은 가치보다 앞세우는 일이고, 한 사람 안에서 그 마음이 놓인 배열을 '사랑의 질서'라 불러요.
셋째, 그는 칸트의 빈 형식 대신 실질 가치를, 니체의 원한과는 정반대 결론을 내놓았어요.
셸러는 뒤에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묻는 철학적 인간학으로 나아가 그 분야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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