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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말브랑슈가 말한 '신의 일반의지(Volonté générale de Dieu)'는, 신이 사람마다 사정마다 일일이 손을 대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단순하고 일반적인 법칙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자연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그건 특정한 누군가를 노린 게 아니라, 법칙이 예외 없이 그대로 굴러간 결과예요.
비 오는 날을 떠올려 볼까요.
우산을 챙긴 사람도, 깜빡하고 나온 사람도 똑같이 비를 맞아요.
하늘은 착한 사람 머리 위에서만 비를 멈추고 얄미운 사람에게만 쏟아붓지 않지요.
그냥 '구름이 물기를 머금으면 비가 내린다'는 하나의 규칙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뿐이에요.
말브랑슈가 말한 신의 일반의지(Volonté générale de Dieu)가 바로 이런 모습이에요.
그가 보기에 신은 매 순간 '이 사람은 살리고 저 돌은 떨어뜨리자'며 낱낱이 개입하는 분이 아니에요.
대신 몇 개의 단순하고 일반적인 법칙을 세워 두고, 그 법칙이 예외 없이 굴러가게 두는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려요.
이렇게 '늘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의지'가 일반의지이고, 그 반대로 상황마다 특별히 끼어드는 방식이 '개별의지(volonté particulière)'예요.
| 구분 | 개별의지 | 일반의지 |
|---|---|---|
| 방식 | 상황마다 따로 개입 | 하나의 법칙을 모두에게 적용 |
| 예 | 착한 사람 위에서만 비를 멈춤 | 조건이 되면 누구 위에나 비가 내림 |
| 말브랑슈의 답 | 신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 신은 이렇게 다스린다 |
말브랑슈는 1680년에 낸 『자연과 은총에 관한 논고(Traité de la nature et de la grâce)』에서, 이 법칙의 일반성이 자연에만이 아니라 은총, 곧 사람의 구원에까지 똑같이 적용된다고 못 박았어요.
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와요.
신이 전능하다면 왜 지진이나 병 같은 나쁜 일을 막지 않을까요.
말브랑슈의 대답은 이래요.
신은 나쁜 일을 원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다스리려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게 둔다는 거예요.
신은 더 완벽한 세계를 만들 힘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세계는 법칙을 훨씬 복잡하게 짜고 매번 특별히 손을 대야 했을 거예요.
말브랑슈가 보기에 신은 그 복잡한 개입 대신, 작품 자체의 완전함과 법칙의 단순함·일반성 사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세계를 골랐어요.
그래서 그의 신은 라이프니츠가 말한 '가능한 모든 세계 중 최선'을 만든 게 아니라,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세계'를 택한 셈이에요.
비유하자면, 도시 전체에 신호등 규칙 하나를 깔끔하게 깔아 두는 것과 같아요.
그 규칙 덕분에 대부분은 잘 굴러가지만, 가끔 사고도 나요.
그렇다고 신호등을 없애고 교차로마다 사람이 일일이 손짓하면 더 복잡하고 지저분해지지요.
말브랑슈의 신은 단순하고 한결같은 규칙 쪽을 택했고, 그 규칙의 그림자로 자연의 나쁜 일이 딸려 온다고 본 거예요.
이 생각은 당시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꽤 낯선 것이었어요.
보통은 신을 '자비롭고 다정한 아버지'로 그리잖아요.
그런데 말브랑슈의 신은 무엇보다 '정의로운' 존재, 곧 완벽한 입법자에 가까워요.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분이지요.
그래서 이 신은 개별 창조물 하나하나의 운명에는 오히려 무심해 보여요.
기도를 한다고 규칙을 어겨 가며 특별히 응답하지도 않고요.
말브랑슈는 신의 근본 목적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원'이라기보다 '자신의 영광'이라고까지 말했어요.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논리는 한결같아요.
신이 위대한 이유는 변덕 없이 일반 법칙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그 한결같음 자체에 있다는 거예요.
'일반의지'라는 말은 나중에 정치철학자 루소에게서 유명해져요.
그래서 둘을 헷갈리기 쉬운데, 뜻이 사뭇 달라요.
말브랑슈의 일반의지는 철저히 신학적인 개념이에요.
'신이 개별이 아니라 일반 법칙으로 세계를 다스린다'는 뜻이지요.
반면 루소는 이 말을 정치로 옮겨 와서, 한 공동체 시민들이 함께 품는 공공의 뜻이라는 의미로 썼어요.
이름은 같아도 한쪽은 신을 말하고, 한쪽은 사람들의 정치를 말해요.
한 가지 더, 말브랑슈의 신은 규칙을 만들어 두고 뒤로 물러난 '시계공' 같은 신이 아니에요.
훗날 이신론자들이 그를 그런 원조처럼 끌어다 썼지만, 프랑스어 위키백과는 이를 부분적이고 단순화된 오독이라고 지적해요.
말브랑슈의 신은 지금도 일반의지로 세계를 계속 다스리는, 어디까지나 신학적인 신이에요.
말브랑슈의 '신의 일반의지'는 이렇게 기억하면 돼요.
신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끼어드는 대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단순하고 일반적인 법칙으로 세상을 다스려요.
그 한결같음 때문에 자연의 나쁜 일도 특정인을 겨냥한 벌이 아니라 법칙이 예외 없이 굴러간 결과일 뿐이고, 신은 다정한 아버지라기보다 규칙을 지키는 정의로운 입법자에 가까워요.
이름이 같은 루소의 정치적 일반의지와는 뜻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이 신이 뒤로 물러난 시계공이 아니라는 점만 함께 붙잡아 두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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