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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가능세계 의미론은 '만약 세상이 달랐다면'을 상상해 그 모든 세상에서 문장이 참인지를 따지는 방법이에요. 솔 크립키는 여기에 더해, 사람의 이름은 어느 세상에 가도 늘 같은 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봤어요.

솔 크립키는 십 대 시절에 이미 논리학의 까다로운 증명 하나를 완성한 사람이에요. 한 대학에서 강의 자리를 권하자 그는 “엄마가 고등학교부터 마치라고 하셨어요”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죠. 그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손댄 주제가 바로 '가능세계 의미론'이에요. 오늘은 이 어려워 보이는 말이 사실은 우리가 매일 하는 상상과 똑 닮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왜 철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지를 비유로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가능세계라는 말은 어쩐지 공상과학 영화 같죠. 그런데 우리는 사실 이걸 하루에도 몇 번씩 써요. “그때 우산을 챙겼다면 안 젖었을 텐데”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때 우리 머릿속에는 '우산을 챙긴 내'가 사는 또 다른 세상이 살짝 그려져요. 게임에서 세이브 파일을 여러 개 만들어 두는 것과 비슷해요. 같은 출발점에서 조금씩 다르게 갈라진 세상들이죠. 크립키는 이 '만약에'의 세상들에 가능세계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 수많은 가능세계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단 하나일 뿐이라고 봤고요. 상상 속에만 있던 '만약에'가, 또박또박 따져 볼 수 있는 대상이 된 거예요.

철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드시 참인 것'과 '어쩌다 참인 것'을 나누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그 둘을 정확히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늘 골칫거리였죠. 크립키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셌어요. 가능한 모든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라는 거예요. 어떤 문장이 모든 가능세계에서 빠짐없이 참이면, 그건 '반드시 참(필연)'이에요. 반대로 어느 한 세상에서라도 참이면 '어쩌면 참(가능)'이고요. 예를 들어 '둘 더하기 둘은 넷'은 어느 세상에 가도 넷이에요. 그래서 필연이죠. 반면 '오늘 비가 온다'는 비가 오지 않는 세상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으니, 그저 가능한 사실일 뿐이에요. 막연하게 쓰던 '반드시'와 '어쩌면'에 드디어 잴 수 있는 자가 생긴 셈이에요.

여기서 크립키의 진짜 한 방이 나와요. 그는 이렇게 물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다른 가능세계에서 누구를 가리킬까? 예전 철학자들은 이름이 '설명의 묶음'이라고 봤어요.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가르친 그리스 철학자'라는 설명의 줄임말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크립키는 고개를 저었어요. 만약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을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부를 수 있잖아요. 이름은 설명이 바뀌어도 떨어지지 않는, 한번 붙으면 끝까지 가는 이름표 같은 거예요. 그래서 모든 가능세계를 건너다녀도 늘 같은 한 사람을 가리키죠. 크립키는 이렇게 어느 세상에서나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을 고정 지시어라고 불렀어요.

이 생각들은 1970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한 세 번의 강의에 담겼고, 나중에 '이름과 필연'이라는 책으로 묶였어요. 별것 아닌 듯한 '이름표' 비유 하나가 왜 그렇게 큰 사건이었을까요? 그전까지 많은 사람은 '반드시 참인 진리는 머릿속 계산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크립키는 '물은 에이치투오, 곧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질이다'처럼, 세상에 직접 나가 알아내야 하면서도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인 필연적 진리가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무언가를 안다는 것과 그것이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 늘 함께 가는 게 아니었던 거죠. 이름이 무엇을 가리키고 의미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다루는 방식이, 크립키 이후로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가능세계는 '만약에'로 갈라져 나온 또 다른 세상들이에요. 크립키는 이 세상들을 죽 둘러보는 방법으로 '반드시'와 '어쩌면'을 잴 수 있게 했고, 이름은 어느 세상에 가도 같은 한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표라고 봤어요. 어렵게만 들리던 논리학이, 사실은 우리가 날마다 하는 '만약에'라는 상상에 또박또박 규칙을 붙인 작업이었던 거죠. 다음에 “그때 그랬다면” 하고 혼잣말할 때, 당신은 이미 크립키의 가능세계를 하나 만들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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