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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비트겐슈타인은 오직 나만 아는 감각에 혼자 이름을 붙이는 '사적 언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봤어요. 그 이름을 맞게 쓰고 있는지 확인해 줄 기준이 내 기억밖에 없어서, 틀려도 틀린 줄을 영영 모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만 느끼는 특별한 기분이 하나 있다고 해볼게요. 다른 누구도 느껴본 적 없고, 사전에도 없고, 설명할 말조차 마땅찮은 그런 감각이요. 그래서 비밀 일기장을 펴고, 그 기분이 들 때마다 알파벳 'S' 한 글자를 적기로 했어요. 오직 나만 뜻을 아는 단어, 그러니까 '사적 언어'가 태어난 순간이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바로 이런 언어가 정말 가능한지를 끝까지 파고든 철학자예요. 이 글에서는 그가 왜 그건 안 된다고 답했는지를, 일기장 한 권과 딱정벌레 한 마리를 따라가며 천천히 풀어볼게요.

처음엔 참 쉬워 보여요. 그 기분이 들 때마다 'S'라고 적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 날에 찾아와요. 오늘 또 비슷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어제 적었던 'S'와 정말 똑같은 감각일까요? 확인할 방법은 오직 내 기억뿐이에요.
바로 여기서 비트겐슈타인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요. 확인할 길이 내 느낌밖에 없다면, 맞다와 맞다고 느낀다가 그냥 똑같아져 버린다고요. 줄자 없이 마음속 줄자로 쟀으니 1미터가 분명하다고 우기는 것과 같아요. 틀려도 틀렸다고 일러줄 사람도, 들이밀 기준도 없으니, 사실은 맞고 틀림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요. 규칙이 있는 척하지만 실은 아무 규칙도 없는 놀이인 셈이죠. 그래서 'S'는 단어처럼 보여도 단어 구실을 못 해요.

그럼 우리가 쓰는 '아프다' 같은 말은요? 이것도 내 속에만 있는 감각이잖아요. 차이가 뭘까요? 곰곰이 떠올려 보면, 우리는 아픔을 혼자 들여다보며 이름 붙인 게 아니에요. 어릴 때 넘어져 울면, 곁에 있던 어른이 아이고 아프지 하고 말해 줬어요. 내가 찡그리고 울고 호호 부는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거기에 아파라는 말을 붙여 준 거죠.
그러니까 아파는 처음부터 여러 사람 사이에서 배운 말이에요. 남들이 내 표정과 행동을 보고 맞게 쓰는지 봐줄 수 있고, 내가 엉뚱하게 쓰면 바로잡아 줄 수도 있어요. 반대로 일기장의 'S'는 누구도 곁에서 봐줄 수 없죠. 같은 감각을 가리키는 말처럼 보여도, 하나는 함께 쓰는 말이고 하나는 혼자만의 말이라는 큰 차이가 있어요.

비트겐슈타인은 더 재미있는 비유도 들어요. 모든 사람이 작은 상자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상자 안에는 저마다 무언가가 들어 있고, 다들 그걸 딱정벌레라고 불러요. 단, 규칙이 하나 있어요. 누구도 남의 상자는 들여다볼 수 없고, 오직 자기 상자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묘한 일이 벌어져요. 내 상자엔 진짜 딱정벌레가, 친구 상자엔 돌멩이가, 또 누군가의 상자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다 함께 딱정벌레라는 말을 아무 문제 없이 주고받아요. 이게 뜻하는 게 뭘까요? 딱정벌레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건 상자 속 진짜 그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말의 뜻은 상자 안 비밀스러운 알맹이가 아니라, 우리가 그 말을 함께 쓰는 방식에서 나와요. 내 머릿속 감각도 바로 이 열어볼 수 없는 상자와 똑같답니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해요. 단어의 뜻은 사전 속 정의나 머릿속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말을 실제로 쓰는 방식에 있다고요. 언어는 규칙을 함께 지키는 게임과 비슷해서, 누군가 엉뚱하게 쓰면 그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하고 바로잡아 줄 수 있어야 해요. 그 바로잡음이 가능하려면, 말은 반드시 여러 사람 사이에 놓여 있어야 하죠. 혼자만의 언어에는 이 바로잡음이 처음부터 없어요.
놀라운 건, 이 결론을 내린 사람이 젊은 시절엔 정반대로 생각했다는 점이에요. 비트겐슈타인은 1889년부터 1951년까지 살았는데, 1921년에 낸 첫 책 논리철학논고에서는 언어가 세계를 그림처럼 비춘다고 봤어요. 그러다 세상을 떠난 뒤 1953년에 나온 철학적 탐구에서는, 말의 뜻은 그림이 아니라 쓰임에 있다며 자기 생각을 스스로 뒤집었어요. 한 사람이 언어와 사고의 한계를 평생 두 번이나 새로 그은 셈이죠.

사적 언어 논증은 이름은 어렵게 들려도 속뜻은 단순해요. 오직 나만 아는 말은 맞게 쓰는지 확인할 기준이 없어서, 결국 말의 구실을 못 한다는 거예요. 일기장의 'S'도, 열어볼 수 없는 딱정벌레 상자도, 아파라는 말의 내력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요. 뜻이란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서 생겨난다는 것이죠. 그러니 다음에 어떤 단어의 뜻이 궁금해지면, 그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면 돼요. 비트겐슈타인이 일기장과 상자를 들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게, 바로 그 한 가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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