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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주말 아침이에요. 오늘은 푹 쉬자고 마음먹었는데, 누워 있으니 어쩐지 불안해요. 영어 단어라도 외워야 할 것 같고, 운동도 빼먹으면 안 될 것 같고, 남들 올린 사진을 보면 나만 멈춰 있는 기분이 들어요. 분명 아무도 "공부해", "일해"라고 소리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마음이 쉬질 못하고, 하루가 끝나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녹초가 돼요.
이 묘한 피곤함을 정면으로 파고든 사람이 있어요. 바로 철학자 한병철이에요. 그는 이런 시대를 "피로사회"라고 불렀어요.

한병철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처음엔 대학에서 금속공학, 그러니까 쇠를 다루는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에 독일로 건너가 철학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철학자가 됐어요.
그를 세계에 알린 책이 2010년에 독일에서 나온 '피로사회'예요. 1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도 반응이 컸어요. 그는 이 책과 '투명사회' 같은 글에서, 우리가 사는 성과 중심 사회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드러내는 디지털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했어요.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그중에서도 두 단어, '성과주체'와 '자기착취'예요.

한병철의 설명을 이해하려면, 옛날 세상을 먼저 떠올리면 쉬워요. 학교를 생각해 보세요. "복도에서 뛰지 마", "떠들지 마", "늦지 마." 곳곳에 금지 팻말이 붙어 있고, 규칙을 어기면 혼나요.
한병철은 이런 세상을 '규율사회'라고 불러요. 누군가가 밖에서 나를 감시하고, 안 되는 걸 정해 주는 세상이에요. 힘들긴 해도 한 가지는 분명했어요. 나를 누르는 상대가 바깥에 있다는 거예요. 나쁜 건 저 규칙, 저 감독관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말투가 바뀌었어요. "하지 마" 대신 "할 수 있어", "한계를 넘어", "네가 마음먹기 나름이야"라고 속삭여요. 광고도, 자기계발서도, 인터넷 글도 온통 이 응원으로 가득해요.
언뜻 들으면 따뜻한 말 같아요.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어요. "넌 뭐든 할 수 있어"라는 말은 뒤집으면 "못 해낸 건 다 네 탓"이라는 뜻이 되거든요. 이렇게 스스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믿으며 자기를 몰아붙이는 사람을, 한병철은 '성과주체'라고 불러요. 더 이상 감독관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더 잘하라고 명령하는 거예요.

여기서 가장 무서운 일이 벌어져요. 옛날엔 부려 먹는 사람과 부림 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성과주체는 그 둘을 혼자 다 맡아요. 내가 나의 사장이 돼서 "더 해, 쉬지 마"라고 다그치고, 동시에 그 명령을 받는 직원이 되어 밤늦게까지 자신을 굴려요.
한병철은 이걸 '자기착취'라고 불러요. 누가 나를 착취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쥐어짜는 거예요. 자전거 페달을 스스로 밟으면서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갸웃거리는 셈이에요. 그래서 화를 낼 대상조차 없어요. 미워할 사장이 바깥에 없으니까, 그 답답함이 안으로 향해 우울이나 번아웃, 곧 모든 게 다 타 버린 듯한 소진으로 나타난다고 그는 말해요.

이 생각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내 피곤함의 원인을 다시 보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흔히 지치면 "내 의지가 약한 탓"이라고 자책해요. 그런데 한병철은 말해요. 그건 네 의지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더 할 수 있어"라고 부추기는 사회의 구조 문제일 수 있다고요.
그는 해결책으로 거창한 걸 내놓지 않아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무는 시간, 멍하니 쉬는 시간의 가치를 되살리자고 해요. 쉼을 게으름이 아니라 사람에게 꼭 필요한 숨 고르기로 보자는 거예요.

한병철은 우리 시대를 '피로사회'라고 불렀어요. 예전 세상이 "하지 마"라며 밖에서 사람을 눌렀다면, 지금 세상은 "넌 할 수 있어"라며 사람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만든다고 봤어요. 그렇게 자기를 다그치는 사람이 '성과주체'고, 사장이자 직원이 되어 자신을 쥐어짜는 일이 '자기착취'예요.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피곤은 단지 게으름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 풍경일 수 있어요. 오늘 이유 없이 마음이 지친다면, 그건 약한 게 아니라 잠시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쉬어도 된다는 신호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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