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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필즈상 수상자의 첫 번째 걸작은 논문이 아니라 음향 편집 프로그램이었어요.
마르틴 하이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수학자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하지만 10대 시절 그를 사로잡은 건 수학 교과서가 아니라 컴퓨터와 소리였어요.
15살 무렵, 하이러는 매킨토시용 오디오 편집 소프트웨어 'Amadeus'를 직접 만들었어요.
유튜브 영상 편집하다 잡음 제거 버튼 눌러본 적 있죠?
하이러는 그 기능을 10대 손으로 직접 구현한 거예요.
이 프로그램은 취미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았어요.
Amadeus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맥 사용자들이 쓰고 있어요.
그런데 소리의 '잡음'을 편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 소년이, 훗날 수학적 '소음(noise)'을 정복하는 이론으로 최고 영예를 받게 돼요.
소음. 그 단어는 그의 커리어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키워드였어요.

이 방정식의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게 아니었어요.
수학적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는데 "이 주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가 뜨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길을 못 찾는 게 아니라 목적지 자체가 지도에 없는 거예요.
1986년에 세 물리학자 카르다르, 파리시, 장이 제안한 KPZ 방정식이 딱 그 꼴이었어요.
KPZ 방정식은 표면 성장 모델이에요.
물방울이 번지거나 결정이 자라는 과정, 오늘날로 치면 소셜 네트워크에서 정보가 퍼지는 패턴 같은 걸 수식으로 잡아내려는 시도였어요.
그런데 이 방정식에서 특정 항들을 곱하면 "무한대 곱하기 무한대"라는 상황이 생겨요.
수학에서 무한대 곱하기 무한대는 그냥 '엄청 큰 수'가 아니에요.
정의 자체가 불가능한, 수학의 언어가 완전히 멈춰버리는 순간이에요.
결국 수학자들은 100년 가까이 답을 못 찾은 게 아니었어요. 질문 자체를 적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하이러는 방정식을 풀지 않았어요. 방정식이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통째로 만들었어요.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기존 도구를 더 날카롭게 갈아 문제에 접근해요.
하이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질문 자체를 바꿨어요.
방정식을 어떻게 풀까가 아니라, 이 방정식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로요.
2014년, 하이러는 180페이지짜리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 안에 담긴 건 '정칙 구조 이론(theory of regularity structures)'이었어요.
기존 수학의 언어로는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던 방정식들을 다룰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프레임워크예요.
퍼즐 조각이 안 맞을 때 억지로 끼우는 대신 퍼즐판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것과 같아요.
배우를 캐스팅한 게 아니라 극장을 건축한 거예요.
수학계는 이 논문 하나로 완전히 뒤집혔어요.

커피잔에 크림을 떨어뜨려 보세요. 퍼지는 그 무늬 안에 하이러가 길들인 방정식이 숨어 있어요.
커피 속 크림이 번지는 패턴, 산불 경계선이 퍼져나가는 방식, 박테리아 군집이 성장하는 형태.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현상이에요.
하지만 하이러의 이론으로 들여다보면 이 셋은 같은 수학적 구조를 공유하고 있어요.
가장 추상적이고 난해한 순수수학 이론이 커피잔 속 크림의 움직임을 설명한다는 것. 이게 이 이야기의 진짜 반전이에요.
하이러는 2014년 필즈상을 받았어요.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4년마다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최고 영예예요.
2020년에는 영국 기사 작위(KBE)까지 받았어요.
10대 때 소리의 잡음을 편집하던 소년은 결국 우주의 잡음에 질서를 부여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 여정의 첫 줄이 수학 공식이 아니라 음향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였다는 게, 어쩌면 가장 의미심장한 사실일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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