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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79년, 호주 애들레이드의 한 거실에서 벌어진 장면은 이랬어요.
두 살짜리 남자아이가 바닥에 앉은 다섯 살짜리들에게 1부터 5까지 숫자를 가르치고 있었어요.
홍콩에서 이민 온 타오 가족의 지인 모임이었어요.
부모가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테렌스 타오는 언제부터인지 선생님이 되어 있었어요.
숫자를 아는 것과 남에게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인데, 그 아이는 두 살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어요.
대부분의 신동 이야기는 "어린 나이에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는 서사예요.
하지만 타오의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단어는 "가르치고 있었다"예요.
이해를 넘어서 전달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후로도 기록은 계속됐어요.
8세에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수학 영역에서 760점을 받았어요.
800점 만점 시험을 중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본 거예요.
10세에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출전했어요.
IMO는 전 세계 고등학생들이 겨루는 수학 경시대회인데, 타오는 역대 최연소 참가 기록을 세웠어요.
유치원 학예회에서 한 아이가 갑자기 나와서 고3 선생님 역할을 시작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아들이 8세에 대학생 수준의 수학 시험을 거의 만점 받았을 때, 이 부모가 한 일은 월반 신청이 아니었어요.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어요.
아버지 빌리 타오는 소아과 의사였고, 어머니 그레이스는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어요.
두 사람은 아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호주 영재교육 연구자 미라카 그로스의 조언을 받아 신중한 결정을 내렸어요.
그로스는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에서 수십 년간 영재 아동을 연구한 권위자였는데, 그가 권한 건 "전체 월반보다 과목별 조정"이었어요.
그래서 타오는 수학과 과학은 상위 학년 수업을 들으면서도, 사회나 체육은 또래와 함께했어요.
아이가 구구단을 외우면 바로 선행학습을 밀어붙이는 방식과 정확히 반대였어요.
결과는 이랬어요.
16세에 학사, 17세에 석사, 21세에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하지만 동시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십대를 살았어요.
"빨리 달릴수록 멀리 간다"는 건 직선 도로에서나 맞는 말이에요.
수학은 마라톤이 아니라 산악 등반에 가까워서, 무리해서 앞서가다 무릎이 망가지면 정상에 닿지 못해요.
이 부모는 그걸 알고 있었어요.

소수는 수학에서 가장 제멋대로인 숫자들이에요.
그런데 2004년, 스물아홉 살의 수학자가 그 혼돈 속에서 완벽한 계단을 발견했어요.
소수는 2, 3, 5, 7, 11처럼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숫자예요.
왜 3 다음에 5가 오고, 7 다음에 11이 오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수천 년간 수학자들이 패턴을 찾으려 했지만, 소수는 그냥 무질서하게 나타났어요.
타오는 영국 수학자 벤 그린과 함께 이 소수들 안에 "등차수열"이 무한히 숨어있다는 걸 증명했어요.
등차수열은 3, 7, 11, 15처럼 같은 간격으로 늘어나는 숫자 패턴이에요.
즉, 소수만 골라서 나열했을 때 같은 간격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거예요.
로또 당첨 번호가 완전히 랜덤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누군가 그 안에 반복되는 숨은 패턴이 무한히 있다고 증명한 것과 비슷해요.
폭풍우 한가운데서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발견한 것과 같은 이야기예요.
이것이 그린-타오 정리예요.
2006년, 타오는 이 업적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았어요.
4년마다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만 주는 상인데, 타오는 31세였어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수학자에게 질문이 있으면, 그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 돼요.
그는 실제로 답해요.
타오는 2007년부터 "What's New"라는 수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자신의 연구 과정, 아직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한 생각, 강의 노트까지 전부 공개해요.
수학은 고독한 천재가 다락방에서 홀로 증명을 완성하는 이미지가 강한데, 타오는 그 신화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어요.
2009년에는 폴리매스 프로젝트(Polymath Project)에 핵심 참여자로 활동했어요.
영국 수학자 팀 가워스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수학자들이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협업해 난제를 푸는 실험이었어요.
가워스 자신도 필즈상 수상자인데, 두 사람은 "수학을 오픈소스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었어요.
2015년에는 더 극적인 일이 생겼어요.
에르되시 불일치 문제는 헝가리 수학자 에르되시가 1930년대에 제기한 난제예요.
수열을 어떻게 배열해도 결국 규칙성이 생겨난다는 내용으로, 수십 년간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타오는 자신의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서 힌트를 얻어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가 코드를 전부 공개하고, 댓글로 들어온 제안을 실제로 반영해서 세계적인 결과물을 만든 것과 같아요.
타오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수학은 더 이상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올바른 질문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두 살에 다섯 살짜리들에게 숫자를 가르치던 아이가, 반세기 뒤에는 전 세계 수학자들과 블로그 댓글로 우주의 규칙을 찾고 있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혼자가 아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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