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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운동장에서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이야 밴드 하나 붙이고 끝이지만, 100년 전에는 그 작은 상처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어요. 상처 틈으로 세균이 들어오면, 그걸 막을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병원에 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의사들은 상처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고, 세균이 온몸으로 퍼지면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수술을 받다가 감염으로 죽는 사람이 수술 자체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던 시절이었어요.
알렉산더 플레밍은 바로 그 시대를 살았어요. 그는 영국의 세균학자, 그러니까 세균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 때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군인이 총상 자체가 아니라 상처에 들어간 세균 때문에 죽어가는 걸 직접 봤어요. '세균을 죽일 무기만 있다면!' 플레밍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 생각을 놓지 못했어요.

그 생각을 놓지 못한 플레밍은 매일 실험실에서 세균을 키우며 연구했어요. 그러다 1928년 여름, 그는 휴가를 떠나면서 실험 접시 — '페트리 접시'라고 부르는, 세균을 기르는 작은 투명 그릇이에요 — 를 정리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갔어요. 좀 게을렀던 거죠.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접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접시 위에 푸른 곰팡이가 자라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곰팡이 주변의 세균이 싹 사라져 있었거든요! 마치 게임에서 보호막을 씌운 것처럼, 곰팡이 근처에는 세균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보통 과학자라면 "에잇, 실험 망했네" 하고 접시를 씻어버렸을 거예요. 하지만 플레밍은 달랐어요. '이 곰팡이가 뭔가를 내뿜어서 세균을 죽이는 건 아닐까?' 그는 그 곰팡이의 이름을 확인했어요. '페니실리움'이라는 종류였죠. 그래서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세균 킬러 물질에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급식 시간에 우연히 떨어뜨린 반찬에서 대박 레시피를 발견한 것과 비슷하달까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어요. 곰팡이에서 약을 뽑아낸다는 생각을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인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이 이 연구를 이어받아서, 페니실린을 실제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약으로 만들어냈어요.
때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어요. 전쟁터에서 다친 군인들에게 페니실린을 주사하자, 예전 같으면 감염으로 죽었을 사람들이 기적처럼 살아났어요. 수백만 명의 군인이 상처가 곪아 죽는 대신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플레밍은 194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 페니실린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가 되었어요. 항생제란 세균을 죽이거나 자라지 못하게 막는 약을 말해요. 이후 과학자들은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수십 가지 항생제를 더 개발했고, 인류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어났어요. 작은 상처로 사람이 죽던 시대가 드디어 끝난 거예요.

그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예요.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는 분홍색 알약, '아목시실린'이라고 써 있는 거 본 적 있나요? 그게 바로 페니실린의 후손이에요. 100년 전 플레밍의 실험 접시 위에 피었던 그 푸른 곰팡이에서 시작된 약이죠.
이 이야기에서 정말 놀라운 건, 플레밍의 발견이 엄청난 계획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우연에서 시작됐다는 거예요. 다만 그 우연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에요. 플레밍은 이렇게 말했어요. "기회는 준비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온다."
혹시 여러분도 실험이나 요리를 하다가 뭔가 예상과 다르게 됐을 때, "망했다!" 하고 바로 치워버린 적 없나요? 그 순간 한 번만 더 들여다보세요. 어쩌면 거기에 세상을 바꿀 발견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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