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2살의 테렌스 타오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받았을 때, 같은 해 한국 고등학생 형들은 그보다 낮은 점수로 그 시험을 떨어졌어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는 만 20세 이하 세계 수학 천재들이 모이는 대회예요.
한국에서도 수학 좀 한다는 고등학생만 나가는 그 무대에서, 1987년의 타오는 중학생 나이로 금메달을 땄어요.
이 기록은 2026년 현재까지 깨지지 않았어요.
사실 그 전부터 신호는 있었어요.
1975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태어난 타오는 2살에 어른 도움 없이 알파벳과 숫자를 깨쳤고, 5살에는 미적분 문제를 혼자 풀었어요.
한 심리학자가 어린 시절 그의 IQ를 230 안팎으로 추정했는데, 이 수치는 IQ 측정표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숫자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인터뷰에서 평생 반복하는 말이 있어요.
"나는 특별하지 않다."
반에서 항상 1등인 친구가 "나 진짜 머리 안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 아시죠? 타오의 경우는 그 강도가 IMO 금메달 수준이에요.

세상이 그를 빨리 데려가고 싶어 했지만, 부모는 그를 천천히 키우기로 결정했어요.
7살의 타오는 호주 블랙우드 고등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또래보다 훨씬 나이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자주 울었어요.
지식은 넘쳤지만 친구가 없는 아이였어요.
아버지 빌리 타오는 의사였고, 어머니 그레이스는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었어요.
두 사람은 호주 영재 연구의 권위자 미라카 그로스와 상담한 뒤, 놀라운 결정을 내렸어요.
아들을 빠른 트랙에서 의도적으로 빼서 다시 일반 초등학교에 더 머물게 하기로요.
학원에서 "이 아이는 5학년 진도까지 해도 됩니다"라고 했을 때 "아니요, 또래랑 같이 다니게 해주세요"라고 답하는 부모를 상상해보면 비슷한 장면이에요.
타오의 부모는 8살이 되어서야 고교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했고, 대학 진학도 14살까지 늦췄어요.
인류 최연소 졸업자 명단에 올릴 수 있었던 부모가 그 기록을 스스로 포기한 거예요.
타오는 나중에 이 결정을 자신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으로 회고했어요.
또래와 함께 자란 시간이, 나중에 협력과 공동 연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요.

2006년, 필즈상 수상 직후 카메라 앞에서 타오는 이렇게 말했어요.
"마법 같은 건 없어요."
필즈상(Fields Medal)은 4년에 한 번,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주어지는 상이에요.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기 때문에 수학계에서는 이 상이 사실상 노벨상 역할을 해요.
31살의 타오는 역대 최연소 수상자 중 한 명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그는 말을 이었어요.
"문제를 보면 전에 풀었던 비슷한 문제가 떠오를 뿐이에요."
번뜩이는 영감이 아니라, 기억과 연결의 축적이라는 거예요.
그는 자신의 블로그(terrytao.wordpress.com)에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써왔어요.
"천재성 신화는 해롭다"고, 수학은 갑작스러운 영감이 아니라 작은 단계의 누적이라고요.
미디어가 그를 "수학의 모차르트"라 부르는 동안, 본인은 그 호칭을 가장 적극적으로 부정해온 사람이에요.
회사에서 모두가 "저 사람은 타고났어"라고 말하는 동료가 매일 새벽 5시에 같은 문제를 다섯 번 다시 푸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타오가 보여주는 건 정확히 그 풍경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은, 자기 풀이의 빈틈을 인터넷에 그대로 올려두는 사람이었어요.
2009년, 영국 수학자 티머시 가워스가 이상한 실험을 제안했어요.
어렵기로 유명한 미해결 수학 문제를 인터넷 댓글창에서 다 같이 풀어보자는 거였어요.
이름도 거창해서 폴리매스 프로젝트(Polymath Project)라고 불렀어요.
당시 이미 필즈상 수상자였던 타오는 이 실험에 가장 먼저 참여했어요.
그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 풀이까지 블로그에 그대로 공개했고, 닉네임만 있는 아마추어들의 댓글을 진지하게 읽고 직접 답했어요.
대기업 스타 임원이 자기 업무 진행 상황을 매일 사내 게시판에 전부 공개하고 신입사원 댓글을 일일이 읽는 풍경이에요.
이미 2004년에도 그는 비슷한 방식으로 일했어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수학자 벤 그린(Ben Green)과 손을 잡고 그린-타오 정리를 발표했어요.
그린-타오 정리는 소수가 임의 길이의 등차수열을 무한히 포함한다는 증명인데, 수백 년간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였어요.
천재 신화가 가장 어울릴 인물이, 사실 가장 비-천재적인 방식으로 일했어요.
혼자 번뜩이는 게 아니라, 공개하고 협력하고 함께 누적하는 방식으로요.
그러면 타오가 평생 반복한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말은 겸손일까요, 아니면 그가 직접 발견한 무언가일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1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