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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미국 군사 연구소가 아니라 베를린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태어났어요.
1938년, 콘라드 추제(Konrad Zuse)라는 독일 청년이 부모님 집 거실 소파와 식탁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 그 자리에 금속 부품들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어요.
대학을 갓 졸업한 토목공학과 출신이었는데, 회사 취직 대신 혼자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정부 지원도 없었고, 연구소 동료도 없었어요.
오늘로 치면 대학생이 자취방에서 혼자 챗GPT를 발명한 셈이에요.
도면은 식탁 위에, 부품은 바닥에, 조립은 거실에서 이뤄졌어요.
그렇게 3년이 흘렀어요.
1941년 5월 12일, 추제는 Z3라는 기계를 완성했어요.
Z3는 세계 최초로 작동한 프로그래밍 가능·자동 디지털 컴퓨터였어요.
하지만 당시 아무도 그 의미를 몰랐어요.
미국에서 ENIAC이 등장한 건 1946년이에요.
추제의 Z3보다 무려 5년 뒤였죠.
인류 최초의 컴퓨터는 발명된 지 2년 만에 잿더미가 됐어요.
1943년 12월, 연합군의 베를린 공습이 추제의 작업실을 직격했어요.
Z1, Z2, Z3, 전부 사라졌어요.
설계도와 천공 카드 일부만 간신히 남았어요.
천공 카드는 오늘날의 프로그래밍 코드와 비슷해요.
종이에 구멍을 뚫는 위치로 기계에 명령을 전달하는 방식이에요.
그 명령어 몇 장만이 Z3의 마지막 흔적으로 남았어요.
그런데 추제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때 이미 Z4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는 미완성 Z4를 손수레에 싣고 베를린을 탈출했어요.
박사 논문 USB를 들고 화재 현장에서 도망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딱 하나 남은 결과물을 두 손으로 붙들고 전쟁의 화염 속을 빠져나간 거예요.
그 목적지는 알프스 산골이었어요.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지구상 유일하게 작동하는 컴퓨터는 알프스 외양간 옆에 천을 덮고 잠들어 있었어요.
추제가 정착한 곳은 힌터슈타인(Hinterstein)이라는 알프스 산골 마을이었어요.
그는 Z4를 외양간과 빵집 지하실에 번갈아 숨겼어요.
소가 옆에서 여물을 씹는 동안, 세계 유일의 컴퓨터는 천막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슈퍼카가 시골 농가 헛간에 5년간 방치된 상황과 같아요.
아무도 그 가치를 몰랐고, 그걸 찾는 사람도 없었어요.
전쟁이 끝난 유럽은 그냥 살아남기 바빴으니까요.
그러다 1949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ürich)가 Z4를 임대하겠다고 나섰어요.
Z4는 그곳에 설치됐고, 유럽 최초로 작동하는 상업용 컴퓨터가 됐어요.
외양간을 나온 컴퓨터가 대학 강의실로 이사한 거예요.
컴퓨터를 처음 만든 사람은 그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평생을 기다렸어요.
1960년대까지 컴퓨터 역사 교과서는 미국의 ENIAC(1946년)을 최초로 기록했어요.
추제의 Z3는 패전국 독일의 잊힌 발명품으로 취급됐어요.
전쟁에서 진 나라의 발명은 역사에서도 지는 경우가 많아요.
추제는 199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우선권을 인정받기 위해 싸웠어요.
그가 죽고 3년이 지난 1998년, 학술 논문 한 편이 Z3의 튜링 완전(Turing-complete)을 증명했어요.
튜링 완전이란 어떤 계산 문제든 원칙적으로 풀 수 있는 범용 컴퓨터로서의 능력을 뜻해요.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이래요.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연산이 이론적으로 Z3로도 가능했다는 거예요.
즉, Z3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진짜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였어요.
친구가 먼저 만든 앱이 잊혔다가 30년 뒤 전문가가 "이게 진짜 원작이야"라고 판정한 셈이에요.
결국 추제는 살아서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역사는 가끔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가장 늦게 도착하거든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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