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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늘 인도와 방글라데시 14억 명이 매일 부르는 국가는, 같은 사람이 쓴 시예요.
그 사람이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예요.
1861년 인도 캘커타(지금의 콜카타)에서 태어난 시인이에요.
인도 국가 「자나 가나 마나(Jana Gana Mana)」는 1950년 독립 인도가 채택했어요.
방글라데시 국가 「아마르 쇼나르 방글라(Amar Shonar Bangla)」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당시 채택됐어요.
두 나라가 각자의 정체성을 담은 노래로, 같은 시인의 시를 선택한 거예요.
한 작곡가가 한국 애국가와 일본 국가를 동시에 작곡한 것과 같은 일이에요.
역사상 이런 사례는 타고르가 유일해요.
그런데 이건 타고르의 역설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하나일 뿐이에요.
타고르가 노벨상을 받은 책은, 원작과 절반쯤 다른 책이었어요.
1913년 노벨문학상은 영어 시집 『기탄잘리(Gitanjali)』에 수여됐어요.
'영혼의 노래'라는 뜻의 제목이에요.
원작은 벵골어로 쓴 157편의 시였어요.
그런데 타고르가 직접 영어로 옮기면서 103편으로 줄이고, 운율이 살아있는 시를 산문체로 바꿨어요.
한국 작가가 자기 소설을 영어로 옮기면서 절반을 빼고 문체를 통째 바꿔 출간하는 것과 같아요.
그 영어판이 전 세계에서 히트하고 노벨상을 받은 거예요.
세계가 "천재 시인의 원작"이라고 칭송한 책은, 사실 그 천재가 직접 재창작한 번역본이었어요.
이걸 역설이라 해야 할지, 재창조라 해야 할지는 지금도 논쟁이에요.
타고르는 간디를 존경했지만, 간디의 물레 앞에서는 침묵하지 않았어요.
1921년, 마하트마 간디가 영국에 맞서 비협조 운동(Non-cooperation Movement)을 펼쳤어요.
영국 물건 불매, 외국산 천 대신 카디(khadi)라는 손으로 짠 면직물 입기, 외국식 교육 거부가 핵심이었어요.
카디는 인도인이 손수 짜는 무명천으로, 간디에게는 자립과 저항의 상징이었어요.
그런데 타고르는 「진리의 부름」이라는 글로 정면 반박했어요.
"맹목적 거부는 또 다른 노예"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외국 교육과 기계를 무조건 버리는 방식에 반대한 거예요.
좋은 것은 배우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진짜 독립이지, 거부 자체가 독립은 아니라는 거예요.
같은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 방법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혔어요.
결국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이 지점에서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어요.
타고르는 영국이 준 작위를, 4년 만에 편지 한 통으로 반납했어요.
1915년 영국 왕실이 타고르에게 기사 작위(Knighthood)를 수여했어요.
당시 인도인에게 이 작위는 제국이 줄 수 있는 최고 영예였어요.
그런데 1919년 4월, 잘리안왈라 바그 학살이 일어났어요.
잘리안왈라 바그는 인도 암리차르에 있는 공원 이름이에요.
영국군이 그 공원에서 평화 집회를 하던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사격 명령을 내렸어요.
수백 명이 쓰러졌어요.
타고르는 인도 총독에게 편지를 보내 기사 작위를 반납했어요.
동포의 피 앞에서 그 영예를 계속 달고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어요.
회사에서 받은 공식 표창을, 그 회사가 저지른 잔혹행위에 항의하며 즉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이에요.
영국이 준 최고 영예는 편지 한 통으로 끝났어요.
그리고 그 편지는 지금도 타고르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인용되는 장면이 됐어요.
두 나라의 국가를 쓰고, 다시 쓴 책으로 노벨상을 받고, 독립의 동지와 공개적으로 맞서고, 제국의 훈장을 편지로 던진 사람.
타고르가 쓴 시의 수보다, 이 네 개의 장면이 그를 더 잘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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