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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볼타는 4살이 되도록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어린이집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발달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어떨까요"라는 말을 들을 상황이었죠.
가족은 지적장애를 의심해 사제에게 상담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7살이 되자 라틴어를 빠르게 익혔어요.
그리고 18살 무렵, 전기 현상에 완전히 매혹돼서 프랑스 학자들과 라틴어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론을 토론할 정도가 됐죠.
"말 못하는 아이"로 포기받았던 소년이 훗날 전압의 단위 '볼트(V)'가 되는 과학자로 성장한 거예요.
1745년 이탈리아 코모에서 태어난 알레산드로 볼타.
밀라노 북쪽 호숫가에 자리한 그 도시 이름을 기억해 두세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이 거기서 시작되거든요.

1780년대 볼로냐의 한 해부학자가 죽은 개구리 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볼타와 편지를 주고받던 동료 학자, 루이지 갈바니의 이야기예요.
볼로냐대 해부학 교수였던 그는 어느 날 해부대 위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해요.
죽은 개구리 다리에 구리와 철을 동시에 닿게 했더니 다리가 경련을 일으킨 거예요.
갈바니는 1791년 논문을 발표하며 이렇게 주장했어요.
"개구리 근육 속에 '동물 전기'가 있고, 금속이 그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야."
볼타는 이 발견을 듣자마자 갈바니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어요.
"이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야!"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볼타의 마음속에 아주 조그마한 의심 하나가 싹텄어요.

볼타는 친구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도구를 하나 만들었어요. 그 도구가 인류 최초의 전지였어요.
볼타가 도달한 결론은 간단했어요.
"전기는 개구리에서 나온 게 아니야. 서로 다른 두 금속이 만나는 접촉면에서 생기는 거야."
개구리는 그냥 그 전기를 느낀 탐지기였을 뿐이라는 거예요.
마치 전류가 흐를 때 켜지는 소형 전구처럼요.
갈바니가 틀렸음을 증명하려면, 개구리 없이도 전기를 만들어 보이면 됐어요.
그래서 볼타는 구리 원반, 아연 원반, 소금물에 적신 천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어요.
구리, 천, 아연. 구리, 천, 아연. 계속 반복해서 탑처럼 쌓아 올렸죠.
이것이 '볼타 파일', 즉 인류 최초의 전지예요.
이 장치의 핵심은 간단해요.
이전에 사람들이 만들었던 정전기 장치는 한 번 방전되면 끝이었어요.
하지만 볼타 파일은 지속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냈어요. 배터리의 조상이 탄생한 거예요.
볼타는 1800년 3월, 이 발견을 영국 왕립학회에 편지로 발표했어요.
때는 갈바니가 세상을 떠난 지 고작 2년 뒤였어요.
친구의 가설에 반기를 들었던 반박이, 그 친구의 사망 이후에야 세상에 공개된 셈이에요.

1801년 파리, 나폴레옹은 시연을 본 지 몇 분 만에 볼타에게 금메달을 직접 걸어주었어요.
볼타가 초대받은 곳은 프랑스 학사원이었어요.
나폴레옹 자신도 회원으로 있던 당대 최고의 학술기관이었죠.
볼타가 탑처럼 쌓인 전지에서 철사를 끌어내 가늘게 불꽃을 튀기는 순간, 나폴레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해요.
금메달과 함께 6천 프랑의 연금을 그 자리에서 약속했고, 1810년엔 정식으로 백작 작위를 내렸어요.
사내 기술 논쟁에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황제의 훈장으로 끝난 셈이에요.
그리고 1881년, 국제전기기술자회의는 전압의 단위명을 '볼트(V)'로 확정했어요.
볼타가 세상을 떠난 지 55년이 지난 뒤였어요.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 충전기에서 "5V"를 확인할 때마다, 4살까지 말 한마디 못 했던 그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거예요.
친구의 이론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고집이 인류의 모든 배터리를 만들었어요.
볼타가 갈바니의 논문을 읽으면서 "이건 뭔가 이상한데?"라고 느끼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스마트폰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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