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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스티븐 호킹이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2년밖에 못 산다"고 말한 날이었어요.
1963년, 스물한 살의 케임브리지 대학원생 호킹은 이상한 증상을 느꼈어요.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고,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병원에서 나온 진단은 루게릭병(ALS)이었어요.
루게릭병은 근육을 조종하는 신경이 하나씩 죽어가는 병이에요.
결국 숨 쉬는 근육까지 멈추게 되고, 당시 의학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어요.
의사는 "2년"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호킹은 그 직후에 제인 와일드와 약혼하고, 박사과정 원서를 썼어요.
끝이 보이자 오히려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보통 시한부 선고는 삶을 정리하게 만들지만, 호킹에게는 정반대로 작동했어요.

우주에 시작점이 있다는 사실을 수학으로 처음 못 박은 사람은, 스스로 걷지 못하던 케임브리지의 대학원생이었어요.
1965년 박사논문에서 호킹은 우주가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시작됐다는 걸 수식으로 증명했어요.
그냥 주장이 아니라, 반박할 수 없는 수학이었어요.
그리고 1970년에는 영국 수학자 로저 펜로즈와 함께 이 증거를 완성시켰어요.
펜로즈는 블랙홀 내부에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계산한 사람이에요.
특이점이란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물리법칙이 그냥 멈춰버리는 지점이에요.
계산기에 0으로 나누기를 입력했을 때 화면이 'ERROR'를 띄우는 것처럼, 우주가 그 지점에서 공식이 작동을 멈추는 거예요.
호킹은 펜로즈의 방법을 뒤집어 우주 전체에 적용했어요.
블랙홀이 수축하는 과정을 거꾸로 돌리면, 우주의 과거가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는 걸 보인 거예요.
이게 바로 빅뱅의 수학적 증거였어요.
아인슈타인조차 우주에 시작이나 끝이 있다는 생각이 불편해서 자기 방정식에 임의의 숫자를 집어넣어 수정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기 시작하던 젊은 호킹이, 아인슈타인이 피하려 했던 그 '끝'을 수학으로 고정시켜버린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탈출할 수 없다던 블랙홀이, 사실은 조금씩 증발하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블랙홀의 대변인이었어요.
1974년, 호킹은 과학 저널 네이처에 논문 한 편을 냈어요.
그 핵심 주장은 블랙홀이 에너지를 방출하며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었어요.
동료 물리학자들의 반응은 처음엔 비웃음이었어요.
그때까지 블랙홀은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빛조차도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극단적인 공간이에요.
그런데 그 '아무것도 못 나오는 곳'에서 에너지가 새어 나온다고요?
호킹이 발견한 원리는 이래요.
블랙홀 경계면 근처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생겨나고, 그 중 하나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나머지 하나가 바깥으로 탈출해요.
그 탈출하는 에너지를 호킹 복사라고 불러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 블랙홀은 결국 완전히 증발해요.
마치 평생 "이 방은 절대 못 나간다"고 외치던 사람이 갑자기 "사실 이 방은 조금씩 새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본인이 가장 오래 연구해온 블랙홀에서, 스스로 균열을 찾아낸 거예요.

호킹이 자기 목소리를 완전히 잃은 그 해부터, 세상은 그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기 시작했어요.
1985년, 호킹은 제네바에서 폐렴에 걸렸어요.
상태가 위독해지자 의료진은 기관절개술을 결정했어요.
목에 구멍을 뚫어 숨길을 확보하는 수술인데, 그 결과로 성대가 영구적으로 기능을 잃었어요.
이후 호킹은 뺨 근육으로 커서를 움직이는 컴퓨터 시스템에 의지했어요.
분당 몇 단어, 나중엔 더 느려져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 수십 분이 걸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3년 뒤인 1988년, 그렇게 써낸 책이 세상에 나왔어요.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출간 즉시 돌풍이었어요.
우주론을 다룬 책인데도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넘게 팔리며 대중과학서의 전설이 됐어요.
가수가 성대를 잃은 뒤 오히려 전 세계가 따라 부르는 노래를 낸 것과 같은 일이었어요.
의사가 "2년"이라고 말한 그날부터 세어보면, 호킹은 그 예언보다 54년을 더 살았어요.
그 54년 사이에 블랙홀의 경계를 수학으로 그렸고, 블랙홀에 균열을 냈고, 목소리 없이 책을 썼어요.
1963년의 의사는 몰랐겠죠. 자신이 선고를 내린 환자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우주에 대해 생각한 사람 중 하나가 될 줄은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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