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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라듐 특허 하나만 출원했어도 마리 퀴리는 당대 최고 부자가 될 수 있었어요.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1898년, 라듐을 막 발견한 마리와 남편 피에르는 특허 출원을 두고 진지하게 의논했어요.
라듐은 완전히 새로운 원소였고, 그 추출 공정을 독점하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리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어요.
"라듐은 인류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에요."
오늘날로 치면 암 치료제 신약 특허를 개발하고는 세상에 공짜로 공개해버린 것과 같아요.
그 공정을 이용해 미국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마리 퀴리 본인은 낡은 실험실에서 평생 가난하게 일했어요.
말년엔 라듐 1g을 살 돈조차 없어서, 미국 여성들이 모금을 해 전달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신약을 세상에 공짜로 푼 창업자가 정작 월세를 못 내는 상황이에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라듐 0.1g을 만들기 위해, 마리 퀴리는 광석 8톤을 4년간 맨손으로 저었어요.
0.1g이 얼마나 작은지 감이 안 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트럭 여덟 대 분량의 돌더미를 숟가락으로 4년간 저어서 쌀알 하나를 꺼내는 일이에요.
그 쌀알이 라듐이었습니다.
원료는 오스트리아 광산에서 받아온 피치블렌드였어요.
피치블렌드는 우라늄을 뽑아내고 남은 광석 찌꺼기인데, 그 안에 라듐이 극소량 섞여 있었습니다.
마리는 이 8톤을 마당에 세운 헛간에서 끓이고 또 저었어요.
헛간은 비가 새고, 겨울엔 안에서 숨이 하얗게 보였습니다.
그 4년이 그녀에게 노벨상을 안겨주는 동시에, 평생 그녀의 몸을 조용히 갉아먹을 방사선 피폭의 시작이기도 했어요.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 시대엔 아무도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습니다.

마리 퀴리가 두 번째 노벨상을 받은 1911년, 프랑스 과학계는 그녀의 학사원 입회를 거부했어요.
프랑스 과학 학사원(아카데미 데 시앙스)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과학자 집단이에요.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명예 클럽인데, 마리 퀴리는 그 회원 투표에서 단 한 표 차이로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명백히 여자라는 것이었어요.
그해 세계는 그녀에게 두 번째 노벨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사원상을 받은 직원이 같은 회사 임원 회의에는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통보받은 셈이에요.
결국 마리 퀴리는 생이 다할 때까지 학사원 회원이 되지 못했어요.
노벨상 두 개를 받고도 자기 나라 학계에서 회원 자격을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단 한 표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당시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예요.

마리 퀴리의 실험 노트는 지금도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앞으로 1500년 동안.
그녀는 1934년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어요.
재생불량성 빈혈은 뼈 안에서 피를 만드는 기능이 망가지는 병인데, 평생 쌓인 방사선 피폭이 원인이었습니다.
그녀가 남긴 실험 노트와 옷가지는 지금 파리 국립도서관 납 상자 안에 보관돼 있어요.
열람하려면 방호복을 입고 면책 동의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평생 일기를 읽고 싶지만, 그 노트에 손을 대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라듐의 방사선 반감기는 1600년이에요.
반감기란 방사성 물질의 위험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마리 퀴리의 노트는 앞으로 약 1600년이 지나야 지금보다 절반만큼 덜 위험해져요.
인류에게 라듐을 공짜로 선물한 사람의 기록이, 정작 인류가 가장 가까이 갈 수 없는 위험물로 봉인됐습니다.
그녀가 남긴 것 중 어떤 건 아직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어요.
그 납 상자는 언제쯤 열릴 수 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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