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대화본초(大和本草)는 1709년 가이바라 에키켄이 펴낸 16권짜리 자연 백과예요. 중국 약초 지식을 그대로 옮기던 본초학에, 자기가 직접 걷고 보고 만져 확인한 일본의 풀·나무·동물 관찰을 더해서 약재를 넘어선 '박물학'의 문을 연 책이에요.
먼저 사람부터 아주 짧게 소개할게요.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은 1630년에 태어나 1714년에 세상을 떠난 에도시대 유학자예요.
평생 60부 270여 권이나 되는 책을 썼는데, 그중 자연을 다룬 대표작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대화본초(大和本草)》예요.
제목의 '대화(大和)'는 일본어로 '야마토'라고 읽고, 옛날부터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책 이름 자체가 '일본의 본초'라는 뜻인 셈이죠.
이 책은 전 16권에 부록 2권을 더한 규모로, 에키켄이 일흔아홉 살이던 1709년(호에이 6년)에 세상에 나왔어요.
훗날 나가사키에 왔던 독일 의사 지볼트는 그를 두고 '일본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건 학계 공식 별명은 아니고 지볼트 개인의 감탄이에요.
그만큼 이 책이 자연을 폭넓게 다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돼요.
'본초학(本草學)'이라는 말이 낯설 거예요.
쉽게 말하면 몸에 약이 되는 풀·나무·돌·벌레·짐승을 정리한 학문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약재 도감'에 가까워요.
어떤 풀이 열을 내리고 어떤 뿌리가 배앓이에 좋은지, 그 이름과 쓰임을 모아 놓은 거죠.
그런데 에키켄 이전의 일본 본초학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온 약초 책을 바탕으로, 중국 이름을 일본어 이름으로 바꿔 다는 데서 멈췄거든요.
비유하자면, 외국 요리책을 들여와 재료 이름만 우리말로 번역해 붙인 것과 비슷해요.
정작 '우리 동네 시장에서 이걸 실제로 구할 수 있나, 진짜 이렇게 생겼나'는 확인하지 않은 거죠.
책상 위에서 이름표만 바꿔 다는 공부였던 셈이에요.
에키켄은 여기에 두 가지를 보탰어요.
첫째, 중국의 유명한 약재 책 《본초강목(本草綱目)》에 훈점(訓点)을 달았어요.
훈점이란 한문을 일본식으로 읽을 수 있게 순서와 조사를 표시해 주는 작은 기호예요.
어려운 원서에 '읽는 법 안내선'을 그어 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둘째, 여기서 그가 진짜 달랐어요.
에키켄은 책에 적힌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자기가 직접 걷고, 보고, 만지고, 사람들에게 물어서 확인했어요.
어릴 때 몸이 약해 독서에 푹 빠져 박식해졌지만, 그렇다고 책에만 기대지 않은 거죠.
그렇게 확인한 일본 땅의 풀과 나무, 동물의 실제 모습과 쓰임새를 자기 경험으로 적어 넣었어요.
| 이전 본초학 | 에키켄의 대화본초 |
|---|---|
| 중국 약초를 일본어 이름으로 바꿈 | 일본에 실제 있는 것을 직접 관찰 |
| 책에 적힌 내용을 옮김 | 걷고 만지고 물어서 확인 |
| 약으로 쓰는 것에 집중 | 실용적 쓰임까지 폭넓게 기록 |
이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었어요.
'약이 되느냐'만 묻던 시선이, '이 생물은 대체 어떻게 생기고 어디서 살까'라는 넓은 호기심으로 옮겨 간 거예요.
약재를 넘어 자연 그 자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태도, 이것을 '박물학(博物學)'이라고 불러요.
오늘날의 동물도감·식물도감·자연 백과의 먼 조상뻘이죠.
그래서 학자들은 《대화본초》를 이렇게 평가해요.
이름표만 바꿔 달던 본초학에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관찰을 더해서, 일본 박물학이 자라날 계기를 만든 책이라고요.
에키켄이 번의 명을 받아 지역의 산천과 산물을 꼼꼼히 적은 《지쿠젠국속풍토기》 같은 작업도 같은 '직접 보고 적는' 태도에서 나왔어요.
남의 책을 베끼는 대신 자기 눈으로 확인한다는 자세가, 일본이 자연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만든 씨앗이 된 거예요.
《대화본초》는 1709년 가이바라 에키켄이 펴낸 16권짜리 자연 책이에요.
이전 일본 본초학이 중국 약초에 일본어 이름표만 바꿔 달던 것과 달리, 에키켄은 《본초강목》에 훈점을 달고 자기가 직접 걷고 만져 확인한 경험을 더했어요.
덕분에 '약이 되느냐'만 묻던 좁은 공부가 자연 전체를 관찰하는 '박물학'으로 넓어졌고, 그래서 이 책이 일본 박물학의 출발점으로 기억되는 거예요.
오늘 딱 하나만 챙긴다면, 대화본초는 '남의 책을 옮긴 도감'이 아니라 '내 눈으로 확인한 도감'이라는 점이에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