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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주자는 세상을 '이치(理)'와 '재료·기운(氣)' 둘로 나눠 보았지만, 가이바라 에키켄은 이치란 기 안에 새겨진 결일 뿐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고 봤어요. 그래서 세상에는 결국 기(氣) 하나만 있다는 것이 바로 '기 일원론'이에요.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 1630년부터 1714년까지)은 에도시대 일본에서 활동한 유학자예요.
젊은 시절 교토에 유학해 주자학을 열심히 배운 사람인데, 나중에 《대의록大疑録》이라는 책에서 그 주자학에 조심스럽게 의문을 던졌어요.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714년에야 출간됐어요.
무엇이 의문이었을까요.
바로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였어요.
그가 내놓은 답이 기 일원론, 즉 "세상은 결국 기(氣) 하나로 되어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럼 기가 무엇이고 무엇을 비판한 건지 하나씩 풀어 볼게요.
동양철학에서는 세상을 설명할 때 두 낱말을 자주 써요.
하나는 기(氣), 하나는 이(理)예요.
기(氣)는 실제 재료이자 기운이에요.
빵으로 치면 밀가루 반죽, 물, 공기 같은 '진짜 물질'이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이 세상 전부가 기예요.
이(理)는 그 재료가 따르는 이치, 규칙, 무늬예요.
반죽이 부풀고 굳어 가는 '순서'나 '결' 같은 것이죠.
주자는 이 둘을 따로 떼어, 이치(理)가 먼저 있고 재료(氣)가 그 뒤를 따른다고 봤어요.
에키켄은 여기에 고개를 저었어요.
이치는 재료 없이 혼자 떠 있을 수 없다는 거예요.
나뭇결이 나무를 떠나 따로 있을 수 없듯이 말이죠.
결(理)은 나무(氣) 안에만 있어요.
그래서 진짜 있는 건 기 하나뿐이고, 이치는 그 기가 움직이는 결일 뿐이라는 거예요.
이게 기 일원론이에요.
'일원(一元)'은 '근본이 하나'라는 뜻이에요.
주자(朱熹)는 중국 송나라의 큰 학자로, 동아시아 유학의 표준을 세운 사람이에요.
그는 이치(理)를 아주 높이 봤어요.
재료가 흐트러져도 이치는 완전하고 깨끗하게 먼저 있다고요.
마치 설계도가 건물보다 먼저 있고, 건물이 무너져도 설계도는 남는 것처럼요.
왜 그렇게 봤을까요.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람 안에는 본래 착하고 완전한 이치가 먼저 있고, 흐릿한 재료(氣) 때문에 그게 가려진다고요.
그러니 흐린 기를 닦아 맑은 이치를 되찾자는 것이 주자학의 공부법이었죠.
| 물음 | 주자 | 가이바라 에키켄 |
|---|---|---|
| 세상의 근본은? | 이치(理)와 재료(氣) 둘 | 기(氣) 하나 |
| 무엇이 먼저인가? | 이치가 먼저 | 따로 먼저인 것 없음 |
| 이치가 있는 자리는? | 기와 떨어져 완전하게 | 기 안에 새겨진 결 |
에키켄은 주자를 무너뜨리려던 게 아니에요.
오히려 평생 주자학을 존경했고, 어려운 유교 윤리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실천 지침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았어요.
다만 딱 한 가지, '이치가 재료와 따로, 먼저 있다'는 대목만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예요.
그의 생각은 이랬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치를 재료 밖에 따로 세워 두면, 결국 손에 잡히는 이 세상보다 머릿속 관념을 더 앞세우게 된다고요.
그는 직접 걷고 보고 만져 확인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에게는 "이치는 언제나 실제 사물(기) 안에서만 만난다"는 쪽이 훨씬 자연스러웠죠.
《대의록》의 '의(疑)'가 바로 '의문'이라는 글자인데, 존경하는 학문에 정직하게 물음표를 붙였다는 뜻이에요.
에키켄의 물음은 지금도 쓸모가 있어요.
우리는 종종 '원래 그래야 하는 규칙'을 실제 현실보다 앞에 두곤 하죠.
계획표가 삶보다 먼저이고, 이론이 사람보다 먼저인 것처럼요.
에키켄은 반대로 말해요.
규칙(理)은 언제나 실제 것(氣) 안에서만 살아 있다고요.
결을 보려면 먼저 나무를 만져야 한다는 태도, 그게 그의 기 일원론이 남긴 자세예요.
주자는 세상을 이치(理)와 재료(氣) 둘로 나누고 이치를 먼저 세웠지만, 가이바라 에키켄은 《대의록》에서 이치란 기 안에 새겨진 결일 뿐이라며 세상엔 기 하나만 있다고 봤어요.
이 기 일원론은 주자학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보다 손에 잡히는 실제를 앞세우려던 정직한 의문이었죠.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에키켄에게 이치는 언제나 실제 사물 안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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